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세 가파른 한국형 앱스토어 SK텔레콤 ‘T스토어’
2007년 미국에서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소비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디자인은 뛰어났지만 기능면에서 다른 스마트폰과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하지만 3G폰이 나오면서 사정은 완전히 달라졌다.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다운받을 수 있는 ‘앱스토어’가 말 그대로 ‘대박’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아이폰이 등장한 지 3년이 지난 지금 애플의 앱스토어에는 무려 25만 개의 다양한 앱이 올라와 있다. 오늘날 애플을 스마트폰의 ‘강자’로 발돋움시켜 준 것은 이처럼 무궁무진한 앱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IT 강국’이라고 불리던 대한민국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최근의 스마트폰 경쟁에서 애플에 한 걸음 뒤처진 것도 따지고 보면 하드웨어(휴대전화 단말기)가 아닌 소프트웨어(앱) 선점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에서 앱이 차지하는 비중의 중요성은 최근의 한 조사 결과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KT는 얼마 전 국내 아이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아이폰을 왜 구입하는지 물어보았다. 그 결과 압도적인 다수(83.7%)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하드웨어나 디자인보다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때문에 아이폰을 구매한 것이다.
현재 전 세계 스마트폰 앱 시장에선 애플(앱스토어)과 구글(안드로이드 마켓) 등 미국 업체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처럼 글로벌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는 앱스토어 시장에 한국의 토종 기업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T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는 SK텔레콤이 주인공이다.
SK텔레콤이 T스토어를 오픈한 것은 지난해 9월 9일. 이제 1년하고도 한 달이 갓 지났지만 지난 1년여간 SK텔레콤이 이룬 성과는 결코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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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스토어의 가입자는 10월 현재 300만 명을 넘어섰다. 하루 이용자 수도 100만 명에 육박한다. 누적 앱 내려 받기 건수는 4600만을 훌쩍 뛰어넘었다. 출발 당시 6500개에 불과하던 T스토어의 콘텐츠도 이제는 5만6000여 개에 이른다. 올 연말에는 7만 개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대표 앱 장터’라는 표현이 결코 과장된 수식이 아닌 셈이다.
T스토어 사용자가 확 늘어난 것은 SK텔레콤이 지난 6월 삼성전자의 갤럭시S를 출시하면서부터다. 당시 1000만 건이던 다운로드 건수가 7월 2000만 건, 9월 중순 3500만 건으로 폭증했다. 갤럭시S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채택한 단말기다. 따라서 글로벌 온라인 마켓인 안드로이드 마켓에서도 다양한 앱을 내려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들이 T스토어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정민 SK텔레콤 데이터사업본부 팀장은 “T스토어에는 한국인들의 특성·생활방식·선호도 등을 고려해 제작된 콘텐츠들이 대거 제공된다. 한국인에 최적화된 앱스토어라는 점에서 애플의 앱스토어나 구글의 안드로이드 마켓과 차별화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식 생활, 한국인의 정서에 잘 맞는 앱을 대거 지원하면서 ‘한국인이 이용하기 가장 편한 앱 장터’라는 인식을 사용자에게 심어 주었다는 얘기다.
‘한국인에 특화된’ T스토어를 지향하기 때문에 애플에 비해 열세인 콘텐츠 수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게 SK텔레콤 측의 설명이다.
“앱 장터의 경쟁력은 콘텐츠 숫자가 많다고 높아지는 게 아닙니다. 애플의 앱스토어에 무척 다양한 앱들이 올라와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그다지 필요 없는 지도나 게임, 이북(e-book) 등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실시간 교통 안내나 맛집 정보 등 국내에 특화된 콘텐츠가 집중적으로 담겨 있는 T스토어는 이런 점에서 애플의 앱스토어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자신합니다.”(박 팀장)
실제 국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만든 T스토어의 생활 밀착형 앱 시리즈 ‘올댓라이프 100’은 한국인들이 실제 생활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유익한 내용들로 구성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경쟁사 가입자들에도 문호 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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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개발자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개발자들이 새롭고 창의적인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데 힘쓰고 있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게 ‘T아카데미’다. SK텔레콤은 올 3월 서울대 연구동에 모바일 IT 전문 인력 양성 기관인 ‘T아카데미’를 설립, 모바일 분야에서 축적한 SK텔레콤의 경험과 노하우를 교육과정에 담아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시작했다. ‘T아카데미’는 전 과정을 무료로 운영해 앱 개발을 원하는 수강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건물 1층에 자리 잡은 ‘MD(Mobile Device) 테스트센터’에서는 수강생들이 앱을 제작해 상용화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시험용 단말기 및 검증 장비는 물론 콘텐츠 등록, 과금 정산 등의 기술적 지원도 받을 수 있어 개발자가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기 위한 원스톱 인프라 환경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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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둘을 공개하면 개발자들은 T맵을 활용한 각종 서비스를 손쉽게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SK텔레콤은 전망하고 있다. 한 개발자는 “T스토어 덕분에 아이디어가 있거나 프로그래밍 기술만 갖고 있어도 앱을 만들고 팔 수 있는 체계가 갖춰지고 있다”며 “외국 따라하기가 아닌 한국형 모바일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특정 단말기 OS에 구애받지 않고 앱을 개발해 판매하거나 다운받아 이용할 수 있는 한국형 통합 앱스토어(K-WAC) 구축이 본격화될 전망이어서 업계 안팎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통합 앱스토어는 앱 개발자들이 만들어 올린 앱을 이동통신사들이 자사의 앱스토어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앱 도매 장터’다. 안드로이드나 윈도폰7처럼 단말기 플랫폼이나 이통사 구분 없이 앱을 개발해 공통된 앱스토어에서 내려 받아 이용할 수 있다.
한국형 통합 앱스토어 구축 작업은 애플과 구글 등의 앱스토어에 대항하는 동시에 국내 콘텐츠 산업 활성화를 위해 올 초부터 추진돼 왔다.
K-WAC 추진단은 최근 사전 성능 시험(BMT)을 통해 단말 웹 플랫폼 개발 업체로 이노에이스-인프라웨어 컨소시엄을, 시스템 개발 업체로 한국HP를 각각 선정했다. 또 전 세계 24개 이동통신사가 참여해 추진 중인 글로벌 통합 앱스토어(WAC)의 표준 규격을 K-WAC에 반영하기로 했다.
이는 K-WAC 단말 웹 플랫폼이 WAC의 국제 표준과 연동해 글로벌 호환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조만간 WAC 표준 규격이 공개되면 이에 따라 K-WAC 단말 웹 플랫폼의 최종 버전을 개발하는 방식이다.
업계는 내년 5월부터 K-WAC가 본격 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SK텔레콤은 T스토어가 단순한 앱스토어가 아닌 국내 모바일 생태계의 활성화와 관련 산업의 발전을 위한 촉매제로 기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김재창 기자 changs@hank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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