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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본열도에선 사원식당의 화려한 부활이 화제다. ‘사원식당’은 일종의 붐으로까지 확산되는 모습이다.그만큼 사원식당을 둘러싼 관심이 뜨겁다. 불을 지핀 건 작년 출간돼 단기간에 100만 부를 돌파하며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등극한 요리책이다. 속편까지 합해 누계 223만 부나 팔려나갔다. 체중계 메이커 사원식당의 레시피를 다뤘는데 입소문이 상당하다.
쉽고 건강한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출판계는 사원식당 붐을 단기간에 일으켰다. 아마존재팬에 ‘사원식당’을 입력하면 단행본만 672권이 나온다.
사원식당 붐은 ‘사식(社食).com’이란 커뮤니티까지 만들어냈다. 신입·여성 사원 사이에선 직원식당 유무 및 평판 여부가 기업 선택의 변수로 이해되면서 사원식당 변신 과제를 우선순위에 올리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관심과 열기의 증거다.
사원식당의 랭킹 매기는 사례도 나타나
언론도 가세했다. 아사히TV는 유명 회사의 사원식당 탐방 프로그램으로 시청자의 눈을 잡았다. 사원식당을 랭킹처럼 도표화해 비교하는 시도도 끊이지 않는다.
특이한 운영 방식과 메뉴 구성을 소개하는 기사도 봇물처럼 쏟아진다. 일부 매체는 ‘사식탐험대’ 등의 고정 기사를 배치하기도 한다.
가령 ‘프레지던트’는 ‘밥이 바뀌면 회사가 변한다’는 아이템으로 사원식당의 경제학을 다뤘는데 큰 인기를 끌었다. ‘닛케이우먼’은 “장기 불황과 성과 경쟁 등으로 살벌해진 직장 환경이 사원식당 변신 개조 덕분에 소통과 웃음 공간으로 업그레이드됐다”고 평가한다.
학계에선 사원식당의 배려가 신뢰 확보의 기본이 된다며 채택할만한 소프트웨어 전략 중 하나로 권유된다. 구글의 높은 직원 만족도의 근원이 직원식당이란 연구 결과도 나왔다.
사원식당은 기업이 복리후생 차원에서 제공하는 식당 시설을 말한다. 과거 종신고용·연공서열에 맞춘 생활급과 함께 월급 이외의 복리후생으로 비교적 중시되던 부가 수혜였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복합 불황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우선순위가 떨어지거나 혹은 폐지되는 아픔을 겪었다.
동시에 사원식당을 둘러싼 부정적인 고정관념도 지배적이었다. 값은 비교적 싸지만(혹은 무료) 맛이 문제였다. 기업이 선심을 쓰면서도 칭찬은커녕 본전조차 찾지 못하는 게 비일비재했다.
그랬던 게 사원식당 붐과 맞물려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비용 대비 기대 효과가 높다고 알려지면서 기업의 상황 대처가 눈에 띄게 적극적으로 변했다. 사회문제로까지 부각된 소통 불통의 해결책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얇아진 주머니 사정에 도움이 될뿐더러 소원했던 동료 직원과의 자연스러운 커뮤니케이션 기회 제공이 그렇다.
실제 해당 임직원의 사원식당 이용 만족도는 의외로 높아졌다. 좋은 사원식당을 운영한다는 이유만으로 일류 직장이라는 브랜드 가치까지 끌어올린다.
우수 인재를 흡수하는 역할도 한다. 사원식당의 호평 여부가 복리후생의 상징 조치로 인식된 결과다.
언론 등의 집중 노출 덕분에 몇몇 기업의 사원식당은 상당히 유명해졌다. 사원식당 붐을 일으키며 저칼로리·저염분의 건강식을 제공해 화제를 모은 타니타가 대표적이다(박스기사 참고). 이 밖에 24시간 무료로 식사·간식을 내놓는 GMO의 사원식당도 유명하다.
종합 인터넷 업체인 GMO는 복리후생의 확충 차원에서 제1탄으로 사원식당을 선정했다. 24시간 운영은 잔업·야근이 많은 업무 특성을 반영한 결과다. 게다가 전부 무료다. 직원뿐만 아니라 가족과 거래처 사원에게도 해당된다. 이 때문에 외부인과의 런치 미팅은 일상적이다. 사내 탁아소에 맡긴 자녀와 함께 식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맛은 최고 수준이다. 빵은 호텔 제과점에서 조달하고 커피머신을 둬 입맛에 따라 고르도록 했다. 과자·과일도 가득하다. 식사 코스는 10종류가 준비되는데 역시 칼로리와 원산지 관리에 엄격하다. 회사 관계자는 “사원식당 프로젝트팀을 구성해 다양한 벤치마킹을 통해 195개의 아이디어를 채택한 결과”라고 했다.
최근의 변화 양상은 몇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메뉴가 다양화됐다. 학교 배식에 비유되는 1~2가지의 단순 메뉴에서 레스토랑처럼 주문 항목을 늘린 기업이 많아졌다. 높아지는 건강 지향성을 감안해 저칼로리 메뉴를 도입한 곳도 많다. 그릇과 접시 크기를 세분화해 식사량을 조절할 수 있는 식당도 많다. 맛의 고급화도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다.
사원의 의견을 듣고 이를 계속 개선해 사원 개개인의 기호에 맞추도록 노력 중이다. 식당 공간의 확대 추세도 눈에 띄는 현상 중 하나다. 사원식당을 일종의 휴식 공간으로 인식해 공간 이용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다. 식사 시간 이외에는 식당 공간을 소통(커뮤니케이션) 현장으로 재활용하기 위해 틀에 박힌 식당 냄새를 없애기도 한다. 언제든 가볍게 찾아와 쉬고 마실 수 있는 카페테리아 공간으로의 변신이 그렇다. 저녁엔 바(Bar) 형태로 운영하는 건 기본이다. 간단한 드링크와 안주를 무료로 제공하고 파티를 열 수 있도록 배려한다.
무료로 사원식당 운영하는 곳도 크게 늘어
이 밖에 사원식당의 진화엔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총동원된다. 식비 보조는 기본이다. 저가 공급마저 포기하고 아예 무료로 운영하는 곳도 많다. 점심뿐만이 아니다. 하루 3끼 전부를 제공하는 기업도 하나둘 늘어나는 추세다. 방문 손님을 배려해 단독 공간을 설치한 세심한 배려도 주목된다. 전망이 가장 좋은 곳에 식당 공간을 배치하는 건 상식이다. 널찍한 공간 배치로 점심시간의 수용 능력을 높인 기업도 많다. 회전 스시처럼 다양한 가격대의 메뉴도 선보인다.
대기업은 메뉴가 100가지가 넘는다. 품질도 고려 대상이다. 외부 요리사를 초빙해 최고의 품질을 추구한다. 호텔 식당과 제휴하는 곳도 늘었다. 공장 텃밭의 농작물을 재료로 쓰는 회사도 있다. 식당 한쪽에 주점 스타일의 공간을 둬 저녁 식사 때 간단한 반주도 가능해졌다. 전문가를 배치해 식사 이후 골밀도 등 직원 건강을 챙기는 기업도 있다. 굳이 사원식당까지 가지 않아도 메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사내 정보망을 활용하는 움직임도 늘어났다.
‘인기 폭발’타니타의 사원식당
500kcal짜리 건강·다이어트식 제공 ‘인기’
사원식당 붐에 불을 댕긴 건 출판계다. ‘체지방계 타니타의 사원식당’이란 책이다. ‘500kcal에 배부른 정식’이란 부제가 붙으며 화제를 낳았다.
2010년 초 발매된 이후 500일 가까이 베스트셀러 1위(9월 말 현재)에 랭크 중이다. 요리책으론 드물게 100만 부 판매 기록(8개월)까지 세웠다.
1년 후 발매된 후속 책도 베스트셀러 종합 2위를 달리며 승승장구 중이다. 책은 타니타란 회사의 사원식당이 제공하는 건강식 레시피를 소개한다. 끼당 500kcal의 2인용 조리법 30종류가 수록됐다.
사원식당에서 밥 먹는 것만으로 다이어트 효과를 봤다는 생생한 증언도 곁들였다. 이는 다이어트 후기처럼 회자되며 체중과 건강을 유지하려는 수요를 단번에 잡았다. 일반 가정에선 ‘타니타 벤치마킹’도 화제다.
타니타는 체중계 회사다. 일본 최초의 가정용 체중계 제조·판매 회사다. 책은 ‘체중계 메이커의 임직원은 어떤 음식을 먹으며 건강을 지킬까’라는 의문에서 기획됐다. 건강 이슈의 회사답게 12년 전부터 사원식당에 저칼로리·저염분의 건강식을 제공 중이라는 입소문도 한몫했다. 건강식인데도 포만감과 맛까지 갖춰 화제 집중이다. 풍부한 계절 채소와 천연 육수를 사용하고 철저한 예약 시스템 등 타니타 사원식당의 운영 노하우를 배우려는 문의도 많다.
이 회사의 식당 풍경은 다소 특이하다. 메뉴는 매주 이슈를 정해 달라진다. 철분·스트레스·식물섬유 등 건강 테마에 맞춰 식단이 꾸려진다. 식단은 영양사의 해설이 곁들여져 건강 정보를 챙기기에 좋다. 메뉴는 밥·국·반찬(2개), 메인 음식의 5개 종류로 구성된다. 총칼로리는 500kcal 이하다.
배식 창구에 저울을 둬 자신의 식사량을 조절하는 것도 특징이다. 또 계절 채소는 크기가 큼직하다. 오래 씹어 건강을 챙기고 포만감을 높이기 위한 배려다. 향이 강한 야채를 사용해 소금을 대체한 것도 포인트다. 회사는 “체중과 건강과 식사는 아주 밀접하다”며 “먹는 것을 통해 사원 건강을 관리하자는 차원에서 공을 들인다”고 밝혔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전 게이오대 방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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