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 한국의 1등 기업 CEO를 만나다④-휴대전화

노키아를 비롯한 내로라하던 경쟁사들이 스마트폰 중심의 재편 과정에서 밀려나 위기를 겪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삼성전자의 무선 사업을 이끌고 있는 신종균(54) 사장은 지난 16년간 휴대전화 개발 부문을 맡아 벤츠폰, 블루블랙폰, 울트라 에디션 등 ‘텐밀리언셀러(1000만 대 판매 제품)’ 탄생을 주도한 ‘애니콜 신화’의 주역 중 한 명이다.
갤럭시S는 그런 신 시장이 작년 하반기부터 외부 활동을 접고 스마트폰 개발에만 전념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야심작이다.
그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로 이어지는 ‘스마트 디바이스’의 수요가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며 “이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선도적인 위치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신 시장은 애플과 또 한 번의 일전을 앞두고 있다. 애플의 태블릿 PC 아이패드에 맞서는 갤럭시 탭 출시가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그는 “차별화된 콘텐츠와 서비스로 갤럭시 탭의 가치를 극대화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실적 전망은 어떻습니까.
연초 휴대전화 2억7000만 대 판매와 두 자릿수 이익률 달성을 선언했는데, 이 약속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반기에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의 비중이 커져 평균 판매 가격(ASP)이 올라가고 판매 물량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이러한 성장세를 이어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시장에서 선도적인 위치로 올라설 겁니다. 내년에도 올해 실적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내년 수요 변화를 어떻게 예상합니까.
올해 정보통신 분야의 가장 큰 변화는 역시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시장의 규모가 몰라보게 커졌다는 것이지요. 내년에도 이러한 ‘스마트 디바이스’ 열풍은 이어질 겁니다. 전반적인 수요 증가 속에서도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의 성장이 더욱 도드라질 전망이에요.
삼성전자는 휴대전화 부문에서 지난 10년 동안 놀라운 성공을 거뒀습니다. ‘애니콜 신화’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삼성전자는 2006년까지 ‘월드 퍼스트, 월드 베스트’ 전략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이뤘습니다. 기술 개발에 주력하면서 선진시장을 중점적으로 공략한 것이죠. 하지만 2007년부터 ‘모든 부문, 모든 시장에서 승리한다’는 전략으로 전환했어요. 이에 따라 신흥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해 2009년 연 2억 대 판매 기록을 돌파할 수 있었지요.
이는 기술적 리더십을 계속 강화하면서 디자인과 사용자 경험 같은 소프트 경쟁력을 높인 결과입니다. 통신사업자별로 전용 모델과 특화 서비스를 내놓으며 사업자에게 가깝게 다가간 것도 성장에 한몫했어요. 항상 위기의식을 갖고 시장의 흐름에 발 빠르게 대응하려고 노력해 왔지요.
1993년부터 휴대전화 개발 부문에서 활약해 왔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지요.
처음 삼성전자에는 유럽형 이동통신 방식(GSM) 기술이 전혀 없었어요. 이런 상태에서 노키아·에릭슨·모토로라 같은 세계적인 통신기기 회사들을 상대로 경쟁을 시작한 것은 무모할 만큼 어려운 도전이었죠.
원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실패해 오랫동안 애를 태웠어요. 해외 기술 인력 파견, 독일과 프랑스 전문 업체 인수 시도, 공동 개발 등 모두 성과를 내지 못했어요. 하지만 이런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1997년 프랑스 웨이브콤과 공동으로 첫 GSM 모델 SGH-200을 개발하는데 성공했어요. 그때 큰 보람을 느꼈지요.
최근 시장의 핵심 트렌드는 무엇입니까.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은 스마트폰입니다. 태블릿 PC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요. 하드웨어 측면에서 보면 디스플레이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소프트웨어 측면에선 운영체제(OS)와 브라우저, 사용자 경험, 콘텐츠 역량이 중요합니다. 기존 휴대전화 업체들을 누르고 애플이나 구글 같은 업체가 부상하는 것은 바로 소프트웨어 역량에서 앞서 있기 때문이에요.
스마트폰이 향후 IT 산업에 미칠 영향을 어떻게 전망합니까.
스마트폰은 한층 강화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합니다. PC에서 가능하던 인터넷 서핑, 문서 작성 같은 각종 서비스를 모바일 환경에서 쓸 수 있는 것이죠. 앞으로 IT 산업에서 휴대전화와 PC, 인터넷 업체의 경계는 무너질 겁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전략은 무엇입니까.
그동안 멀티 OS 전략을 통해 시장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키는데 성공했어요. 한 가지 OS를 고집하지 않고 안드로이드와 윈도 모바일, 그리고 자체 개발한 ‘바다’까지 다양한 OS를 탑재한 휴대전화를 내놓았어요. 이러한 전략은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거예요. 특히 자체 개발한 바다 OS는 계속 발전시켜 스마트폰 시장에서 한 축을 담당하도록 성장시킬 계획이지요.
갤럭시S의 성공 비결은 무엇인가요.
![[Special Interview] “휴대전화·PC·인터넷 경계 사라진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527225.1.jpg)
갤럭시 탭 국내 출시가 연기됐는데, 언제쯤 나오는지요.
한국형 콘텐츠를 강화하고 국내 사용자 환경에 최적화된 제품을 내놓기 위해 출시가 다소 지연되고 있어요. 최고의 제품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기 위해 끝까지 심혈을 기울이겠다는 말씀만 드릴 수 있어요. 정확한 출시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갤럭시 탭의 강점은 무엇입니까.
태블릿 PC는 기존 모바일 디바이스가 주지 못하는 사용자 경험을 제공합니다. 넓고 시원한 화면에서 PC 환경을 그대로 구현하죠. e북과 넷북 등 기존 전자 기기를 대체해 소비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보여줍니다.
갤럭시 탭은 7인치의 대화면 디스플레이에 11mm 대의 초슬림, 386g의 초경량으로 휴대성을 강화했어요. 기존 휴대전화와 PC 역할을 그대로 할 뿐만 아니라 e리딩·e러닝·멀티미디어·유틸리티·스마트워크 등 5개 카테고리의 차별화된 콘텐츠와 서비스로 갤럭시 탭만의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합니다.
태블릿 PC가 몰고 올 변화를 어떻게 예상합니까.
태블릿 PC는 뉴스·음악·책 등 다양한 미디어를 이용하는데 매우 편리해요. 삼성전자가 ‘리딩 허브’, ‘미디어 허브’, ‘뮤직 허브’, ‘소셜 허브’의 4대 허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이러한 특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죠. 앞으로 미디어 산업에서도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는 능력 못지않게 단말기 제조사나 통신사 앱 개발자들과 긴밀하게 협업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해질 겁니다.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 확보 경쟁이 치열한데요.
기본 방향은 에코 시스템을 통해 좋은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확보한다는 겁니다. 앞으로 자체 개발 OS인 바다를 탑재한 단말기 물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출시 초기인데도 바다를 탑재한 웨이브 제품의 시장 반응이 매우 좋은 상황이에요. 웨이브와 향후 출시될 후속 제품으로 조만간 개발자들에게 의미 있는 물량 수준에 도달할 겁니다.
개발자 지원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습니까.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30억 원이 넘는 상금을 내걸고 ‘바다 개발자 챌린지’라는 콘테스트를 열었어요. 뛰어난 개발자들이게 기회를 주자는 것이죠. 또한 ‘바다 개발자 데이’라는 개발자 설명회를 전 세계에서 열고 있어요.
지금까지 34개 나라에서 이 행사를 열어 많은 호응을 받았지요. 이런 지원에 힘입어 바다용 삼성 앱은 지난 8월 웨이브 론칭 3개월 만에 누적 다운로드 1000만 건을 돌파했어요. 안드로이드용 삼성 앱도 갤럭시S의 판매 돌풍에 힘입어 10월 현재 국내에서만 누적 다운로드 700만 건을 넘어섰어요.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문 사장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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