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앞두고 의장국인 우리나라의 어깨가 대단히 무거워지고 있다. 미국·중국·일본 등을 중심으로 시작된 글로벌 환율 전쟁이 진정되기는커녕 갈수록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서둘러 해결책을 찾지 않으면 안 될 형편에 처했기 때문이다. 강대국들 간의 이해 다툼을 조정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가 우리 앞에 던져진 셈이다.
[이봉구의 뉴스 & 뷰] 갈수록 확산되는 글로벌 환율 전쟁
환율에 대한 합의를 이루는 것은 보통 힘든 게 아니다. 각국의 이해관계가 워낙 민감하게 얽혀 있는 만큼 손쉽게 절충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워싱턴에서 열렸던 국제통화기금(IMF) 연차 총회에서 이 문제에 대한 합의를 도출해 내는데 실패한 것도 그런 이유다.

공동성명을 채택했으면서도 환율 전쟁을 저지하기 위한 강력한 의지를 담은 표현을 넣지 못하고 앞으로 환율 문제에 대한 연구를 촉구한다는 식의 모호한 입장을 취하는데 머물렀다.

환율 전쟁이 격화된 근본 원인은 미국이 달러 약세를 강력하게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매년 4000억~8000억 달러에 이르는 경상수지 적자를 개선하는 일이 발등의 불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5년 내 수출을 2배로 늘려 경제를 회복시키겠다고 공언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도 달러 약세가 필요하다. 미 정부와 의회가 중국 위안화 절상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나 금융 완화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 등도 달러 가치를 끌어내리려는 노력의 일환임은 물론이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나라들 또한 결코 쉽게 양보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의 최대 타깃이 되고 있는 중국은 “국가 경제 규모는 크지만 아직은 개발도상국에 불과하고 위안화가 절상되면 세계가 피해자가 될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중국은 초엔고를 겪었던 일본이 장기 불황에 빠져든 점, 원고를 겪었던 한국이 외환위기에 빠졌던 점 등을 의식하며 위안화 절상이 자칫 그런 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은 지난 9월 15일 엔화가 15년 만의 최고치인 달러당 82엔대까지 치솟자 하루 동안에만 무려 2조 엔을 쏟아 부으며 중앙은행이 공개적으로 시장 개입에 나서기도 했다. 필요하다면 추가 시장 개입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유럽연합(EU) 역시 중국 위안화의 절상을 촉구하고 일본의 시장 개입을 비난하는 등 유로화 가치 상승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G20 서울 정상회의서 합의 이뤄내야

더욱이 최근엔 신흥국들까지 환율 전쟁에 가세해 우려를 더하고 있다. 브라질·인도·싱가포르·태국 등이 잇따라 외환시장에 개입하거나 개입 계획을 밝혔다. 브라질은 자국 채권에 투자할 때 매기는 금융거래세(IOF)도 기존의 2%에서 4%로 올렸고, 태국 또한 국공채 투자로 얻은 자본이익에 15%의 세금을 물리기로 했다. 외국 자본이 대거 유입되며 자국 통화가치를 끌어올려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데 따른 대응책임은 물론이다.

더구나 신흥국들은 몰려든 국제 부동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경우 외환위기를 겪게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 불안감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자칫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또한 물가가 큰 폭으로 뛰고 있지만 환율에의 악영향을 우려해 3개월째 금리를 올리지 못했다.

따라서 강대국들의 자국 이기주의를 진정시킬 수 있는 국제적 공조 체제의 구축이 요구되고 우리나라는 G20 회의 의장국 자격으로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G20 정상회의에 앞서 10월 22일부터 경주에서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가 개막된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등 거물급들이 대거 참석하는 만큼 실질적 합의를 이뤄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이봉구 한국경제 수석논설위원 b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