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접속 속도 비교했더니

세계에서 인터넷 접속 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는 어디일까요? 한국입니다. 일본이 앞섰다는 자료가 나온 적도 있지만 대부분 한국을 1위로 꼽습니다. 실제로 해외에 나가 보면 우리나라 인터넷 접속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죠.

그렇다면 세계에서 인터넷 접속 속도가 가장 빠른 도시는 어디일가요? 마산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창원과 통합해 ‘창원’의 일부가 됐죠. 마산뿐이 아닙니다. 접속 속도가 빠른 ‘톱 10’이 모두 한국 도시입니다.

아카마이(Akamai)라는 미국 네트워크 사업자가 최근 발표한 ‘인터넷 현황: 2010년 2분기 보고서’에서 인터넷 접속 속도를 국가별·도시별로 비교했습니다. 인터넷 접속 속도 비교 자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국제전기통신연합(ITU)도 해마다 발표합니다.

각국 정부에서 받은 자료를 취합해 정리하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너무 늦고 기준이 다를 수 있는 게 문제입니다. 반면 아카마이 보고서는 실측 결과이고 최신 자료란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아카마이 보고서를 보면 마산의 2분기 인터넷 접속 속도는 평균 20.9Mbps입니다. 1초에 평균 20.9메가비트를 전송한다는 뜻입니다. 세계 평균 1.8Mbps의 10배가 넘습니다. 마산이 왜 이렇게 접속 속도가 빠른지에 대해서는 보고서에 설명이 없습니다.

마산 다음은 대구·보령·속초·김천·밀양·일산·서울·안양·수원 등 한국 도시들이 2위부터 10위까지 모두 차지했습니다. 수도 서울은 평균 16.0Mbps로 8위입니다. 일본 도쿄가 7.9Mbps니까 2배가 넘죠.

‘톱 100’으로 범위를 넓히면 일본 천하입니다. 무려 62개 도시가 ‘톱 100’에 포함됐습니다. 일본 최고 도시는 시모쓰마로 평균 접속 속도가 12.2Mbps. 수원에 이어 11위입니다. 한국 도시는 12개가 ‘톱 100’에 들었습니다.

‘톱 10’ 외에 인천(15위)과 용산(40위)이 포함됐는데 용산(Yongsan)이 어디를 의미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미국은 8개 도시가 ‘톱 100’에 들었는데 실리콘 밸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나 세계금융의 중심인 뉴욕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인터넷 접속 속도에 관한한 우리는 아직도 뻐길 만합니다. ‘정보고속도로’만큼은 아우토반급으로 깔아놓았으니까요. 하나로통신(현재는 SK브로드밴드)이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전국에 ADSL망을 깔면서 당시 최고 인기 가수였던 유승준을 내세워 “나는 ADSL!”이라고 외쳤던 게 10년이 넘었습니다.

땅덩어리가 작고 아파트가 많아서 단기간에 전국에 초고속 인터넷을 깔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정보기술(IT) 강국’이라고 뻐기기 시작했습니다.
[광파리의 IT 이야기] 정보고속도로에서 자전거 탄 건 아닐까
지금은 어떻습니까. 작년 말 아이폰이 들어온 후 난리가 났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걸 깨달은 거죠. “아이폰 쇼크”란 말까지 합니다. 이제는 ‘페이스북 쇼크’도 시작됐습니다. 네이버든 다음이든 페이스북을 벤치마킹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페이스북은 2004년에 출범한 미국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가입자가 5억 명이 넘고 야후는 물론 구글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벤치마킹하는 대상에는 트위터도 있고 포스퀘어·징가·그루폰도 있습니다.

우리는 일찌감치 아우토반급 정보고속도로를 깔아놓고 자전거를 타고 다녔습니다. ‘인터넷 인프라 강국’을 ‘IT 강국’으로 착각했습니다. ‘아우토반급 정보고속도로’를 깔았으면 ‘벤츠급 서비스’를 개발했어야 했습니다.

지금은 ‘인프라 강국’마저 걱정스럽습니다. 인프라 업그레이드를 고민해야 할 통신 사업자들이 끝없이 가입자 빼앗기 경쟁만 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IT 강국’으로 거듭나려면 창의력을 살릴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블로그 ‘광파리의 글로벌 IT 이야기’운영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