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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 달러는 당시 인터넷 기업에 대한 투자 금액으로는 사상 최대였다. 그러나 야후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경쟁자에 밀리면서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존재감을 잃어가자 알리바바는 야후와의 관계 단절에 나선 분위기다.
알리바바는 최근 MS와 손잡고 중국 인터넷 검색 시장에 진출했다. 중국의 온라인 검색 시장은 지난해 기준으로 시장 규모가 연간 10억 달러가 넘는데다 매년 30%씩 고성장하는 유망 시장이다. 야후도 일찌감치 알리바바와 손잡고 시장에 진출했지만 구글과 토종 기업인 바이두에 밀려 변방으로 밀려났다.
알리바바 그룹이 운영하고 있는 야후의 중국어 검색 사이트(www.yahoo.com.cn)는 2005년까지만 해도 시장점유율이 21%였지만 지금은 1%도 채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알리바바는 2대 주주인 야후를 배제하고 세계 검색 시장 2위 업체인 MS와 손잡고 또 다른 검색 사이트를 만든 것이다.
관계 악화된 데는 야후 측이 빌미 제공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최근 ‘에타오(www.etao.com)’라는 웹사이트의 베타 버전을 가동했다. 알리바바는 벌써부터 에타오를 자사가 운영하는 중국 최대의 쇼핑몰인 타오바오닷컴(www.taobao.com)에 버금가는 사이트로 키우겠다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에타오에서 검색해 보면 맨 위에 키워드와 관련된 상품 이미지와 가격 목록을 보여주는 타오바오 리스트가 나오는 등 몇 가지 그룹으로 나눠져 검색 결과가 나타난다. 이런 인터넷 검색 결과는 MS의 검색엔진인 빙(bing)이 제공하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에타오가 야후의 중국 웹사이트를 더욱 초라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케팅 전략 업체인 울프그룹의 데이빗 울프 대표는 “중국의 검색 시장에서 제대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MS로서는 이번 거래가 큰 성과”라며 “알리바바와 마이크로소프트가 바이두의 강력한 경쟁가가 되기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고 평가했다.
알리바바와 야후의 관계가 공개적으로 악화된 데는 야후 측이 빌미를 제공했다. 지난 9월 야후가 중국의 검색 광고 시장에 직접 진출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알리바바가 발끈한 것이다.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즉시 야후의 지분을 되사겠다고 맞받아쳤다.
현재 야후가 보유한 알리바바 지분은 시가로 100억 달러에 달한다. 물론 야후는 이를 거절하고 자회사인 타오바오가 상장되면 주식을 팔겠다고 했지만 알리바바는 자회사 상장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알리바바는 또 야후의 이사회 참여 제안을 거절했다. 야후의 캐럴 바츠 최고경영자(CEO)는 2대 주주로서 이사회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알리바바는 이를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알리바바의 자회사인 타오바오닷컴의 왕솨이 마케팅 최고책임자인(CMO)는 “바츠 CEO가 작년 1월 취임한 후 보인 정책 결정과 태도에 당황해 왔다”며 “바츠 CEO 등은 인터넷과 중국 본토 시장, 그리고 사업 파트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비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의 대형 사모 펀드들은 야후의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야후가 보유한 알리바바 지분 40%가 거론되고 있다. 이미 이 지분을 알리바바가 비싼 값에 되사겠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사모 펀드들은 야후 인수에 성공하면 현금 조달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알리바바의 ‘야후 버리기’가 야후를 인수·합병(M&A) 시장으로까지 내몰고 있는 셈이다.
김태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tw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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