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사례-서울대 학내 벤처 1호 ‘바이로메드’

국내외 특허 총 144건. 미국·일본·중국·유럽·한국 등 다양한 지역에서 20여 개의 대형 제약 회사 및 병원들과 파트너십 체결. 2009년 연매출 88억 원. 2005년에는 코스닥에 상장한 후 현 시가총액 875억 원. ‘서울대 학내 벤처 1호’ 바이로메드의 현재 성적표다.

지난 1996년 서울대 생명과학부 김선영 교수가 연구원 2명과 함께 설립한 바이로메드는 유전자 치료제 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업계의 리더로 꼽힌다. 바이로메드는 지금까지 심장질환·족부궤양 등 심혈관 질환 치료제,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등 총 6가지의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했다. 이 밖에 재조합 단백질을 활용한 혈소판 감소증 치료제, 유방암 치료를 위한 항암 백신, 관절염과 아토피 등에 효능이 있는 천연물 의약품도 개발했다.
[학교기업 ‘빅뱅’ 막 오르다] 시가총액 875억 원…기술력 ‘으뜸’
회사 관계자는 “바이오 신약 시장의 53%를 점유하고 있는 미국과 잠재 가치가 높은 중국을 대상으로 제품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며 “제품마다 선진국의 경쟁사보다 효과와 안전성이 우수해 제품화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들 제품이 상용화될 경우 ‘블록버스터’급 제품 탄생도 가능할 것이란 설명이다.

바이로메드가 개발한 유전자 치료제는 유전자(DNA, RNA 등)를 의약품의 핵심 원료로 활용하는 신개념 바이오 의약품이다. 인체 조직 생성과 작동에 필요한 정보를 통제하는 유전자를 추출해 주사제 등의 형태로 투입하면 이 유전자가 환부에 신호를 전달해 새로운 세포를 재생시키거나 질병 치료에 필요한 효소 등의 물질을 생성시켜 병을 치료하는 형식이다.

유전자 치료제는 치료 효과가 우수하며 유전자 자체가 생체 물질에서 유래된 만큼 부작용이 거의 없다. 또 대량생산이 가능해 차세대 바이오 의약품으로 꼽히고 있다.

특허 144건…2005년 코스닥 상장

지금의 바이로메드를 있게 한 제품은 바로 심혈관 치료제인 ‘VM202-CAD·PAD’다. 사실 바이오 벤처기업은 대형 제약 회사와의 연계가 필수적이다. 막대한 비용이 드는 임상 실험을 자금력이 달리는 바이오 벤처기업 혼자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설령 신약이 임상 실험을 모두 통과하고 승인을 얻는다고 하더라도 마케팅을 하기 위해서는 대형 제약 회사와의 파트너십이 필수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바이오 벤처기업은 신약을 개발한 뒤 임상 3상까지 이뤄지는 임상 실험 기간 중에 대형 제약 회사와 기술이전 계약(라이선싱 아웃)을 맺어 수익을 창출한다.

바이로메드 역시 회사 설립 초기에는 국내 제약 회사들에조차 공동 개발 제안을 모두 거절당했다. 유전자 치료제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 제약 회사들까지 하나둘씩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일례로 40여 명의 석·박사급 연구진이 진행하는 제품 개발 속도는 미국 나스닥 시장의 바이오 벤처 ‘톱5’와 맞먹을 정도로 빠르다.

더욱이 지난 2006년 국내 바이오 신약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임상 진행 승인을 받은 심혈관 질환 치료제 ‘VM202-CAD·PAD’가 화제가 되면서 회사 역시 큰 폭의 성장을 이뤘다.

VM202는 혈관 생성 기능을 갖고 있는 ‘HGF 유전자’를 인체에서 추출하고 이를 대량 증식한 뒤 주사제로 만든 것이다. 혈관이 막힌 부위에 이 주사제를 주사하면 새로운 우회 혈관이 생겨나는 원리다.

이 때문에 혈관 생성이 꼭 필요한 허혈성 족부궤양,허혈성 심장질환(심장 혈관이 막히면서 생기는 다양한 질병),당뇨병성 신경병증(당뇨병의 합병증으로 궤양 등이 생기는 질병) 등에 광범위하게 응용할 수 있다.

바이로메드는 미국·중국·한국 등 3국에서 VM202의 임상2상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미국을 예로 들면 임상1상에서 환자 전체 13개의 궤양 중 9개의 크기가 감소하거나 완치됐고 통증지수·발목-상완 혈압지수 등이 모두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바이로메드는 VM202를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와 허혈성 심장질환 치료제로도 개발하고 있다. 회사 측은 허혈성 지체 질환 치료제만으로도 2012년 전 세계 15억 달러의 시장이 생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 당뇨병과 심장질환 치료제까지 합치면 229억 달러의 거대한 시장이 열린다는 계산이다.

바이로메드는 앞으로 크게 3가지 부문에서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가장 큰 것은 먼저 각종 대내외 연구 프로젝트 수행이다. 현재 바이로메드 매출의 대부분은 이 프로젝트 수행에서 일어나고 있다. 또 다른 하나는 바이오벤처의 본래 수익원인 라이선싱 아웃이다. 현재 대부분의 제품이 임상2단계에 들어가 있어 2~3년 사이 ‘빅딜’이 일어날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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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식품 선보이며 수익성 좋아져

또 다른 하나는 건강기능식품이다. 바이로메드는 현재 면역 과민 반응 개선용 건강기능식품인 ‘알렉스’와 아토피 전용 보습제품 ‘아토라떼’를 시장에 내놨다. 천연 과일인 다래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구성된 ‘알렉스’는 알레르기 질환 발병의 핵심인 면역 과민 반응을 개선할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이다.

연구진은 6년여에 걸친 과학적인 연구와 국제 수준의 임상시험을 통해 이 제품이 알레르기 질환에 중요한 인자인 혈중 IgE(면역글로불린E) 농도와 다양한 염증 인자들의 생산을 낮춤으로써 알레르기 반응을 개선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PG102의 항알레르기 효과에 대해 국내를 포함해 전 세계 40여 개국에 특허 출원, 이 중 현재까지 11건을 등록하기도 했다. 회사 관계자는 “알렉스는 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에서 실시된 임상 시험에서 혈중 IgE와 기타 알레르기 관련 염증 인자의 농도를 낮춰 다양한 알레르기 질환을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올해 건강식품 영업에 적극 드라이브를 걸면서 이를 통해 매출 및 수익성이 크게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터뷰 김용수 바이로메드 대표이사

[학교기업 ‘빅뱅’ 막 오르다] 시가총액 875억 원…기술력 ‘으뜸’
“5년 안에 ‘블록버스터’ 신약 낼 겁니다”


김용수 바이로메드 대표는 삼성물산과 삼성자동차를 거쳐 정보기술(IT) 벤처기업인 로커스와 인티큐브의 대표이사 사장을 지낸 전문 경영인이다.

작년 6월부터 창업자인 김선영 교수가 개발을, 김용수 대표가 경영을 맡으며 공동 대표 시스템으로 운영돼 왔던 바이로메드는 올 7월부터 김용수 대표가 단독 대표 체제로 이끌고 있다. 서울대 내 바이로메드 본사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학교 기업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입니까.

가장 큰 장점은 서울대의 우수한 인적·물적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각종 연구 시설을 값싸게 활용할 수 있고 국내 최고 수준인 교내의 연구원들에게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단점은 학교 내에 있기 때문에 작은 의사결정, 이를 테면 편의시설 보수 같은 것들의 속도가 좀 늦다는 것 정도입니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 중 더 주목할 만한 것이 있다면.

VM202와 함께 VM501도 주목해야 합니다. 혈소판 감소증을 막아주는 이 약품은 임상2상을 마치고 중국에서 임상3상 신청을 마쳤습니다. 중국 측 파트너도 매우 적극적이며 진행 속도가 빨라 머지않아 결과물이 나올 겁니다다.

혈소판 감소증은 함암 치료 시 자주 발생하는 병으로 관련 시장은 500억~600억 원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이 중 최소 50% 이상은 우리 제품이 차지할 수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1-2-5-10’이라는 기업 비전을 2015년까지 달성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2015년까지 1개의 블록버스터 신약 출시, 2개의 빅딜, 5개의 천연물 기반 상품 출시, 10개의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는 게 바이로메드의 비전입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힘을 쏟아 부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