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위 홈플러스
4위 홈플러스
1999년 2개 점포로 시작한 홈플러스는 12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기록적인 성장을 거듭해 현재는 전국에 125개의 대형 마트를 운영하고 연간 11조 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며 국내 대형 마트 업계 1위를 넘보고 있다.
홈플러스의 성공 요인 중 주목해야 할 것은 이승한 회장 등 현지 최고경영자(CEO)를 위시한 강력한 현지화 경영이다. 홈플러스는 글로벌의 선진 기술과 유통 노하우를 받아들이되, 이 외의 영업과 마케팅, 개발 등은 모두 한국 고객의 입맛에 철저하게 맞추는 글로컬(glocal: global+local) 경영을 추진했다. 매년 100회 이상 이어지는 고객 조사와 이를 프로젝트화하는 게 대표적이다. 또 한국인 사장과 점장 등 당시 외국계 유통 기업들과는 정반대의 현지화 전략으로 ‘고객 의회’라는 기치를 내세우며 한국인이 좋아하고 원하는 것을 추구해 나갔다.

기존의 창고형 마트 개념을 과감히 탈피한 ‘가치점(value store)’ 개념이 대표적이다. 단지 물건만 싸게 파는 ‘마트’가 아니라 고객에게 최고의 가치와 생활문화 서비스를 제공해 나간다는 개념이다. 매대와 매대 간격을 넓혀 고객의 쇼핑 동선을 충분히 확보하고 휴게실, 무료 어린이 놀이방, 푸드코트 등 고객들이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층당 매출이 가장 많아 ‘골든존’이라고 불리는 1층에는 상품 코너를 넣는 대신 푸드코트, 전문 식당가, 서점, 패션존 등 판매자 중심이 아니라 소비자가 즐겨 이용하는 소비자 중심의 공간으로 꾸며놓기도 했다.
홈플러스는 상생 철학을 바탕으로 창립 초기부터 협력 업체와 매년 ‘벤더 콘퍼런스(Vendors Conference)’ 간담회를 열고 있다. 협력 업체에 비전을 제시하고 상생 전략을 공유하는 자리다. 이 밖에 장기 계약 체결, 신축적인 대금 결제, 우수 업체 장려금 지급 및 마케팅 지원, 직거래 및 장기 계약 확대, 자체 브랜드(PB) 상품 공동 개발, 지역 협력 업체 적극 개발 및 공동 마케팅을 통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물류도 판매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강력한 경쟁력 중 하나다. 2003년 문을 연 홈플러스 목천 물류서비스센터는 축구장 7개 반을 붙여 놓은 아시아 최대 수준 규모다. 여기에 오차율 제로에 가까운 첨단 소팅 시스템, 국내 최대 적재량을 자랑하는 22톤 드로바(draw-bar), 실시간 위성항법장치(GPS) 시스템 등이 갖춰져 있다. 또한 협력 회사가 개별적으로 물류센터에 물건을 납품하는 것을 공동 배송하는 선행 물류(Primary Distribution)로 확대해 소량 납품 업체의 물류비를 개선해 줬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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