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부터 국내에 설립되기 시작한 학교기업은 6년이 지난 현재 양적으로 크게 늘었다. 전국 대학이 운영하는 학교기업은 141개에 달한다. 정부는 그동안 370개 학교에 950억 원의 예산을 집행했다.

그런 가운데 수십억 원 매출의 학교기업으로 성장하기도 했고 일부는 폐업하기도 했다. 본래 학교기업의 취지인 현장 실습 교육 외에 수익성이 커지자 기술지주회사를 통해 독립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교육과 수익이란 두 마리 토끼를 쫓는 학교기업의 미래는?
학교기업 ‘빅뱅’ 막 오르다
수원여대가 운영하는 학교기업 ‘식품분석연구센터’에는 대기업 식품회사, 제약회사, 중소기업 등이 직접 수행하기 힘든 식품 품질 검사 의뢰가 몰려든다. 이 센터에서는 식품의 영양 성분 표기를 위한 분석이나 식품에 따라 유통기한을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 검사한다.

또한 식중독 미생물 검사, 축산물 위생 검사, 잔류 농약 검사, 유전자변형식품(GMO) 검사 등도 대행한다. 식품 관련 산업체 종사자를 대상으로 위생교육 사업도 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으로 2009년 매출은 15억6500만 원에 달했다. 센터의 수익은 학교 재정에 큰 도움을 줘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한 기자재 구입이나 실습 프로그램 개발에 필요한 비용에 사용된다.

이 학교기업에서 일하는 직원은 대부분 수원여대 식품영양학과 학생들이다. 학생들은 이 학교기업에서의 현장 실습과 인턴십을 통해 실무 능력을 쌓는다. 그 결과 수원여대 학생들의 영양사 국가고시 합격률은 매년 상위권에 든다. 또한 졸업 후에도 학생 때 실습했던 학교기업에 채용되기도 한다.

마케팅과 유통에 어려움 겪기도

지난 2004년 3월 학교기업의 설치·운영에 대한 규정이 제정되면서 대학에 학교기업을 설립할 수 있게 됐다. 그 후 6년이 지난 현재 많은 학교기업들이 설립됐다. 그중 수원여대의 식품분석연구센터는 가장 이상적인 모델로 꼽힌다.

학교기업의 본래 도입 취지는 학교 부서의 일부로 기업을 설치해 학생들에게 기업의 현장 체험 기회 및 실습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를 판매해 생긴 수익금이 교육에 재투자되는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교육 성과 외에 잘 운영되는 학교기업은 수익이 한 해 수십억 원에 달하면서 점차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바라보는 시선이 생겼다. 이에 따라 최근 대학에서는 너도나도 각자의 대학과 소재지의 특성에 걸맞은 학교기업 설립에 나서고 있다.

한국학교기업협회가 운영하는 쇼핑몰 ‘세몰(semall.or.kr)’에는 전국 대학 기업들이 만든 제품들이 집결해 있다. 식품·패션잡화·가전잡화·화장품·용역서비스·공연 등 카테고리별로 다양하다.

경대 다시마 마늘 고추장, 군산대 아토피 아동 의류, 대구한의대 한방 화장품, 김천대 자두 잼, 충북대 동물 진료 진단 서비스, 경상대 한우, 한국외국어대 여름 영어 캠프, 마산대 노인 요양 서비스 등 독특한 제품과 서비스가 가득하다.

한국학교기업협회의 유종선 본부장은 “학교기업들은 독특한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내지만 마케팅과 유통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인터넷 쇼핑몰을 만들어 공동 판매하고 있다”며 “품질과 재료 면에서 대학에 신뢰가 가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믿고 구입한다”고 설명했다. 전주대 궁중약고추장의 경우 지난 9월 추석을 앞두고 며칠 사이에 2억 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고 유 본부장은 귀띔했다.
학교기업 ‘빅뱅’ 막 오르다
대학이 갖고 있는 다양한 기술을 사업화하는 것은 국가 경쟁력 제고에도 필수적인 요소로 최근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기존에는 연구자가 직접 창업해야 했고 자금 조달이나 경영에서 한계에 부딪치는 것이 현실이었다.

또한 대학 교육에서 청년 창업이나 기업가 정신을 강조해 왔지만 실제 이를 터득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았다. 이러한 가운데 학교기업은 많은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학교기업을 단순히 ‘학교가 운영하는 기업’으로만 얘기하기는 어렵다. 교육 활동과 기업 활동을 연계할 때 적절한 균형을 맞추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한 비슷한 개념이지만 교수가 자신의 연구를 기반으로 사업체를 설립하는 교원기업과도 구분돼야 한다.

국내에서는 아직 학교기업의 교육적 목표를 우선하고 있다. ‘학교’의 교육 기능에 충실하면서 부수적으로 ‘기업’의 수익을 올리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등 외국 학교기업의 경우 대학의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천억 원의 수익을 거두며 국가 경쟁력을 이끌기도 한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이성상 연구원은 “교육형과 수익형을 구분해 학교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학교기업도 시장에 나온 이상 기업이기 때문에 치열하게 경쟁해야 살아 남을 수 있다. 하지만 학교가 교육 기능을 강조하다 보면 경영 효율성 측면에서는 학교기업의 발목을 잡는다. 자생력을 갖춰야 정부의 지원을 졸업할 수 있고 교육·채용 기능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학교기업의 정체성 구분과 육성 방안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