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라정찬 RNL바이오 회장
![[Special Report] “성체줄기세포 치료의 글로벌 표준 만들겠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527283.1.jpg)
얼마 전에는 자가 지방줄기세포로 혈관 재생에 성공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서울대 수의대 출신으로 수의학 박사이기도 RNL바이오 라정찬 회장을 만나 성체줄기세포 치료의 현재와 미래를 들어보았다.
줄기세포, 특히 성체줄기세포에 대한 연구 계기가 궁금합니다.
2004년 말 서울대 수의대 교수들과 함께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줄기세포 연구 권위자인 강경선 교수 등이 지방과 태반에서 분리한 줄기세포를 연구해 보자고 제안해 왔죠.
제대혈·태반·지방 등을 모두 연구한 결과 지방의 경우 노인에게서 분리한 줄기세포도 분화력이 좋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이후 수천 번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최적의 배양 방법을 확립했죠. 5g의 지방에서 3주 만에 10억 개의 줄기세포를 배양하는 곳은 RNL바이오뿐입니다.
지방에서 분리한 줄기세포와 다른 성체줄기세포와의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지방 성체줄기세포를 연구하게 된 건 지금 생각해도 운이 좋았습니다. 지방과 골수에서 줄기세포를 채취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데, 골수 줄기세포는 배양 기간이 길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중간엽줄기세포의 수도 적고, 배양 과정에서 변화될 가능성도 많았죠.
또한 골수 줄기세포는 노화 과정에서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이에 비해 지방에서 분리한 줄기세포는 골수 줄기세포의 단점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제대혈 줄기세포는 주로 혈액을 만드는 조혈모세포를 많이 함유하고 있죠.
미국·일본 등 선진국의 줄기세포 기술 수준은 어떻습니까.
현재는 미국이 제일 앞서가고 있습니다. 줄기세포 치료제를 의약품이 아닌 의료 행위(기술)로 규정해 보편적인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이죠. 일본은 아예 역분화줄기세포를 국책 사업으로 정해 밀고 있습니다.
중국도 ‘국가 줄기세포 기술 의학 전환기지’를 세웠습니다. 중국은 국가적으로 공격적인 시험과 연구를 통해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조만간 치료 기술만으로는 중국에 따라잡히게 될 겁니다.
구체적인 연구나 치료 성과가 궁금합니다.
RNL바이오는 성체줄기세포 배양에서 이미 세계 최고입니다. 많은 양의 줄기세포를 확보해 세계에서 유일하게 ‘정맥주사’를 통한 난치성 전신 질환을 치료하는 성체줄기세포 기업이죠. 현재 1만4000명의 줄기세포를 보관 중이고 이미 8500명이 직접 치료를 경험했습니다. 2007년 75억 원의 매출액을 시작으로 2008년 260억 원, 2009년 465원을 기록했죠.
올해도 폭발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현재 버거씨병과 퇴행성관절염, 척추 손상 등의 식약청 임상 허가를 받아 임상이 진행 중입니다. 한편 자가 지방줄기세포 치료가 제도적으로 허용된 중국과 일본 등의 해외 협력 병원에서 여러 세포 손상 질환의 치료를 실시해 획기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국내 병원에서 치료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현행 약사법으로는 자가 성체줄기세포라고 하더라도 ‘의약품’으로 구분됩니다. 따라서 장기간에 걸쳐 1~3차의 임상시험을 통과해야만 하죠. 하지만 자가 줄기세포는 안전성과 유효성이 이미 입증된 상태이고 현재의 기술로는 아무런 치료제가 없는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의 유일한 대안이기도 합니다.
또한 국내 의료진에 의해 치료가 가능해지면 외화 절약은 물론이고 연구 능력과 진료 기술을 동시에 보유하는 줄기세포 강국이 될 수 있는 것이죠. 2010년 9월 현재 각종 세포 손상 질환자 4000여 명 이상이 해외에 나가 치료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반대로 미국 등 해외 환자가 RNL바이오에서 줄기세포를 배양해 다시 외국에서 치료를 받는 경우도 많죠.
성체줄기세포를 통한 의료 산업의 성장 가능성은 어느 정도입니까.
![[Special Report] “성체줄기세포 치료의 글로벌 표준 만들겠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527284.1.jpg)
더욱이 자가 줄기세포를 이용한 질병 치료가 산업화·대중화의 중심에 서리라고 확신합니다. RNL바이오는 내년부터 미국·중국·일본 등의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글로벌 비즈니스를 중점에 둘 계획입니다. 내년에 관련 법이 개정되면 본격적인 상용화가 가능해집니다.
해외 환자 유치 전망은 어떻습니까.
한국은 이미 줄기세포와 관련해 ‘연구-개발-생산’에서 선두권에 있습니다. 치고 나가느냐 추월당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이죠. 해외 환자들을 자국에 유치하려는 계획은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모두 달려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의 의료 수출은 성형·피부미용·건강검진 등에 그치고 있죠. 루푸스를 치료하기 위해 한국에 온 환자와 가족들이 한 달간 머무른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심근경색·관절염·뇌졸중을 앓고 있는 전 세계 인구는 또 얼마나 많겠습니까. 경제적 효과는 말할 것도 없고 고용 창출에도 최고의 방법입니다. 결국 문제는 ‘시간’의 싸움이죠.
한국이 줄기세포 기술을 세계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는 길은 무엇입니까.
우선 자가 성체줄기세포에 관한 한 환자의 뜻과 의사의 판단을 전제로 한 자유로운 치료가 가능하도록 관련 법이 하루 빨리 개정돼야 합니다. 또한 우리의 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특허 전략을 세워야 하죠. 의료계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치료 기술과 노하우를 쌓아야 합니다.
앞으로 RNL바이오의 사업 계획과 비전을 듣고 싶습니다.
어떤 분야든 산업화의 첫째 조건은 표준을 세우는 일입니다.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의료 행위나 치료법은 현재 마땅한 국제 표준이 없습니다. 이제 막 닻을 올린 첨단산업이기 때문이죠. 기업가로서 수익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RNL바이오를 통해 한국이 줄기세포 치료의 글로벌 표준을 세우게 하는 것이 저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저는 이것을 ‘줄기세포 실크로드(Stem Cell Silkroad)’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최근 노벨의학상의 트렌드를 보더라도 이론을 개발한 학자와 이를 대중화·상용화한 사람에게 공동 수여하는 것이 트렌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한국에 있는 여러 줄기세포 관련 기업들을 경쟁사라기보다는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파트너로 보는 이유죠.
약력 : 1963년 충북 청원 출생. 86년 서울대 수의학과 졸업. 94년 서울대 수의내과학 석사. 2008년 제주대 수의학 박사. 2008년 서울대 수의과대학 겸임교수. 2009년 베데스다 삼성병원 이사장. 2008년 대한수의학회 국제협력위원장. 2005년 (주)RNL바이오 대표이사 회장(현).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