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탱크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지식과 기술을 개발하는 기구로, 한 단체나 국가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싱크 탱크를 다른 말로 ‘아이디어 뱅크’나 ‘두뇌집단’ 등으로 달리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2008년 국내 처음으로 한경비즈니스가 ‘대한민국 100대 싱크탱크’를 기획, 선정한 것은 싱크탱크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대한민국호’의 쾌속 질주를 이끌기 위해서였다. 올해 3년째를 맞은 ‘대한민국 100대 싱크탱크’ 속에는 어떤 연구소들이 올랐을까. 변화의 조짐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 대한민국 100대 싱크탱크 속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대한민국 100대 싱크탱크
서울대는 11월 연구·개발(R&D) 내용을 직접 기획하는 전담 기구인 R&D 싱크탱크를 설립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R&D 싱크탱크는 중·장기 연구 계획의 수립이나 학문 간 융합 연구 기획, 연구 인력 구성 등 그동안 대학에서 미약했던 연구 기획 분야를 강화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신희영 서울대 연구처장은 “우리나라 대학들은 학과 설립 등 연구 외의 정치적 목적에 의한 연구 과제 수주가 많았다”며 “연구 외의 목적에 영향을 받지 않고 그야말로 국가의 미래에 필요한 장·단기 R&D가 무엇인지 직접 기획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의 사례는 최근 우리 사회에서 갈수록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싱크탱크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오늘날 싱크탱크는 기업이나 국가를 움직이는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싱크탱크 수준은 아직 선진국들의 그것에 비하면 내세울 게 없다. 지난 2008년 미국 외교정책연구소(FPRI)가 선정한 ‘세계 30대 싱크탱크’에 국내 연구 기관은 한 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2008년 한경비즈니스가 ‘대한민국 100대 싱크탱크’를 설문 조사하기 시작한 이후 우리나라 싱크탱크의 경쟁력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부쩍 늘고 있다.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없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대한민국 100대 싱크탱크
싱크탱크 위상 갈수록 높아져

이번 설문 조사는 지난해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됐다. 차이가 있다면 설문 대상자가 약간 더 늘어났다는 점이다. 지난해 설문 대상자는 184명었는데 비해 올해는 195명으로 11명이 더 추가됐다. 물론 조사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설문은 전체 연구소를 경제·산업, 정치·사회, 외교·안보, 여성·노동, 과학·기술, 환경 등 6개 분야로 나눠 실시했다.

해당 분야 전문가들에게 싱크탱크의 △대외적 영향력 △연구 보고서의 질 △연구 인력의 역량 △연구소의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각 분야에서 ‘최고 싱크탱크’라고 생각하는 연구소 10개를 우선순위대로 응답하도록 해 추천 점수를 합산했다.

다만 과학·기술 분야는 연구 영역이 다양하고 연구 성과의 단순 비교가 쉽지 않다는 특성을 감안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연구비 규모를 기준으로 선정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번 조사를 통해 선정한 ‘대한민국 100대 싱크탱크’는 각 분야 상위 연구소를 뽑은 것이다. 100대 싱크탱크에는 경제·산업 40개, 정치·사회 20개, 외교·안보 10개, 여성·노동 10개, 과학·기술 10개, 환경 10개를 넣었다.

분야별 싱크탱크 순위를 살펴보면 경제·산업에서는 삼성경제연구소가 조사가 시작된 2008년부터 3년 연속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다만 올해는 2위를 차지한 한국개발연구원과의 점수 차이가 지난해보다 줄어들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정치·사회 분야에서는 희망제작소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희망제작소는 지난해 조사에서도 12계단의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2위에 올랐는데 올해는 지난해 1위였던 한국교육개발원마저 밀어내고 1위 등극에 성공했다. 희망제작소는 정부와 기업의 출연금 없이 철저하게 시민들이 내는 자발적인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게 특징이다.

외교·안보와 여성·노동,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지난해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환경 분야에서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신규 진입하면서 단숨에 2위를 차지한 것이 눈길을 끈다.

100대 싱크탱크를 유형별로 분석해 보니 정부 연구소(출연 연구소 포함)가 43개로 가장 많았다. 정부 연구소는 지난해에도 39개로 1위를 차지했는데 올해는 4개가 더 늘어났다. 다음으로 기업 21개, 공공(각종 단체 연구소, 공익 연구소) 16개, 시민 단체 12개, 대학 8개 순으로 나타났다. 아직까지 정부 관련 연구소들이 국내 싱크탱크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는 얘기다.

김재창 기자 cha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