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잡지의 디지털 변신 성공할까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1년 전 아이패드를 공개했을 때 신문사와 잡지사는 잘하면 돌파구를 찾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잡스가 언론사를 찾아다니며 설득하기도 했고 아이패드를 통해 디지털 에디션을 판매하면 종이 매체에서 디지털 매체로 변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미국에서는 많은 매체가 디지털 에디션을 시도했습니다. 성과는 어땠을까요.

아이패드가 지난해 4월 3일 발매됐으니까 아직 1년도 채 지나지 않았습니다. 아직 성패를 논하기엔 이릅니다. 그런데 최근 흐름을 감지할 수 있게 하는 자료가 나왔습니다. 미국 발행부수협회(ABC)는 디지털 독자도 독자로 간주합니다.

이 협회가 최근 와이어드와 GQ 등 주요 잡지의 디지털 에디션 판매 부수를 공개했습니다. 발행 부수가 소폭 감소하거나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와이어드는 작년 10월 아이패드를 통해 디지털 에디션이 10만 부 팔렸습니다. 유료 에디션 10만 부면 대단하죠. 지금은 2만 부를 살짝 웃도는 정도입니다. GQ와 배너티 페어는 1만 부 안팎에서 답보 상태이고, 배너티 페어는 8, 9, 10월엔 1만500부였는데 11월엔 8700부, GQ는 5~10월 평균이 1만3000부였는데 11월엔 1만1000부, 글래머는 9월 4301부에서 11월엔 2775부입니다.

애플 디지털 뉴스스탠드 출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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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어드 디지털 에디션 판매 부수가 대폭 줄었으니 실패로 봐야 할까요. 아이패드 판매량이 대폭 늘었을 텐데 디지털 에디션 판매가 이 정도라면 실망스러운 결과입니다.

그러나 10월 2만2000부까지 줄었다가 11월에 2만3000부로 살짝 회복됐으니 바닥은 친 셈입니다. 후속 흐름을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잡지 프린트 에디션 판매 부수는 13만 부(10월과 11월)라고 합니다.

각종 디지털 잡지를 모아 놓고 판매하는 지니오(Zinio)라는 애플리케이션(앱·응용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지난해 4월 아이패드 발매와 동시에 서비스를 시작했죠. 초기에는 약 40개의 잡지가 이곳에서 디지털 에디션을 판매했습니다. 멀티미디어와 인터랙티브(양방향)를 구현한 잡지도 적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잡지 종류가 20여 개로 줄었습니다.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했나 봅니다.

아이패드는 지난해 세계적으로 1200만~1600만 대 팔렸다고 알려졌습니다. 예상보다 훨씬 많이 팔린 셈입니다. 그런데도 잡지 디지털 에디션 판매가 불붙지 않은 이유는 뭘까요. 종이에 익숙한 독자들이 망설였을 수도 있고 초기에 이런저런 시행착오가 있었을 가능성도 있겠죠.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미국에서 발행되는 실리콘앨리인사이더라는 인터넷 매체는 가격 책정을 잘못한 점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게임과 디지털 에디션을 한곳에서 판매하는데, 게임은 0.99달러, 잡지는 3.99달러…. 이런 식이다 보니 아이패드 사용자가 디지털 에디션을 선뜻 구매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저는 신문·잡지가 종이에서 디지털로 전환되는 것이 대세라고 생각합니다. 일시적으로 디지털 에디션 판매가 늘 수도 있고 줄 수도 있지만 길게 보면 종이에서 디지털로 바뀌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신문사·잡지사들이 개별적으로 디지털 에디션을 판매하는 현행 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아이튠즈에 디지털 음악을 모아놓고 판매하는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애플은 디지털 뉴스스탠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가판대에 각종 신문·잡지를 진열해 놓고 판매하듯 아이튠즈에 전 세계 디지털 에디션을 모아놓고 판매하려나 봅니다. 신문사·잡지사는 디지털 에디션을 만들어 올리기만 하면 되고 결제는 애플이 대행하겠죠. 이렇게 해서 애플이 유통을 독점한다면 곤란하겠지만 이런 플랫폼이 여럿 생겨 경쟁한다면 괜찮은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블로그 ‘광파리의 글로벌 IT 이야기’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