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Up_조양호 한진그룹 회장·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위원장

“평창!”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의 입에서 ‘평창’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동계 올림픽 유치전에 뛰어들었던 모든 이들이 얼싸안고 눈물을 훔쳤다. 대통령도, 글로벌 기업의 총수도, 스포츠 스타도 그 자리에선 모두 어린아이 같은 기쁨과 감동을 나눌 수밖에 없었다.

언론에서 대통령과 김연아 선수 등 평창 유치의 주역들을 칭찬하기 바쁜 가운데 이들의 뒤에서 실질적인 살림꾼 역할을 맡은 사람은 따로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대한항공 최고경영자)이다.

조 회장은 평소 언론에 모습을 잘 보이지 않는 경영인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일찍이 스포츠계에서만큼은 위상과 활약이 대단했다. 2008년 대한탁구협회 회장을 맡은 것으로 스포츠와 인연을 맺은 조 회장은 2007년 ‘2014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위’ 고문을 역임하며 국제 스포츠계에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유치위 활동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2009년 9월 14일 조 회장은 다시금 ‘2018년 동계 올림픽 유치위’에 컴백한다. 이번에는 외곽이 아닌 유치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가적 대업에 심부름꾼 역할을 해야겠다는 소명의식을 가지고 위원장직을 맡았습니다.”

유치위원장직을 수락하며 조 회장이 한 말이다. 조 회장은 ‘삼수’에 도전하는 평창의 올림픽 유치를 이끌어낼 최적임자로 꼽혀 왔다.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갖춘 물류사와 항공사의 CEO답게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세계 유수의 기업가 및 사회 지도층과 유대 관계를 이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 세계 34개국 전세기로 이동

조 회장은 정식으로 위원장에 취임하기 전부터 평창에 모든 것을 건 행보를 시작했다. 2009년 7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8차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총회’에 참석한 조 회장은 IOC·OCA 위원들을 일일이 찾아가 만나며 평창의 지난 두 차례 실패 원인을 경청했다. 한국에 돌아온 조 회장은 대한항공 헬기를 이용해 바로 평창으로 날아가 실사에 나서기도 했다.

조 회장은 회장 취임 후 본격적인 글로벌 유치전에 나섰다. 덴마크·네덜란드·모나코·독일·스위스 등에서 열린 IOC 총회는 물론 각종 스포츠 대회, IOC 집행위원회 등에 빠지지 않았다. 얼마 전에는 모나코 알베르 왕자의 결혼식에도 참석해 세계 각국의 귀빈들에게 평창 지지를 호소했다.

대한항공이 보유한 비즈니스 전세기를 이용해 그가 움직인 거리는 50만9133km에 이르고 방문한 국가만 34개국이다. 이는 지구 13바퀴를 돈 것과 같은 거리다. 조 회장은 다른 유치위원들이 이동할 때도 전세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 더욱 효율적인 유치 활동을 측면 지원하기도 했다.

평창 유치가 확정된 후 모두가 감격의 눈물을 흘렸지만 조 회장은 이내 흥분을 가라앉히고 앞으로 남은 과제를 생각했다.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1988년 하계 올릭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것처럼 세계가 놀랄 동계 올림픽을 만들겠습니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