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

[Focus] “기업이 성평등에 앞장설 때입니다”
“한국이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기업이 여성의 능력과 힘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지난 10월 21부터 22일까지 서울에서 ‘글로벌 여성 포럼(Globla Women Capital Forum)’이 열렸다.

국내 여성 정책의 본산인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주최한 이 행사는 국내 여성계가 가족법 개정 이후 오랜만에 한마음 한뜻으로 뭉쳤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의가 있는 자리다.

참여한 기관이나 단체들의 면면을 봐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여성가족부·한국여성단체협의회·한국여성단체연합 등 국내 여성계를 대표하는 기관 및 단체들이 대거 모였다. 더욱이 월드뱅크·옥스팜(OXFAM)·유엔개발계획(UNDP) 등 글로벌 여성 관련 단체들 역시 총망라됐다.

이 행사를 주도한 김태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은 “G20 정상회담을 참여 국가들이 ‘여성’이라는 의제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포럼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글로벌 경제 위기가 한고비를 넘은 만큼 세계를 선도하는 G20의 모임에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새로운 아젠다에도 눈을 돌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이 같은 새로운 의제 중 하나로 ‘여성’을 꼽았다. 김 원장은 “농경사회·산업사회·정보화사회·지식사회를 거쳐 이제는 ‘상상과 창조’의 사회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상과 창조의 사회를 이루기는 세상의 반쪽인 남성들만의 힘으로는 어렵다”며 “여성성이 한 축이 된 성장을 통해 우리 사회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선진국일수록, 또한 국가 경쟁력이 높은 국가일수록 양성평등이 잘 이뤄져 있다. 김 원장은 “쉽게 말해 남성 중심이라는 반쪽만으로 굴러가는 사회는 그 사회의 잠재력을 절반밖에 활용하지 못하고 치열한 국제 경쟁 속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안타깝게도 한국의 양성평등은 세계 최저 수준”이라고 말했다. 세계경제포럼의 ‘성격차지수’ 조사에 따르면 134개 조사 대상 국가 중 한국은 104위에 그쳤을 뿐이다.

이 때문에 김 원장은 “무엇보다 기업들이 변화에 좀더 동참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한국의 양성평등이 세계 꼴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이 바로 여성들의 경제적 활동이 매우 부진하기 때문이다. 김 원장에 따르면 한국의 남녀 임금 평등 수준은 116위, 여성의 경제 참여 및 기회 분야는 111위 등으로, 특히 경제 분야에서 여성들의 지위가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원장은 “반면 한국 여성들의 대학 졸업률이 세계 2위를 기록하는 등 우리나라 여성들의 경쟁력이 그 어느 나라보다 높다”며 “여성의 사회 진출은 단지 성평등의 관점에서뿐만이 아니라 모든 경제적 활동을 책임지는 것은 물론 군대 같은 삶을 강요당하고 있는 남성들에게 역시 보다 편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되는데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그간 성평등이 너무 법과 제도를 마련하는 것에만 집중해 왔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그는 “앞으로 남성과 여성 모두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정책, 생활 곳곳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약력 : 1950년생. 1973년 이화여대 가정대학 졸업. 1982년 고려대 이학박사(가족학 전공). 1982년 성신여대 심리복지학부 교수(휴직 중). 1991년 한국가족학연구회 회장. 2008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현).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