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기남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Focus] “의료 행정 전문가 양성…취업률 으뜸”
연세대 보건과학대학 보건행정학과는 2009, 2010년 연세대 매지리(원주) 캠퍼스 내에서 2년 연속 취업률 1위를 차지하며 인기 학과로 떠올랐다. 교내(매지리 캠퍼스) 취업률 순위는 2005년 졸업생 때만 해도 10위였지만 2009년 76.9%(진학률은 2.5%), 2010년 75%(진학률 14.9%)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입학 성적도 교내에서 가장 높아졌다.

언론 담당 역할을 자처한 진기남 교수를 금요일 이화여대 후문 쪽 한 카페에서 만났다. 진 교수는 취업률이 높아진 이유에 대해 한국의 의료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병원 행정은 의사인 병원장이 맡아 주먹구구식으로 하는 게 전부였습니다. 지금은 병원이 대형화·글로벌화·전문화되면서 ‘병원 경영’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습니다.

영리 추구까지는 아니더라도 병원이 적자를 내면 안 되는 상황에서 이익을 내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심사도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어 서류도 정교하게 작성해야 하는 등 전문직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보건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어떤 일을 하게 되는 것일까. “병원에는 의사와 간호사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숫자로 보면 간호사·행정인력·의사 순으로 많습니다. 의사 이상의 인력이 요구되는 것입니다.” 보건행정학과 학생들은 의무기록사·보건교육사 등의 자격증을 취득해 병원의 원무과에 취업해 기획 등의 업무를 맡는다.

병원 외에도 제약회사, 보건복지부, 의료 관련 회사 등에 취업한다. ‘하늘의 별 따기’지만 세계보건기구(WHO)와 같은 국제기구에 취업을 꿈꾸는 신입생들도 있다. 진 교수는 “대개 세브란스·현대아산병원·경희의료원 같은 메이저 병원에 취업해 원무·기획·홍보·총무 등의 일을 합니다.

박사과정 제자 중 한 명은 보건복지부 5급 특채로 뽑히기도 했고 7급, 9급 공무원으로 진출하는 학생도 많습니다. 외국계 제약사에 취업한 학생은 아시아 지역 직원 평가 10위 안에 들어 전 세계 어디든 원하는 지역에서 일할 수 있는 선택권을 받기도 했습니다”라고 진로를 설명했다.

병원에서 일하니 ‘해부학’ 등 의사·간호사에 준하는 의료 지식도 배워야 하지 않을까. 의료 관련 과목은 ‘의학용어’, ‘해부학’, ‘병원 영어’ 등 몇몇 과목을 이수하는 것에 그친다. 대신 마케팅과 인사관리 등의 경영학 과목 등 병원 외적인 시스템을 배운다. 해외 유학파 교수들이 대부분이어서 교과목 중 3분의 1은 영어로 수업이 진행된다.

진 교수는 기존 학과 강좌 외에 ‘의료관광’, ‘e-보건관리’, ‘보건 커뮤니케이션’ 등의 특화된 과목을 꾸준히 개설하고 있다. “한국의 병원 물류는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정보기술(IT)과 통신을 활용한 물류 관리로 비용을 10% 절감할 수 있는 효과가 있습니다.

10억 원이면 1억 원을 절감할 수 있는데, 옛날 같으면 1억 원을 벌려면 환자 진료를 20억 원(매출)까지 늘려야 합니다. 병원들도 효율적 관리에 대해 이제 인식하고 있습니다.” 의료 관광 컨설턴트, 유니폼 회사 사외이사 등 다양한 비즈니스에 발을 담그고 있는 진 교수는 보건행정학을 “너무 재미있고 다이내믹한 학문”이라며 자부심을 나타냈다.


약력 : 1960년생. 83년 연세대 사회학과 졸업. 91년 미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 보건사회학 석·박사. 94년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현). 2000년 미 다트머스대 의대 객원교수(현).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