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광고

‘전철역 5분 거리.’ ‘역세권’ ‘○○강 조망.’

아파트 또는 상가와 같은 부동산 분양 광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글귀다. 계약 충동을 느낄 정도로 이보다 더 달콤한 카피로 포장된 광고도 많다. 분양률과 계약률을 높이려는 의도다. 그러나 과대·허위광고일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

만약 부동산 불황기에 역발상으로 투자를 고려한다면 분양 대행사나 시행사가 내건 광고 문안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허위 또는 과장광고로 드러나는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전철역 5분 거리’처럼 모호한 표현이 있다면 현장을 직접 방문해 확인해야 한다. 일반인들은 보통 ‘걸어서 5분 거리’로 인식하는데 분양 업체는 공간적 거리보다 ‘5분’이라는 시간을 주로 강조한다.

실제 현장에 가보면 전철역이 도보로 5분은커녕 10분 이상 걸리는 곳도 많다. 계약한 뒤 항의해 봤자 소용이 없다. 분양 업체가 ‘차로 5분 걸린다’는 뜻이었다고 변명하면 대응할 수단이 없다. 실제 법원은 ‘전철역 5분 거리’가 다소 과장된 면이 있더라도 상거래 관행상 허용될 수 있는 수준으로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동아건설 용산더프라임 모델하우스 /김영우 기자youngwoo@hankyung.com20100829....
동아건설 용산더프라임 모델하우스 /김영우 기자youngwoo@hankyung.com20100829....
과장광고 드러나도 보상 받기 힘들어

조망권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서는 조망권만을 규정한 법률상 근거조차 없다. 다만 건축법에 ‘일조 등의 확보를 위한 건축물의 높이 제한’ 조항이 있다. 아직까지 경관 조망권을 인정한 대법원 판례가 없는 이유다.

1심과 2심에서 조망권을 인정받더라도 대법원으로 올라가면 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실제 ‘법에 어긋나지 않고 권리 남용에 이르지 않는 한 남의 땅에 건물을 짓는 것을 조망권 때문에 막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나와 있다.

그러나 건설사가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바다·산·강 등의 조망권을 약속했는데 사실과 다를 경우 손해배상을 받을 길은 열려 있다. 이 또한 조망 정도에 따라 분양가에 차이를 두고 분양 계약서상에 명시하지 않더라도 광고 등으로 약속해 분양 계약의 일부로 인정될 때에만 해당한다.

10월 초 부산 해운대에 짓는 고급 주거 오피스텔 ‘롯데 갤러리움 센텀’의 조망권 분쟁이 좋은 예다. 법원은 조망권을 내세운 오피스텔 분양이 허위 과장광고로 분양 계약은 무효이며 시행사는 분양받은 사람들에게 분양 대금을 돌려주라는 판결을 내렸다.

시행사는 분양 광고에 ‘바로 눈 아래 펼쳐지는 센텀시티와 바다를 가로지르는 광안대교가 그려내는 웅장한 절경’ 등의 문구를 넣고 조망권을 이유로 일부 라인의 분양가를 같은 층, 같은 면적보다 최대 9000만 원 높게 팔았다. 당시 오피스텔 주변 땅은 모두 공터였고 ‘오피스텔 옆에 4층 이상 건물은 들어서지 않는다’는 홍보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시행사가 별도 회사를 설립해 오피스텔 부근에 22층짜리 콘도미니엄을 짓자 분양자들이 소송을 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지난해 입주에 들어간 인천 영종도의 한 아파트 계약자들은 민둥산과 무덤밖에 보이지 않는 산에 조망권을 적용해 분양가를 1억 원 이상 높게 받았다면서 분양가를 돌려달라며 입주를 거부하고 있다.

부동산은 한 건에 수억 원이 투입되는 리스크가 큰 투자다. 그런데도 현장을 한 번도 방문하지 않고 계약하는 통 큰 투자자가 많았다. 물론 투자자에게 1차적인 책임이 있지만 건설사와 시행사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분양만 하면 그만이라는 못된 심보(?)로 실수요자들의 가슴에 멍이 들게 하지 않았는지 뒤돌아볼 때다.

김문권 편집위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