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그레이드 방안

최근 학교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은 대학 안팎의 요구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대학은 보유 기술을 직접 사업화함으로써 부족한 학교 재정을 확충할 수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는 자회사 20개를 설립해 연간 39억 달러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대학의 연구·개발 성과를 사업화로 연결하는 것은 국가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도 필수적이다. 지식 기반 경제에서는 기술 혁신 속도가 빨라져 기초 연구와 실용화 연구의 구분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2004년부터 ‘학교기업’ 시대가 열렸고 2008년 대학기술지주회사가 탄생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2004년부터 학교기업 육성을 위해 매년 1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올해도 대학 12개, 전문대 21개, 전문계고 19개 등 총 53개 기업에 119억 원을 지원한다. 그동안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학교기업의 숫자는 크게 늘었지만 기업으로서의 성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2008년 정부 재정 지원을 받은 66개 학교기업의 평균 매출액은 2억2500만 원에 불과하다. 이 정도 매출로는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학교 재정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처럼 학교기업들이 매출 증대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운영 목표가 현장 적응이 우수한 인력 양성과 기술 개발 및 이전, 일자리 창출 등 교육적 효과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수익 창출을 위한 경영에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판로 개척이나 마케팅 등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도 어려움을 겪는 한 이유다.

판로 개척·마케팅 전문성 떨어져
[학교기업 ‘빅뱅’ 막 오르다] ‘재정 지원’ 필요…법안 8개월째 ‘낮잠’
학교의 한 부서로서 독립적인 법인이 없는 학교기업에 비해 대학기술지주회사는 수익 창출에 좀더 포커스가 맞춰진 형태다. 2008년 한양대를 시작으로 현재 10여 개 대학이 경쟁적으로 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2015년까지 대학기술지주회사를 50개 만들어 자회사 550개, 매출액 3조3000억 원, 일자리 1만 개 창출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것이 정부가 그리고 있는 청사진이다. 기술지주회사 체제에서는 외부 투자를 끌어들여 자회사를 설립한 다음 주식시장에 상장해 수익을 챙기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기술지주회사를 마냥 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과거 정부의 지원 정책에 편승해 전국의 거의 모든 대학이 창업보육센터 설립에 뛰어들어 후유증만 남긴 채 실패로 끝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기술지주회사도 숫자 늘리기에 앞서 선진국 대학 수준의 제대로 된 기업이 먼저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기술지주회사를 만들려면 자본금의 50% 이상을 대학이 기술로 현물 출자해야 한다. 이를테면 자본금 100억 원 규모의 기술지주회사를 세우기 위해서는 최소 50억 원어치의 기술을 투자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학내에서 이만한 가치를 갖는 기술을 찾아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대학이 보유한 기술의 가치는 평균 2억 원 정도로 평가된다.

또한 건당 2000만 원가량 드는 기술 평가료도 만만치 않은 부담이다. 대학들은 초기 단계에서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기술지주회사의 자회사들이 성장기를 거쳐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 등에 이르기까지 초기 운영 자금 등의 수혈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대학들의 기술지주회사 운영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기술지주회사와 자회사들이 늘어나는데 발맞춰 지배 구조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회에는 기술지주회사의 기술 현물 출자 최저한도를 현행 50%에서 30%로 완화하고 정부와 지자체가 기술 가치 평가비 등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산업교육진흥및산학협력촉진에관한법률’ 개정안이 8개월째 계류돼 있다.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