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드 터너 위대한 전진’

[BOOK] 10억 시청자를 사로잡은 사나이
1980년 테드 터너 회장이 CNN을 세워 ‘24시간 뉴스채널’이라는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겼을 때 그 성공 가능성을 믿은 사람은 많지 않았다. 1991년 터진 걸프전은 CNN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는 계기가 됐다.

2002년 테러리스트들에게 납치된 여객기가 뉴욕 국제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을 정면으로 들이받는 장면도 CNN을 통해 세계로 전해졌다. 현재 CNN은 세계 10억 명의 시청자를 거느리고 있는 최고의 방송사다.

이 책은 CNN의 창립자 테드 터너 회장의 자서전이다. 스물넷에 아버지의 자살로 도산 직전의 옥외광고 회사를 물려받은 뒤 탁월한 통찰력과 저돌적인 추진력으로 세계적인 미디어 제국을 세우기까지의 과정을 그렸다.

1970년대 이후 미디어 산업을 휩쓴 거대한 변화와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기업들의 숨 막히는 두뇌 싸움도 엿볼 수 있다. 터너 회장은 애틀랜타의 작은 지역 방송국 경영을 시작으로, 1976년 통신위성을 통해 지역방송을 전미 지역에서 볼 수 있게 한 슈퍼스테이션을 만들어 냈다. 이어 24시간 스포츠 채널인 ESPN과 세계 최초의 24시간 뉴스 채널 CNN을 개국하며 대중의 텔레비전 채널권과 소비 방식에 혁신을 몰고 왔다.

그의 드라마틱한 삶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의 회사 터너브로드캐스팅시스템은 1996년 타임워너와 합병했고, ‘새로운’ 타임워너는 2000년 다시 AOL과 손잡았다. 하지만 AOL타임워너의 탄생은 몰락의 시작이었다. 회사가 망가지고 터너 회장도 사실상 ‘해고’당했다.

화려한 성공담 못지않게 눈길을 끄는 것은 참담한 실패의 기록이다. 1990년대 말 터너 회장은 케이블 네트워크 영업 보고서에 ‘닷컴’이라는 회사들이 있는 것을 보고 처음으로 인터넷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손쉽게 막대한 자금을 끌어 모은 신생 기업들은 CNN과 오락 채널들에 엄청나게 광고 물량을 풀었다. 모두가 인터넷에 홀려 있었고, 인터넷 전략을 짜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이사회를 지배했다. 그는 AOL-타임워너 합병의 주역이 아니었다. 터너 회장은 월스트리트의 ‘비이성적 과열’이 터무니없다고 생각했지만 합병 계획에는 찬성표를 던지고 말았다.

장승규 기자 sj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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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환의 독서 노트, ‘보는 것이 전부’ 착각에 빠진 인간

주제 사마라구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 ‘눈먼 자들의 도시’를 보면 전염병으로 말미암아 사람들이 눈이 먼다. 그러자 아주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남들이 나를 보지 못하자 사람들은 본능적인 행동을 한다.

이에 따라 상황은 아주 무질서해진다. 요컨대 우리는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남의 눈을 의식한다. 그렇기에 내가 하고 싶은 행동일지라도 삼가고 자제하게 마련이다. 이는 인간이 극히 사회적인 동물로서 주변의 사람들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할 때 시각이 중요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BOOK] 10억 시청자를 사로잡은 사나이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란 말이 있다. 이는 인간의 감각 가운데 시각이 가장 우선한다는 의미라고 불 수 있다. 영어의 ‘투 시 이즈 투 빌리브(To see is to believe)’도 같은 뜻이다.

이처럼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은 시각으로 들어온 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가 시각 지향적인 존재라는 것을 확인해 준다. 인체의 감각 수용기 가운데 70%가 시각에 활용된다는 과학 연구 결과는 시각의 중요성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시각이 우리의 삶에서 그렇게 중요하건만, 우리는 우리 앞에 보이는 것을 정말 정확히 볼 수 있을까. 다시 말해 우리 눈앞에 있는 것들을 모두 보고 이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을까.

이 책에는 사람들이 경험하는 시각적 세계가 자신들의 생각만큼 넓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다양한 사례가 나온다. 어느 부분에 주의를 집중하고 있을 때 예상치 못한 사물이 나타나면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무주의 맹시(inattentional blindness)가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스스로 자신의 눈앞에 벌어지는 것들을 모두 볼 수 있다는 편견에 빠져 있다.

운전하면서 휴대전화를 손으로 잡고 통화하는 행동은 법에 저촉된다. 그러나 핸즈프리를 사용하면 괜찮다. 과연 운전할 때 손으로 잡고 하는 휴대전화 통화는 위험하고 핸즈프리를 사용하면 안전할까.

둘 다 위험하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즉 전화를 한다는 행위 자체가 이미 우리의 주의력을 분산시키기에 손에 잡고 있는지 아닌지에 상관없이 위험하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핸즈프리는 안전하다는 법의 판단은 인간의 주의력에 한계를 인정하지 않는 편견에 빠져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무주의 맹시’ 이외에도 인간이 가지고 있는 한계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이 책에서는 ‘기억력 착각’, ‘자신감 착각’ 등 총 6가지의 착각을 소개해 준다. 이 책이 주는 메시지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사람들은 종종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 인간이 가지고 있는 명확한 한계임에도 사람들은 이를 잘 모르고 있다.

이동환 북 칼럼니스트 eehwan@naver.com
[BOOK] 10억 시청자를 사로잡은 사나이
[BOOK] 10억 시청자를 사로잡은 사나이
일본 반도체 패전┃ 유노가미 다카시 지음┃임재덕 옮김┃285쪽 ┃성안당┃1만2000원

한때 세계시장을 호령하던 일본 반도체 산업이 한국과 대만에 밀려나게 된 원인을 철저하게 분석했다. 이 책은 일본 업체들의 문제를 ‘과잉병’으로 진단한다. 과잉 기술로 과잉 품질, 과잉 성능의 제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요소 기술의 극한 성능을 추구해 고품질 D램을 목표로 삼는 기술 문화가 기업들 사이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저비용 D램을 대량생산하는 한국과 대만에 추월당하고 공룡과 같은 멸망의 수순을 밟아 왔다.


[BOOK] 10억 시청자를 사로잡은 사나이
삼성전자 3.0 이야기┃이채윤 지음┃312쪽┃북오션┃1만5000원


이건희 회장이 삼성의 위기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지금 잘나가는 물건들이 10년 후에는 모두 사라질 것이라는 경고다. 이 책은 삼성전자의 새로운 진화, 즉 ‘삼성전자 3.0’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병철 전 회장이 ‘도쿄 구상’으로 ‘삼성전자 1.0’ 시대를 열었고, 이건희 회장은 프랑크푸르트 선언으로 ‘삼성전자 2.0’ 시대를 열었다. 이 두 전성기는 모두 벤치마킹을 통해 이룬 업적이다. 하지만 이제는 스스로 새로운 길을 개척해 가야 한다.


[BOOK] 10억 시청자를 사로잡은 사나이
더 많이 소비하면 우리는 행복할까?┃야마다 마사히로 외 지음┃홍성민 옮김┃236쪽┃뜨인돌┃1만2000원

신기루처럼 행복을 좇는 맹목적 소비에 대한 문제 제기다. 13년간 세계 97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층 조사를 바탕으로 ‘소유=소비=행복’이라는 공식에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댄다.

일본 최대 광고 회사 덴츠종합연구소 가 1인당 개인 행복지수를 조사했는데, 그 결과가 흥미롭다. 1만 달러까지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할수록 행복지수도 높아지지만 1만 달러를 돌파하면 그 관계가 차츰 불규칙해지다가 마침내 연관성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BOOK] 10억 시청자를 사로잡은 사나이
나는 불온한 선비다┃이종호 지음┃304쪽┃역사의아침┃9000원

주류와는 다른 삶을 살며 다른 꿈을 꾸었던 조선시대 사상가 아홉 명의 이야기를 엮었다. 이들은 스스로 고생길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평범한 넒은 문으로 갔을 때 얻을 기대 이익을 도외시한 예외자들이다.

그러나 하버드대를 중퇴한 빌 게이츠처럼 예외적인 길을 간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고 역사를 발전시킨다. 광인 김시습, 비범한 보통인 서경덕, 반주자학자 박세당, 양명학자 정제두, 시골 서생 이익, 화학 사상가 홍대용 등이 그 주인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