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대 주축…메시지 전파력 ‘쑥쑥’


서울시장 선거가 끝나면서 트위터 얘기가 많습니다. 당락이 트위터에서 갈렸다느니, 트위터 선거전에서 범야권 박원순 후보가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를 압도했다느니, 페이스북도 큰 영향을 미쳤다느니 많은 얘기가 나왔습니다. 한나라당이 소셜 전문가를 영입할 것이란 얘기도 나와 화제가 됐죠. 광파리도 여기저기 트위터 강의 다니느라 갑자기 바빠졌습니다.

트위터에 관한 한 나 후보도 한나라당에서는 잘하는 축에 속합니다. 계정을 개설한 시기만 놓고 보면 나 후보(2009년 7월)가 박 후보(2009년 9월)보다 2개월 이릅니다. 그러나 트위터의 영향력·인기도·신뢰도에서는 박 후보가 모두 앞섭니다. 에델만이 개발한 ‘트윗 레벨’로 선거 직전 측정한 결과 박 후보는 77.6점, 나 후보는 67.8점으로 득표율과 비슷한 격차를 보였습니다.

소통 측면에서도 박 후보가 앞섰습니다. 선거 직전 박 후보의 팔로워(독자)는 15만여 명, 나 후보의 팔로워는 5만4000여 명. 그때까지 날린 트윗(트위터에 올리는 글) 숫자에서도 박 후보 9700여 개, 나 후보 800여 개로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격차가 컸습니다. 나 후보는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기 전에는 트위터를 띄엄띄엄 사용하다가 시험 직전에 벼락치기 공부를 한 셈이었죠.

어떻게 보면 트위터 공간은 박 후보의 안방이었습니다. 박 후보는 선거 전에도 트위터에서 젊은이들과 의견을 주고받았습니다. 트위터 사용자 주축이 20~40대여서 진보 성향의 박 후보와 잘 맞았습니다. 그러니 트위터 선거전에서는 박 후보가 유리할 수밖에 없었죠. 트위터에서 영향력이 큰 ‘빅마우스(파워 트위터러)’ 중에 박 후보 지지자가 많았습니다.
[광파리의 IT이야기]트위터가 뭐길래 서울시장 선거 당락을 좌우했을까
트위터 선거전은 일방적이었습니다. 박 후보 진영에서 따발총과 대포를 쐈다면 나 후보 진영에서는 소총으로 응사한 셈이었죠. 투표율이 50%를 넘으면 삼각산에서 웃옷을 벗고 인증 샷을 날리겠다는 연예인 김제동 씨의 트윗, 박주영 선수가 10번 달고 1번 골키퍼를 제치고 골을 넣은 것은 불법 선거운동이라는 우스개 트윗 등 박 후보에게 유리한 게 많았습니다.

한나라당이 트위터 전문가를 영입하기로 한 것은 트위터 선거전에서 졌다는 반성에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전문가를 영입해 트위터를 배워야 한다는 위기감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전문가 영입 방침은 조롱거리가 됐습니다. 트위터 선거전에서 패배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한 채 전문가를 영입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얘기였습니다.

다음과 같은 트윗이 나돌았습니다. ‘트위터=진심’이라는 진리를 깨닫는데 일반인은 오래 걸리지 않았는데 이분들은 대체 왜 이러느냐, 전문가를 영입해 한 수 배우겠다는 발상은 트위터를 전혀 몰라서 나온 발상이다, 소통 방식보다 소통 내용이 중요하다는 것을 그들은 언제 깨달을까….

트위터가 서울시장 선거만 좌우한 것은 아닙니다. 이란과 이집트에서는 트위터가 시민혁명을 촉발하는 기폭제가 됐습니다. 위키피디아에는 ‘트위터 혁명(Twitter Revolution)’이란 단어까지 게재됐죠. 트위터 세상에서는 거짓과 권세가 통하지 않고 진실과 실력만이 인정받습니다. 서울시장 선거는 일종의 ‘트위터 혁명’이었고 세상이 달라졌다는 것을 입증했습니다.



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블로그 ‘광파리의 글로벌 IT 이야기’운영자·트위터 @kwang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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