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상품 최종병기


“드디어 올 게 왔다.” 이르면 11월 도입되는 ‘한국형 헤지 펀드’ 말이다. 사실 사전적으로 헤지 펀드의 의미는 ‘위험을 피하는 펀드’라는 의미에 불과하다.하지만 이 의미를 뜯어보면 일종의 역설이다.

지금까지의 금융 상품은 고위험·고수익이냐, 저위험·저수익이냐의 선택만 강요해 왔다.

하지만 헤지 펀드는 수익만 남기고 위험을 없애기 위해 지금까지 인간이 만들어 낸 모든 상상력을 동원한 ‘최후의 금융 상품’이다. 이제 국내에도 본격적으로 막이 열리는 헤지 펀드의 시대, 우리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헤지 펀드 투자판 바꾼다
한국형 헤지 펀드(Hedge Fund) 출시가 눈앞에 다가왔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 등 헤지 펀드 도입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 금융 당국은 10월 24일 자산운용사들을 대상으로 헤지 펀드 인가 가접수를 받는다. 이에 따라 이르면 11월 중 한국형 헤지 펀드 제1호가 출시, 국내에도 본격적인 헤지 펀드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한국형 헤지 펀드 도입이 개인 자산 관리 시장 및 관련 산업에도 큰 변화를 불러 올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 당국의 규제 정비로 인가 받은 운용사들은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길이 열리게 된다. 이와 함께 헤지 펀드의 생태계 격인 ‘프라임 브로커’가 헤지 펀드에 증권 대차와 대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위험 감수의 능력이 있는 개인은 헤지 펀드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2012년 5조 원 수준 성장할 것

헤지 펀드를 쉽게 규정하기는 힘들다. 다만 이들은 금융시장의 위험(risk)을 회피하기 위해 다양한 첨단 헤징 기법과 재정 거래, 레버리지(차입)를 활용한다. 그 변화무쌍한 성격 때문에 해답도 고정되기 힘들며 국내외 금융시장 여건 변화와 추세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한다. 이 때문에 그간 국내에서는 여러 규제를 통해 본격 헤지 펀드를 인정하지 않았다. 자칫 잘못하면 시장의 기반이 취약한 한국 금융 시장이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안정적으로 운용한다’는 헤지 펀드는 역설적으로 일확천금의 기회를 주기도 한다. 조지 소로스의 ‘퀀텀펀드’는 1992년 유럽의 통화가 불안해진 틈을 타 영국 파운드화를 투매해 1주일 만에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을 벌어들이기도 했다. 반면 옵션의 가격 결졍 모형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마이런 숄즈가 월스트리트의 대부 존 메리웨더와 함께 세운 헤지 펀드 롱텀캐피털은 1998년 러시아 국채에 대규모 베팅했다가 갑작스러운 모라토리엄으로 파산 상태에 이르며 글로벌 금융시장을 흔들기도 했다.

하지만 헤지 펀드는 이미 그에 대한 찬반이나 규제 논의와 무관하게도 세계적으로 무서운 속도로 성장해 왔다. 1995년까지만 해도 전 세계적으로 2800개 정도에 불과했고 운용 자산 규모도 28억 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수가 1만 개가 넘는 데다 운용 자산 규모도 2조 달러를 넘어서는 등 글로벌 펀드 산업의 6분의 1을 차지한다.

국내 금융 산업이 점차 성장을 거듭하면서 이 같은 세계적 트렌드를 따라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메리츠종금증권은 한국형 헤지 펀드 시장이 초기 약 5조 원, 3년 후에는 약 20조 원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 형성 초기 개인 투자자 비중과 유사한 상품인 자문형 랩의 월평균 성장률(4.1%)을 감안한 수치다.
헤지 펀드 투자판 바꾼다
이홍표 기자 hawling@hankyung.com
취재=이홍표·박진영 기자·조지은 인턴기자│사진=서범세·김기남·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