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 들고 체질 개선 고민하는 KT&G
병 주는 회사에서 약 주는 회사로. 케이티앤지(KT&G)가 ‘담배 회사’에서 ‘헬스·화장품 회사’로 거듭나고 있다. KT&G는 4월 20일 소망화장품 인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망화장품은 중저가 브랜드 ‘꽃을 든 남자’와 한방 화장품 ‘다나한’으로 알려진 중저가 화장품 업체로 지난해 매출 1219억 원 규모다.비상장 회사인 소망화장품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110억 원이었으나 선물옵션 투자에서 130억 원의 손실을 보는 등 107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KT&G 측은 “인수를 검토한 것은 맞지만 이제 막 의견을 교환한 정도로 인수·합병(M&A)을 할지, 전략적 제휴만 할지 결론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셀트리온 지분 매각으로 2000억 원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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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는 지난해 한방 화장품 진출을 선언했고 계열사로 영진약품·케이티앤지바이오를 보유하고 있어 소망화장품을 인수하게 되면 자력으로 나서는 것보다 빨리 신사업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
KT&G는 지난해 민영진 신임 사장 취임 이후 신사업 진출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담배 제조·판매만으로는 성장의 한계에 부닥쳤기 때문이다. 국내 흡연율은 지난 2000년 34.5%에서 지난해 20.7%(보건복지부)로 40%가 줄어든 상태.
또한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와 제이티인터내셔널(JTI) 등 외국계 업체의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KT&G의 국내 점유율은 50%대에 그치고 있다. KT&G는 프리미엄 담배 개발, 해외 진출, 부동산 개발 사업 등으로 매출 감소를 돌파하고 있지만 2004년 2조6533억 원이던 매출액은 2008년 2조6446억 원으로 정체 상태다.
반면 자회사인 한국인삼공사의 매출액은 꾸준히 늘고 있다. 2000년 1506억 원이던 매출액은 2010년 8427억 원으로 10년 사이 5.6배 늘어났다. 한국인삼공사의 브랜드인 ‘정관장’은 현재 국내 홍삼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1999년 분사된 한국인삼공사는 고성장을 거듭하는 반면 모회사인 KT&G는 매출이 줄어들면서 KT&G는 국내에서 가장 먼저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2011 회계연도부터 상장사와 금융회사는 IFRS가 의무 대상이지만 2009년부터 자율적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했는데, KT&G는 2009 회계연도부터 IFRS를 도입했다. 기존 회계기준에서는 개별 재무제표를 기본으로 하고 추가로 연결재무제표를 허용한 반면 IFRS에서는 자회사가 모두 포함된 ‘연결재무제표’를 기본 재무제표로 하도록 의무화돼 있다. KT&G와 한국인삼공사의 매출과 순이익을 함께 제시하는 것이 KT&G에는 유리한 것이다.
KT&G의 신사업 진출은 지난해부터 가시화되기 시작됐다. 일단 M&A를 위한 실탄으로 볼 수 있는 현금 확보에 주력했다. 2010년 4~5월에 걸쳐 보유하고 있던 셀트리온 주식 1303만 주를 전량 매각해 1954억 원의 현금을 마련했다.
이 밖에 자산을 매각해 마련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010년 12월 말 기준으로 9813억 원에 이른다. 전년인 2009년의 3166억 원에 비해 6000억 원 이상 늘어난 금액이다.
셀트리온 매각 직후인 7월 26일 KT&G는 기존에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영진약품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2847만 주를 신규 취득했다. 기존 주식을 포함해 9413만 주로 지분율 53%가 되면서 경영권을 획득했다. 제약·바이오 사업의 진출 신호탄이었다.
6월 30일에는 한국인삼공사의 자회사였던 케이지씨판매(현 KGC라이프앤진) 지분 전부인 30만 주를 인수한 후 유상증자에 참여해 420만 주를 추가 취득했다. 지난해 11월 1일 KT&G는 KGC판매의 사명을 KGC라이프앤진(KGC Life & 眞)으로 바꾸고 출범식을 가졌다.
한국인삼공사와의 역할을 구분해 비홍삼 건강식품 및 한방 화장품 사업을 본격화하는 출발이었다. KT&G 측은 KGC라이프앤진의 사업군을 ‘신개념 건강 전문 프랜차이즈·한방화장품·전문기능식품·방문판매’라고 밝혔다.
KT&G에 따르면 신개념 건강 전문 프랜차이즈란 한약방·건강원·건강식품 전문점을 통합한 퓨전 건강 전문 매장으로, 한국인삼공사가 공급하는 한약재를 활용하게 되며 2012년 하반기에 첫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한방 화장품 역시 홍삼과 한약재를 원료로 한 프리미엄 한방 홍삼 화장품으로 내년 하반기 제품이 출시된다. 전문 기능식품은 처방약과 함께 치료 효과를 높이는 건강기능식품으로 의료기관과 공동으로 제품을 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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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장의 하락세에 따른 담배 매출 감소는 해외 진출로 뚫고 있다. KT&G의 제품은 중동·중앙아시아·러시아·동남아시아 등으로 수출되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인도와 브라질 등 신시장으로의 수출이 확대되면서 판매 호조를 보였다.
지난해 10월 완공된 러시아 공장도 올해 2월부터 가동되기 시작했다. 러시아는 중국에 이은 세계 2위의 담배 시장으로 러시아 내 KT&G의 점유율은 1.5%, 특히 초슬림 담배 시장의 1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KT&G의 올 1분기 수출은 전년 대비 17.1% 증가했는데, 러시아공장의 물량을 포함하면 실제 수출은 23.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된다.
해외 담배 회사 인수에도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재 M&A 가능성이 높은 회사로 인도네시아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크레텍(Kretek)으로, 매출 1000억 원 내외의 회사다. 백운목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크레텍 인수에 성공하면 KT&G의 담배 사업 중 해외 비중은 현재의 27%에서 38%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그간 매출을 유지하던 부동산 개발 사업은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KT&G 전주 공장 부지를 개발해 SK뷰를 분양하는 등 매출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지만 부동산 자산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사업이 되기는 힘들다. 올해 1분기 부동산 부문 매출액은 6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1.4% 감소한 상태다.
KGC바이오앤진이 제품을 본격적으로 출시하려면 내년 하반기는 되어야 하므로 2012년까지는 기존의 담배 사업과 홍삼 사업이 여전히 쌍두마차로 주력이 될 전망이지만, 담배 사업의 국내 비중은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성훈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2011년 국내 담배의 매출 비중은 52%로 하락하고, 수출 담배와 한국인삼공사의 매출 비중은 각각 19.4%, 28.6%로 증가해 국내 담배와 유사한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2012년 국내 담배 매출 비중은 48%까지 낮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KT&G가 오랫동안 성장할 수 있었던 동력이었던 국내 담배 비중이 줄어들고 수출 및 홍삼 사업 비중이 절반을 넘어서게 되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매출이 크게 발생하고 있지 않지만 향후 제약·화장품·건강기능식품 분야가 성장하면 KT&G는 담배 회사에서 종합 헬스케어 기업으로 변신하게 된다. 말 그대로 병 주는 회사에서 약 주는 회사로 탈바꿈하게 되는 것이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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