박재욱 VCNC 대표


지금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는 뭔가 빈 공간이 있다. 이같이 문득 뭔가 아쉽다는 느낌이 들면 대부분의 SNS들이 너무 천편일률적이라는 것에 생각이 미치게 된다. 이에 따라 박재욱 VCNC 대표는 비슷비슷하고 항상 유사한 사람들끼리 계속 겹쳐서 사용하는 SNS가 아니라 좀 특별한 SNS를 만들기로 했다.

그는 SNS가 모바일을 통해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회사를 차렸고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 회사 이름을 VCNC(Value Creators & Company)로 지었다.

박 대표는 서울대 전기공학과 04학번이다. 다른 길도 많았겠지만 그는 창업을 했다. 왜 그랬을까.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 싶었습니다. 직장인으로 살기보다 제가 하고 싶은 일들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대학 시절부터 주위 사람들과 창업 이야기를 계속하면서 같이할 만한 사람들을 모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저 부속품으로 살긴 싫었다

커플들을 위한 SNS에 꽂히다
그렇게 해서 모인 사람들이 함께 VCNC를 창업한 김영목·이정행·우경재·조성욱이다.

2008년 대학생 박재욱은 병역특례로 군생활을 대신하기로 하고 인포뱅크라는 인터넷 솔루션 업체에 입사했다. 인포뱅크에서 일하면서 그는 훗날 창업에 결정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해 주는 일을 맡게 된다.

주로 B2B(기업간 거래)에 집중하는 이 회사가 작년 초 전국적인 관심을 받은 적이 있었다. 바로 스마트폰용 메신저 엠앤톡(M&Talk)을 만들면서부터다. 이 서비스를 만든 실무를 담당했던 이가 박 대표였다.

병역특례로 일하고 있던 그는 2009년 말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를 개발하라는 명을 받고 함께 일하던 병역특례 직원 2명과 함께 달랑 세 명이서 두 달여 만에 엠앤톡을 만들었다. “만들면서 이 서비스는 반드시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이 커뮤니케이션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데 스마트폰에서 최적화된 서비스가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미국에서 유사한 서비스인 왓츠앱이 뜨는 것도 확인했고요.”

그의 예상대로 2010년 초 출시된 엠앤톡은 돌풍을 일으켰다. 그는 엠앤톡이 인기를 끄는 것을 보면서 2010년 3월 병역특례를 마치고 회사를 나왔다.

하지만 엠앤톡은 결정적인 순간에 서비스를 더 확대하지 못하고 카카오톡의 출시와 함께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엠앤톡이 더 성장하고 확산될 수 있었는데 중요한 순간에 리소스를 더 투입하지 못했습니다. 카카오톡이 확산되는 것을 보면서 최고경영자(CEO)의 결단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죠.”

그는 인포뱅크에서 경험 못지않게 중요한 것을 쌓았다. 바로 돈이다. 창업하려면 자본금이 있어야 하는데 그는 이것을 병역특례를 하면서 모아야겠다고 생각했다. “2년 동안 월급을 받아 모두 저축했어요. 돈을 모아야 내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았어요.”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그는 어떻게 직장 생활을 했을까. 그가 택한 것은 공모전이었다. 대학생벤처창업경진대회 등 숱한 공모전이나 창업 대회 등에 응모해 거기서 받은 상금으로 버텨보자고 결심한 것이다.

“김영목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서울대 전기공학과 04학번 동기입니다. 같은 과 동기인 우경재, 고려대 컴퓨터공학과 07학번 이정행, 서울대 산업디자인학과 05학번 조성욱 등과 함께 남자 5명이서 2008년부터 창업 스터디를 하고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내공을 쌓았습니다.”


남자 5명이 힘을 모아 회사를 세우다

커플들을 위한 SNS에 꽂히다
물론 내공 못지않게 생활비를 버는 것도 중요했다. 이들은 2010년에는 한꺼번에 공모전 2개에 응모해 1등과 2등을 차지한 적도 있었다. 그가 돈을 모은 과정을 들어보면 ‘악착같이’ 모았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사실 이때 공모전을 준비하는 것은 서로에 대한 확인 과정으로서의 의미도 컸습니다. 각자 창업에 대한 확신을 굳히는 동시에 이 멤버로 창업해도 될지 확인해야 됐거든요. 호흡을 맞추는 것도 중요했고요.”

처음에 사무실이 없어 창업 멤버인 우경재 씨 집에서 모여 같이 살았다고 한다. 비용을 아끼고 계속해 일에 전념하며 준비 기간을 거쳤다. 확신을 갖게 된 이들은 박 대표의 창업 자금 5000만 원에 나머지 멤버들이 돈을 보태 자본금 8000만 원으로 VCNC를 설립했다. 법인 설립 기준으로는 올 2월 10일의 일이다.

VCNC의 첫 작품은 ‘비트윈(Between)’이다. 현재 알파테스트 중이고 11월 초에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커플들을 위한 SNS를 표방하고 있다.

“지금의 SNS를 보면 너무 공개돼 있고 개인적인 공간이 없는 것 같습니다. 자기가 정말 좋아하거나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일상을 공유하는 그런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친밀한 관계에 집중했을 때 사람들이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첫 타깃은 커플이다. 그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이하 앱)을 살짝 보여줬다. 앱을 통해 커플들끼리 자신들만의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여기서 그들만의 앨범을 만들어 사진을 공유하거나 기념일을 챙기고 특정 날짜와 시간을 정해 예약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다. 일단 커플로 시작하지만 가족·학교·학원 등 오프라인에 친밀감이 높은 소규모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는 분야면 어디든 확장할 수 있다.

관건은 널리 알리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접속해 쓰는 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에 대중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 박 대표도 이런 점을 우려하고 있었다. 그래서 여러 업체들과 제휴해 서비스를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커플들을 위한 SNS에 꽂히다
“소셜 데이팅 업체 이음소시어스와 제휴, 여러 가지를 해 보려고 합니다. 이 때문에 박희은 이음 대표와 자주 상의하곤 하죠. 범주는 다르지만 둘 다 ‘연애’와 ‘만남’이라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거든요. 이음에서 만나게 된 사람들이 비트윈에서 애정을 키워나갈 수 있으면 좋지 않겠습니까. 하하.”




임원기 한국경제 IT모바일부 기자 wonkis@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