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시장 전망
10월 19일 오후 늦게 중국 인민은행이 전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면서 시장의 관심은 온통 중국에 쏠려 있다. 기준금리인 1년 만기 예금금리와 대출금리가 모두 0.25%포인트씩 인상돼 각각 2.5%, 5.56%가 됐다. 중국은 2008년 12월 기준금리를 2.25%와 5.31%로 인하한 후 23개월 동안 유지했으며 인상 조치가 단행된 것은 2007년 11월 이후 처음이다.금리 인상 전까지 시장 분위기는 중국이 올 4분기 중에 경기선행지수가 바닥을 찍고 상승하기 시작해 본격적인 중국발 랠리가 형성될 것으로 보았다. “지금이 중국에 투자할 때”라는 얘기가 슬슬 들리기 시작하던 때였다.
이승훈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금융 위기를 거치며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였던 중국은 회복세가 빠른 만큼 경기 순환적 다운턴(하락 전환)에도 가장 먼저 진입했다. 중국의 경기선행지수는 2009년 10월 정점으로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올해 4분기에 바닥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주가는 대개 경기선행지수와 비슷하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금리 인상이 이런 경기 회복세에 영향을 미칠 것인지다. 중국의 금리 인상은 중국 내 전문가들도 예상하지 못한 전격적인 인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출장 중 금리 인상 소식을 들었다는 박형중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현지 연구 기관을 비롯해 금융회사의 경제 분석 담당자들 중에서 금리 인상을 예상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고 말했다.
박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중국의 금리 인상 배경은 네 가지로 설명된다. 첫째, 중국 경제가 연착륙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바탕에 깔려 있다. 둘째, 마이너스 상태인 실질금리를 정상화하면서 시중 유동성을 제도권 금융회사로 흡수하려는 시도다.
셋째,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의 안정을 꾀하면서 동시에 소비자물가 상승 기대를 억제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정책적 판단의 결과다. 넷째, 선진국에 위안화 절상에 대한 의지를 표출한 것이며 G20 회의를 앞두고 위안화 환율 문제에 있어 중국이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정치적 선택일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국내 전문가들은 중국의 금리 인상이 경기 회복세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윤항진 애널리스트는 “기준금리가 인상됐다는 것은 향후 정책 기조가 경제성장보다 구조조정에 맞춰질 것이라는 것을 강하게 시사한다.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2011년 성장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3분기 9% 중반으로 추정되는 GDP 성장률은 4분기에 정부 목표치인 8%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부동산 경기 둔화의 속도가 이전보다 빨라질 것이다. 기준금리 인상은 주식시장에 단기적 악재다.
그러나 경제성장세 가속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으며 12차 5개년 계획과 관련된 정책 호재가 계속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중기적으로 증시의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금리 인상은 중국 경제가 튼실하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박형중 애널리스트는 “이번 금리 인상은 오히려 금리정책과 관련한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일본>
최근 시장의 관심은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양적 완화 조치에 대한 기대감에 쏠려 있다. 지난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공개로 연준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 재개가 기정사실화되면서 양적 완화 조치 기대감으로 다우지수는 1만1000선을 넘어섰다. 이어 11월 FOMC 정례 회의에서 보다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양적 완화 조치가 증시의 한 단계 레벨 업을 가능하게 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양적 완화 정책이 기존의 정책과 다른 점은 시중에 유동성을 늘리는 효과가 크다는 점이다. 김승현 토러스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존 정책은 상업은행들이 가지고 있는 부실화된 채권과 연준이 발행한 통화와의 교환이었다. 상업은행들은 이렇게 확보한 달러를 다시 연준에 재예치했기 때문에 기존 정책에서 시중 통화의 증가는 미미했다.
이제 연준이 시장에서 국채를 매입하게 되면 그 대가로 지불한 달러를 다시 연준에 예치할 필요가 없다. 과거 정책에 비해 경기 부양과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는 영향력이 더욱 커졌다고 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 센터장은 “연준이 정부에 유동성 보강을 계획하는 이유는 미국 정부가 유럽 국가처럼 재정 부실 우려에 시달리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한 것이다. 2011년 3월께 한도가 소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국채 발행 한도를 상향할 경우 미국 국채에 대한 신뢰가 깨질 수 있다.
연준이 국채 매입을 확대하는 것은 정부 재원 조달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양적 완화 정책의 효과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본은 엔고의 강세로 성장 동력 둔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10월 중 엔·달러 환율은 사상 최저치인 79.75엔을 위협했으며 엔화는 유로화에 대해서도 강세를 보였다. 엔화 강세는 일본 기업들의 실적 악화 우려감을 키우며 증시의 상승 탄력을 둔화시켰다.
미국의 양적 완화 기대감이 지속되는 것과 함께 향후 발표가 예정된 미국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은 분명 일본 증시에 호재지만, G20 회의 전까지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을 자제할 가능성이 높아 엔고 현상은 지속적으로 주가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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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은 연초 이후 상반기까지 해외 자금이 이탈하면서 누적 자금 동향이 4월 이후 마이너스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6월 이후 글로벌 시장의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브라질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으로 돌아서면서 해외 자금이 꾸준히 유입돼 최근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조심스럽게 피어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임진만 애널리스트는 브라질 증시의 상승세에 대한 근거를 세 가지로 들고 있다. “첫째, 상품 가격 회복이다. 달러와 역으로 움직이는 상품 가격은 상반기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 풍부한 원자재를 보유한 브라질은 경제 회복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둘째, 대중국 수출의 꾸준한 증가다.
중국 경제의 강한 회복세는 브라질로부터 유입되는 물량 또한 증가시키고 있는데, 최근 지속적인 위안화 가치 절상 압박은 브라질의 중국 수출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셋째, 양호한 경제 상황과 내수 경제성장 활성화 기대다. 실업률과 물가도 안정적인 흐름 속에서 하향 기조를 보임에 따라 경제의 안정성이 돋보이고 있으며 외화보유액 또한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다.”
그러나 10월 31일 치러질 대선 이후 강력한 성장을 주도했던 룰라 정부가 물러나면서 차기 정부에 대한 우려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두 후보 모두 룰라 대통령의 실용적 시장 친화적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공약하고 있어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고점을 경신하고 있는 가격도 부담이다. 2009년 한 해 82.66%의 급등세를 기록했고, 2010년 들어서도 상반기 이후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향후 지수에 대한 부담감이 생길 수 있다. 다만 주요 이머징 국가에 대한 상승률을 비교해 보면 상대적으로 중국 다음으로 가격 부담이 덜한 편이다.
임진만 애널리스트는 “불안 요인들이 존재하고 있지만 부정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유럽발 리스크 및 미중 경기 침체 재확산 등의 돌발 변수가 생기면 브라질 증시의 단기 동반 침체도 가능하기 때문에 여전히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분할 매수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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