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준비하는 노후 마스터플랜] 노후 대비 금융 상품

은퇴 후 필요한 생활 자금은 얼마나 될까. 막연히 몇 억 원 정도라고 생각하거나 아예 별다른 생각이 없다면 은퇴한 뒤 돈 문제로 고생할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다. 은퇴 후 쓰게 될 노후 자금을 계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은퇴 후 ‘얼마의 돈으로 몇 년 간’ 생활할지를 따져보면 된다. 이때 생활비는 보통 은퇴 직전의 연봉을 기준으로 하는데, 연봉의 60~80%로 잡을 때가 많다.
즉시연금·월지급식 인기 ‘상한가’
예를 들어 퇴직 직전의 연봉이 3000만 원이고 70% 정도를 은퇴 생활비로 예상한다면 매월 175만 원 정도의 돈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만약 은퇴 후 20년을 더 산다고 하면 4억2000만 원이, 30년을 더 산다면 6억3000만 원이 필요하다.

생활하기도 빠듯한 것이 대다수 직장인들의 실정이지만 이 정도 목돈이 있어야 노후 생활이 가능하다는 결과를 알게 되면 등에 한 줄기 식은땀이 흐를 만도 하다.

2010년 서울대 베이비부머 패널조사팀이 4674명의 베이비붐 세대를 조사한 적이 있다. 조사 결과 이들의 평균 부동산 자산은 2억7500만 원, 금융자산은 4499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를 뺀 순자산은 평균 2억9633만 원이었다. 응답자들은 월평균 생활비로 211만 원 정도를 예상했다. 60세부터 80세까지만 산다고 해도 20년이면 5억 원이 넘는 돈이 필요하지만 순자산은 약 3억 원에 그쳤고 그나마 부동산을 포함했을 때다.

은퇴 뒤에도 제2의 인생을 살기 위한 ‘일거리’를 찾았거나 준비하고 있다면 모를까 이도 저도 아니라면 하루라도 일찍 노후 자금 마련 대책 찾기에 나서는 게 현명하다. 10대나 20대부터 노후 준비를 시작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것을 감안해 보면 30대, 늦어도 40대부터는 반드시 은퇴 자금 마련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행에 옮겨야 한다.

세제 혜택 다양한 연금 상품

은퇴 후 생활 자금을 이루는 3대 축은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이다. 국민연금은 노후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공적 연금이다. 퇴직연금은 2005년에 도입됐다.
즉시연금·월지급식 인기 ‘상한가’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은 강제력이 강한 공적 연금이라는 점에서 은퇴 자금의 기본 축을 이루는 중요한 뼈대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연금만으로는 편안한 노후를 기대하기 어렵다.

단적으로 국민연금만 해도 30, 40세대들에게는 ‘내가 수령할 시점에 기금이 바닥나는 것은 아닌가’하는 두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

강제력이 있는 국민연금·퇴직연금과 달리 개인연금은 용어 그대로 개인의 의사에 따라 자유롭게 가입하는 연금을 말한다. 개인연금이 한국에 처음 도입된 건 1994년인데, 2000년 들어 일시납 즉시연금이 등장하고 2002년에 변액연금이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개인연금 시대가 시작됐다.

개인연금 상품의 종류는 세기 힘들 정도로 매우 다양하지만, 크게 연금펀드·연금저축·연금보험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상품의 종류에 따라 각각 순서대로 증권사·은행·보험사에서 판매한다. 개인연금의 가장 큰 특징은 소득공제와 비과세 같은 세제 혜택이다. 올해부터는 연금펀드와 연금저축 상품의 소득공제 한도가 연 400만 원으로 확대됐다.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연금펀드의 최소 납입 기간은 10년 이상으로 연금 수령 시점은 55세 이후다. 납입액 100%에 대해 최고 연 400만 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이 주어지지만 예금자 보호 대상 상품은 아니다. 연금을 탈 때 5년 이상 분할 수령하면 5.5%의 연금소득세를 원천징수한다. 연금펀드와 연금저축은 모두 중도 해지하면 기타소득세가 22% 과세된다. 5년 이내에 해지하면 해지가산세 5.5%가 추가된다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은행에서 판매하는 연금저축도 최소 납입 기간, 연금 수령 시점, 소득공제 한도, 연금 수령 시의 과세, 중도 해지 수수료 등이 모두 연금펀드와 같다. 다만 은행법에 따라 5000만 원 이하의 금액은 예금자 보호가 가능하다.

보험사가 판매하는 연금보험은 대표적인 세제 비적격 상품으로, 최소 납입 기간은 보험사나 상품마다 다양하다. 5000만 원 이하로 예금자 보호가 되고 연금 수령 시에는 완전 비과세되는 혜택이 있다. 10년 이상 지나면 금융소득 종합과세에서도 제외된다. 연금펀드나 저축 같은 소득공제 혜택이 없는 것이 아쉽지만 좀 더 여유가 있다면 일정 비율의 세제 비적격 보험에 가입해 세후 수익을 늘리는 것도 좋은 노후 자금 마련 대책이다.

최근에는 즉시연금보험도 주목을 받고 있다. 즉시연금은 일정한 적립 기간과 거치 기간이 없는 상품을 말한다. 목돈을 일시에 넣어 놓고 납입 즉시 매달 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상품이다. 10년 이상 유지하면 비과세 혜택도 있다. 공시 이율을 5%로 잡았을 때 만 55세 남성이 퇴직금 3억 원을 맡기면 매달 139만 원(종신형)이 지급된다.

올 들어 즉시연금보험 가입액은 1조 원을 넘어서며 인기몰이 중이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퇴직금 등 목돈을 쥔 은퇴자들이 가입을 서두르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30대는 변액유니버설보험 ‘주목’
즉시연금·월지급식 인기 ‘상한가’
즉시연금이 인기를 끄는 것과 동시에 월 지급식 펀드도 유행을 타고 있다. 즉시연금과 월 지급식 펀드는 매달 일정액의 돈이 나온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이 때문에 즉시연금에 돈이 몰리기 전까지만 해도 월 지급식 상품이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월 지급식 펀드는 말 그대로 펀드다. 주식 등과 연계돼 실적을 배당받기 때문에 주가가 오르면 초과 수익도 가능하지만 반대로 원금 손실도 각오해야 한다.

요즘과 같은 급락장에서는 월 지급식 펀드의 장점이 빛을 발하기 어렵지만 불과 한두 달 전만 하더라도 월 지급식 펀드의 인기는 대단했다. 지난 2004~2005년 사이에 거센 바람을 일으키며 금융 투자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왔다고 평가받는 적립식 펀드에 견주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였다.

월 지급식 펀드는 적립식 펀드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편하다. 적립식 펀드는 매달 일정 금액을 붓고 운용 수익에 따라 만기에 목돈을 만드는 개념이다. 이에 비해 월 지급식 펀드는 한 번에 목돈을 부어 놓고 이를 일정 기간마다 조금씩 나누어 수령하는 형태다. 운용 수익에 따라 배당을 받는다는 점에서 연금과 다른 개념이지만, 매달 일정액을 챙긴다는 점에서 ‘월급 주는 펀드’로 불리며 연금 상품을 대체하고 있다.

노후 자금 마련용으로 꾸준히 사랑을 받는 대표적인 상품으로 변액연금보험도 있다. 이 상품은 안정적인 적립식 투자로 초과 수익을 달성하면서도 보험의 주요 기능인 원금 보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10년 이상 유지했을 때 과세도 면제되는데 장기적인 성격의 노후 자금 마련용이라는 점에서 10년 비과세 혜택은 분명 매력적이다. 최근에는 스텝업이나 롤업 기능을 더해 원금의 200~300%를 보장해 주는 상품도 등장했다.

조금 더 시간적 여유가 있는 30대라면 변액유니버설보험도 가입할 만하다. 이 상품은 변액연금보험과 달리 펀드 투자를 더한 실적 배당형 상품이다. 변액연금보험과 같은 원금 보장이 쉽지 않지만 10년 이상의 장기 투자가 목적이기 때문에 원금 손실 가능성은 적은 편이다. 마찬가지로 10년이 경과하면 비과세되고 가입 후 2년이 지나면 중도 인출도 가능하다. 애초에 약정한 보험료 외에 추가 불입도 가능해 입출식 보험 통장이라고도 한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