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랙션은 어떤 방식으로 사업을 할까. 박 대표는 “그럴 시간에 내면의 진지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게 훨씬 유익하다”고 일갈한다. 인간 내면이 원하는 것을 탐구하다 보면 세미나 같은 걸 따라다닐 필요가 없다는 게 박 대표의 지론이다.
남들이 무얼 하건 신경 쓰지 않는 회사, 세 살짜리도 알아들을 만큼 아주 심플하지만 아주 강력한 사업 모델을 갖고 있는 회사, 랙션의 박성호 대표를 만났다.
무려 15년을 준비한 창업의 길
박성호 대표는 본인 스스로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생소한 인물’이라고 말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시각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정보통신 분야보다 광고와 마케팅 분야의 일을 해 왔다.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은 신세계백화점이었다. 1997년 그는 자기 일을 해보고 싶어 회사를 나와 개인 사업을 시작했다. 이때 그가 시작한 것은 광고 에이전시였다.
우선 그는 ‘공짜’라는 것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공짜로 제공하면서 큰 혜택을 주기 때문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 뭐가 있을까’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 그가 하고 있는 일은 1997년부터 시작된 이런 고민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따지면 창업 준비에 무려 15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셈이다.
그는 2005년께 ‘사색의 향기’라는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쉽게 말해 이 사이트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e메일로 레터를 보내주는 사이트였다. 레터를 보내 사이트를 알게 하고 사이트를 방문해 댓글을 남기는 사람들에게 책을 보내주는 방식이었다. 많은 출판사가 기꺼이 참여해 한동안 활발하게 활동했었다.
그가 온라인상의 배너 광고에 대해 회의를 갖고 제대로 된 광고 모델을 고민한 것은 이런 경험에서 기반한 것 같다. 인터넷에서 광고는 넘쳐나지만 대부분은 쓰레기 취급을 당한다.
“노출을 얼마나 많이 하느냐는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반응이 훨씬 중요하죠. 사람들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광고는 광고가 아닙니다.”
그는 온라인 광고의 문제점을 생각하면서 새로운 광고 모델을 깊이 고민했다. 그러다가 2007년 랙션을 창업했다. 처음엔 자신이 하고 싶은 지금의 사업을 하기 위한 개발 자금이 절실히 필요했다. 그래서 자금 마련 용도로 블로그 마케팅을 하면서 기획 및 개발을 했다. 그런데 잘 안 됐다.
“블로그 마케팅은 돈이 안 됐습니다. 그런데 돈이 안 되는 것에 인력을 쓰면서 원래 하고 싶었던 것을 하기가 힘들었죠. 시간이 오래 걸린 것도 그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결국 블로그 마케팅은 접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에 올인하자고 작정했습니다. 그게 작년이었습니다.”
막상 올인하려고 마음먹고 보니 쓸 만한 인재가 부족했다. 특히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그로서는 개발자가 필요했다. 그는 무작정 서울시대학생개발자연합동아리(SOPT)를 찾아갔다. 자신이 준비한 사업 구상을 학생들을 대상으로 발표했다. 그의 발표를 듣고 4명의 학생이 휴학계를 던지고 그의 사업에 합류했다.
랙션의 모바일 광고는 ‘소비자들이 결코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을 마피아 오더라고 불렀다. 랙션이 지향하는 것은 자주, 많이 노출하는 것이 아니라 짧더라도 강렬하게 노출한다는 것이다.
하루에 딱 2분만 소비자들의 관심을 얻어내면 된다는 것이 박 대표의 생각이다. 랙션은 아주 심플하다. 스마트폰에서 랙션 앱을 다운로드받은 후 개인 정보 입력도 없이 바로 동영상 광고를 하나 보고 스마트폰을 마구 흔들면 된다.
시간 제약은 있다. 월·수·금 오후 1시에 벌어지는 랙션 이벤트에 맞춰 ‘흔드세요’라는 메시지가 뜨면 스마트폰을 열심히 흔들면 된다. 그 시간에 광고를 보고 스마트폰을 흔든 사람 중 가장 많이 흔든 사람부터 순위가 매겨진다. 이 가운데 1등부터 100등까지 그날의 광고 상품을 주는 것이다.
이 플랫폼은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광고하는 기존 푸시형 광고와 달리 ‘놀이’에 참여해 반응하는 쌍방향 형식이다. 소비자는 광고 시청 후 공짜로 상품을 제공받으며 광고주는 소비자들에게 짧은 시간 동안 자사의 상품을 확실하게 알릴 수 있다.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집중도가 매우 높다는 것이 특징이다. ‘매일매일 랙션 타임, 세상을 흔들겠다!’
현재 랙션은 1주일에 세 번 이벤트를 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벤트로 인식하겠지만 광고주들에겐 집중도가 매우 높은 광고가 된다. 조만간 랙션은 이를 하루 7번 매일 이벤트로 늘릴 계획이다. 그리고 하루에 여러 번 하는 것도 이른 시일 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랙션은 참여하는 재미가 있는데다 실시간으로 당첨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박 대표는 광고 기획사와 접촉하면서 해외 진출 방안도 모색 중이다. 이르면 5월 중 해외에서도 이런 광고 기법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랙션은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 구글이 전 세계를 장악했지만 모바일 광고에서는 시장이 다른 양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랙션의 광고 기법이 모바일에서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임원기 한국경제 IT모바일부 기자 wonkis@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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