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묵묵히 살아가는 아버지의 인생 속에서 중요한 삶의 진리를 터득했다.
이는 한국에서 최초로 창립된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 굿네이버스를 현재까지 이끌어 오는 걸음마다 커다란 원동력이 되었다.
평소 무뚝뚝하셨던 아버지는 우리 9남매에게 늘 엄격했고 다정한 대화는 별로 하지 않으셨다. 그렇지만 지방에서 기독교 목회 활동을 하셨기에 오래도록 집을 비우는 일이 빈번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로서 든든하게 당신의 가르침을 분명하게 자식들에게 심어 주셨다. 또 내게 ‘너는 이러한 인생을 살아라’라고 하거나 내가 추구하는 삶에 대한 지나친 간섭을 하지 않고 존중해 주셨다.
그래서 나는 자식을 키우며 아버지에게서 배웠던 몇 가지 원칙들을 그대로 전수하려고 애를 썼고, 아버지와 충분한 대화를 하지 못하고 자란 아쉬움을 내 자식들이 느끼지 않게 하려고 시간이 되는 대로 자녀들과 대화를 통해 내가 경험한 인생을 나누려고 노력해 왔다.
아버지가 내게 해 준 것을 그대로 자식에게 전수한 경험이 있다. 내가 고등학교 때의 일이다. 아버지가 밥상을 물리고 단둘만의 대화를 통해 “이제 너는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고,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장가를 갈 만큼 성장했으므로 이제부터 나를 너무 무서워하지 말고 하고 싶은 얘기를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도 오늘부터 너를 어른으로 대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때 그 경험이 인상 깊어 나도 아들이 고등학교 2학년이 된 후에 아내와 딸 둘과 함께 모여 “내가 아버지에게 이러한 얘기를 들은 경험을 너에게도 동일하게 공유하고 싶다”고 해 아들과의 관계가 돈독해졌다. 그날의 기억은 지금 생각해도 새롭고 내가 어릴 적 그 경험을 하게 해주신 아버지께 감사했다.
아버지로서 오랜 세월을 지내고 돌아보니 아버지는 존재 자체로 자식의 울타리이고 자식의 재산이었다. 아버지로서 자식을 양육하는 이시대의 젊은이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자식이 아버지를 통해 많은 에너지를 얻고 마음에 새기게 되므로 아버지는 무한한 에너지를 자식에게 공급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무한한 에너지’란 물질적인 것보다 자식에게 “항상 자립과 독립에 관한 아버지의 지원과 지지가 있다”는 사실을 주지시켜 주는 것이다. 나는 자식들에게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연애’를 강력히 권유했고 우리 아이들은 남들보다 일찍 결혼하고 독립했다.
아버지는 자식을 믿어주고, 자식은 아버지를 믿고 의지하는 모습을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아버지의 몫이 아닐까. 나는 우리 아버지가 나를 믿어주고 나에게 독립적 사고와 자율적 행동을 지지해 주신 ‘믿음’이 내 인생의 큰 밑거름이 되었다고 믿는다.
이일하 국제구호개발 NGO 굿네이버스 회장, 한국NPO공동회의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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