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발전재단·한경비즈니스 공동 기획 ④
①여성 고용 어디까지 왔나
②여성 고용 왜 필요한가
③여성 친화 기업, 경쟁력의 원천은
④여성 고용 확대, 대안은 무엇인가
여성이 지니고 있는 역량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서는 기업들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은 시대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기업들의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청년층 인구가 감소하고 이에 따라 실력 있는 인재를 발견하기가 점점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보다 효율적으로 여성 인력을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국내 기업의 여성 고용에 대한 인식 수준은 어떻다고 보는가.
금재호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이하 금 선임연구원):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여성 인력의 중요성에 대한 경영진이나 인사 담당자의 인식이 그렇게 높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여성 고용과 관련된 실질적 의사결정에서 여성을 위한 배려와 지원이 미흡한 상황이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이하 이 교수): 아직도 대부분의 기업은 여성 인력의 생산성과 경영 리더십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고, 채용한다고 하더라도 보조적인 업무에 묶어두는 경우가 많다. 높은 여성 비정규직 비율과 낮은 여성 관리직 비율, 그리고 여성 인력만으로 구성돼 승진이 제한된 직군제와 같은 성별 직무 격리 현상이 그 증거다.
김종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하 김 연구위원): 채용 단계에서 여성 인력의 역량에 대한 인식은 개선됐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전히 여성 인력의 업무 배치나 교육 훈련, 평가 등 측면에서 기업이 소극적이다.
여성의 출산·육아에 따른 경력 단절이 여성 인력의 양성을 막는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 교수: 일단 기업에서 여성의 경력 단절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성보호제도나 육아휴직제도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제도가 여성에게 ‘양날의 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조직 내 인력의 생산성과 경쟁력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기업에서 여성에게 이런 혜택이 집중된다면 기업이 여성 인력을 채용하거나 승진시키는 것을 기피하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선진국에서는 남성의 육아 휴직 사용률을 높이는 등 남녀 모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정책이 주목받고 있다. 즉, 기업의 조직 문화가 남녀 모두에게 일과 생활을 양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변화될 필요가 있다.
김 연구위원: 출산 및 육아의 시기는 전체 경력 과정에서 일부분이다. 조직 차원에서 인력 활용에 대한 중·장기적인 인식과 계획이 필요하다.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적극적 고용개선조치(AA) 제도가 필요한 이유와 그 효과는 무엇인가.
금 선임연구원: 여성 고용 촉진에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여성이 직장 생활을 하는 기회비용을 낮춰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활성화하는 방안이다. 보육 서비스 지원이 대표적인 정책 수단으로, 보육 서비스 지원을 받는 여성은 임금이 다소 낮더라도 취업을 선택하게 된다. 두 번째는 여성 인력에 대한 기업의 수요를 늘리는 방안이다. 이의 대표적 정책 수단이 AA 제도다. 여성을 일정 비율 이상 채용하거나 또는 승진시키도록 의무화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는 제도가 AA 제도다. 여성 인력에 대한 기업의 인식이 낮고 남성 선호가 뿌리 깊은 한국에서는 여성 고용을 확대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이다.
이 교수: 오랜 기간 남성 인력만으로 이뤄진 기업 조직은 차별적 의도가 없다고 하더라도 만일 인력 충원이나 승진 결정이 주로 내부자 추천을 받아 남성인 상사나 인사 담당자의 평가에 의해 이뤄진다면 여성의 진입이나 승진이 여의치 않을 수 있다. AA 제도는 바로 이러한 조직 내 관행을 기업 스스로 검토하고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김 연구위원: AA 제도는 이전에 많이 활용되지 못했던 다양한 인력에 대한 활용 가능성을 제고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는 여성 인력에 대한 적극적인 고용 개선 조치이지만 향후 이 경험은 다양한 인종 등으로 확대될 수 있어 기업의 인적자원 관리를 선진화하고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기업들이 여성 고용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은.
금 선임연구원: 기업에 대한 단순 비용 지원은 한계가 있다. 여성 인력 활용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형성하고 여성 인력 활용의 모범 사례를 개발해 확산하며 여성 인력의 효율적 활용과 관련된 정보 및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김 연구위원: 여성 인력을 활용하기 위해 최고경영자(CEO)의 관심과 의지는 매우 중요하다. CEO의 인식을 전환하고 다양한 업무에 여성들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한편 여성 인력을 활용하는 것은 반드시 여성 채용을 늘려야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현재 여성 인력을 배치하고 교육 훈련하고 성장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중소형 사업장에서는 아직 제도적 접근이 많지 않고 실제로 불평등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중소 규모 기업에서는 여성 고용 촉진을 위한 어떤 방법이 요구되는가.
금 선임연구원: 기업 규모가 작아질수록 여성 인력의 증가 폭이 작고 남성 중심의 기업 문화도 여전히 남아 있다. 또한 여성 인력의 대부분은 비정규직이거나 아니면 승진, 교육 훈련, 임금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중소 규모 기업이 여성 인력을 기피하는 주요 이유는 여성 채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소 규모 기업에 대한 모성 보호 비용의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이 교수: 중소 규모의 기업에는 대규모 기업보다 여성 인력이 상대적으로 더 많다. 하지만 이들 다수가 여성의 일로 낙인찍혀진 저임금 업무에 종사하고 있고 관리직으로의 승진 역시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제한돼 있다. 따라서 중소기업은 여성 인력의 증가에 집중하기보다 이들이 좀 더 고임금의 직무로 옮겨갈 수 있도록 적절한 교육 훈련의 기회를 제공하고 올바른 고용 관행을 정립하기 위해 인사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인터뷰-문형남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
“여성 인력 활용 못하는 기업은 비전이 없다”
고용노동부는 2006년부터 적극적 고용개선조치(AA)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AA 제도가 적용된 사업장 수는 2011년 기준 1547개에 이른다. 지난 5년간 이 제도를 추진하면서 AA 적용 대상 사업장의 여성 고용 비율 평균은 도입 당시 30.7%에서 2011년 34.87%로 증가했고 여성 관리자의 비율도 처음 10.2%에서 2011년 16.09%로 늘어나는 성과를 거뒀다. AA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노사발전재단의 문형남 사무총장을 만나 사업 내용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노사발전재단이 여성 고용 촉진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여성 직장인들이 가정과 일이 양립할 수 있도록 직장 내 근무 체계나 제도를 개선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기업의 양성 평등 수준을 진단하고 인사관리 단계에서 다양성을 높일 수 있도록 기업에 맞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AA 제도 시행 5년이 지났다. 자체적으로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직장 내 여성 고용 비율이 높아졌고 성차별도 많이 사라졌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여성 관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하지만 이 정도는 충분하지 않다. 여성 관리자가 활약하는 조직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현재 활동하고 있다. 중소기업에는 오너 경영이 많고 눈앞의 이익만 좇는 단기적 시각이 있어 여성 인력에 대해 소홀하다. 이에 대한 대책도 요구된다.
여성 인력과 관련해 기업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에서 가장 저평가돼 있는 천연자원이 바로 여성”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최근 펩시·IBM·휴렛팩커드(HP)·듀퐁 등 글로벌 기업의 CEO 자리에 여성이 진출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국내 생산 인력이 감소하고 있고 기업 환경은 소프트화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적으로도 우수한 우리 여성 인력을 활용하지 못한다면 그 기업은 더 이상 비전이 없다고 본다.
취재=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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