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비즈니스·MASOK 공동기획⑭ - 최영환 이브자리 마케팅본부 본부장
“마케팅은 새로운 밸류(Value)를 창조하는 활동이죠.” 최영환 이브자리 마케팅본부 본부장이 생각하는 마케팅의 정의다. 최 본부장은 “마케터로 일한 25년간 매일같이 ‘밸류’라는 단어와 마주했다”며 “치열한 마케팅 현장에서 ‘밸류’는 마케터가 늘 핵심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핵심 키워드”였다고 말했다.그는 1985년 유한킴벌리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한국맥도날드·한국피자헛·오리온프리토레이·스포츠토토·한국펩시 등에서 마케터로 일했다. 2008년 영업·마케팅 HR 전문 컨설팅 회사인 브랜드미를 창업했고 올 초부터 침구 업체인 이브자리의 마케팅 본부장을 맡고 있다.
그는 맥도날드에서 마케팅 부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빅맥’, ‘불고기버거’, ‘치킨매커넷’, ‘300원콘’ 등의 인기 제품을 내놓으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오리온프리토레이에서는 ‘오!감자 딥’, ‘오징어땅콩 매운맛’ 등을 히트시켰으며 스포츠토토 총괄상무로 일할 때는 ‘야구토토’, ‘프로토’, ‘축구토토승무패’ 등 히트작으로 마케터의 자존심을 지켰다.
그러면 최 본부장이 인터뷰 내내 강조했던 ‘밸류’란 무엇일까. 그는 맥도날드의 ‘불고기버거’를 예로 들었다. 그에 따르면 당시 맥도날드의 전략은 이랬다. 1차 목표는 고객 수나 점포 수를 적극 늘려 회사의 구매력을 강화하고 2차로 원가를 절감하고 메뉴 가격을 낮추는 것이었다.
저렴하고 품질 좋은 제품과 친절한 서비스로 찾아오는 고객을 확실히 잡아두자는 의도였다. 하지만 맥도날드의 저가 전략은 한국 시장에서 통하지 않았다. 한국 소비자들은 ‘싼 게 비지떡’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소비자들에게 ‘밸류’를 줄 수 있는 다른 방안을 모색해야 했다. 그렇게 나온 제품이 불고기버거였다.
가격은 ‘싸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책정했다. 당연히 재료와 서비스는 물론 맛도 최고를 추구했다. 맥도날드의 기존 고객은 주로 10대 여학생과 어린 아이들이었다. 불고기버거는 남학생과 중장년층을 새로운 고객으로 끌어들였다. 불고기버거는 큰 성공을 거뒀고 지금까지도 한국맥도날드의 ‘빅3 메뉴’에 속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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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직후 내놓은 300원짜리 아이스크림콘도 그의 이른바 ‘밸류’ 차별화의 성공 사례 중 하나다. 당시 비슷한 품질의 소프트 아이스크림 콘은 1000원으로 3배나 비쌌다. 그렇지만 그는 “외환위기 직후였기 때문에 충격적인 가격만이 확실한 밸류를 제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거기에 나눔의 의미도 담았다. 그는 “많지 않은 돈으로도 넉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의도였다”고 되돌아봤다. TV 광고 콘셉트도 아빠가 아들 친구들에게 맥도날드에서 먹을 것을 사주려다가 따라온 친구들이 너무 많자 아이스크림콘으로 대체한다는 내용으로 잡았다. 대성공이었다. 고객 수가 크게 늘어난 것은 물론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었다.
‘밸류’와 함께 잠재된 고객의 욕구를 파악하는 일도 마케팅의 핵심 요소 중 하나라는 것이 최 본부장의 지론이다. 그는 “고객 내면의 잠재된 욕구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면 히트 제품 개발은 시간문제나 다름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 겉으로 보이지 않는 고객의 잠재 욕구를 어떻게 파악할까. 그는 “관찰”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관찰은 현장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아무리 뛰어난 보고서라도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는 것만큼은 못하다”고 덧붙였다.
2004년 6월 스포츠토토 마케팅 책임자로 일할 때의 일이다. 오리온 그룹에서 스포츠토토를 인수한 직후였기 때문에 회사 분위기도 어수선했고 경영 실적 또한 저조했다. 게임 방식이 복잡하다는 불만도 많았다.
최 본부장은 자료를 검토하던 중 스포츠토토를 취급하는 유통점 중에서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채널이 복권방과 편의점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그는 주말마다 마케팅 팀원들과 지역을 나눠 복권방과 편의점을 방문해 시장 동향을 살폈다.
이렇게 모인 정보를 분석해 얻은 결론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게임이 복잡하다는 것. 다른 하나는 고객들은 배당금이 계속 쌓이는 것을 원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게임 방식은 간단하되 맞힐 확률이 낮은 상품”을 개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렇게 나온 것이 ‘스페셜’이다. 이 게임은 예를 들어 농구하는 8개 팀의 점수를 10점대로 맞히는 방식이다. 언뜻 생각하면 쉬워 보이지만 맞힐 확률이 낮은 게임이었다. 스페셜 게임은 농구에 이어 축구와 야구에서도 출시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전문 조사 기관을 활용할 때도 마찬가지다. 조사 기관을 잘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직접 참여해 현장을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포커스 그룹과의 인터뷰 때는 반드시 담당 브랜드 매니저와 마케팅 팀장, 임원 등이 참석해 그 자리에서 생생한 고객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오리온 시절 옥수수·보리·귀리 등 5가지 곡물을 주원료로 한 ‘썬칩’이라는 브랜드가 침체에 빠졌다가 되살아난 사례를 들려줬다. 당시 썬칩의 슬로건은 ‘태양의 맛 썬칩’이었지만 ‘태양의 맛’이 뭐냐고 물으면 대답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조사 기관에 소비자 조사를 의뢰했다. 그 일환으로 포커스 그룹과 인터뷰를 하던 중 눈이 번쩍 뜨이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 남자 고등학생이 “저는 썬칩을 먹으면 에너지가 생겨요. 다른 과자들은 그렇지 않은데 말이죠”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즉석에서 “에너지 충전 강렬한 파워스낵 썬칩!”이라는 새로운 콘셉트를 정했고,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베스트셀러 제품으로 자리잡았다.
그가 현재 몸담고 있는 이브자리는 전국에 500여 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국내 침장 업계 1위 기업이다. INNO·코디센·파라디스·SIF 등 다양한 브랜드를 갖고 있다. 그는 침구 시장이 향후 더 크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인의 수면 시간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데다 피부 트러블 환자도 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수면을 도와주고 알레르기를 방지하는 기능성 침구류가 인기를 끌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향후 다양한 기능성 침장류를 선보일 계획”이라며 “이브자리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약력 : 1960년생. 85년 서강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2001년 연세대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취득했다. 2006년 미국 버클리대 IDP에서 마케팅을 전공했다. 1985년 유한킴벌리에 입사해 하기스 브랜드 매니저 및 트레이드마케팅 팀장을 지냈다. 이후 한국맥도날드 마케팅부장(1998년), 한국피자헛 마케팅 이사(2000년), 오리온 프리토레이 마케팅 상무(2002년), 한국펩시 총괄 상무(2007년) 등을 거쳐 2010년 초부터 이브자리 마케팅 본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돋보기 후배들을 위한 Tip
“주변에서 옹호자를 만들어라”
“편하게 앉아서 얻는 지식은 한계가 뚜렷하죠.”
최영환 본부장은 훌륭한 마케터가 되는 비결로 “발로 뛰어야 한다”는 점을 가장 먼저 강조했다. 기가 막힐 정도로 훌륭한 아이디어는 책에서 툭 튀어나오거나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줄기차게 현장을 드나들어야 소비자들의 잠재된 욕구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 본부장은 “옹호자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주변에 옹호자가 없으면 실행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영업 부서에서 예상보다 강하게 반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 다양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은 물론 적극적인 교류를 통해 다양한 옹호자를 만들어 놓아야 유리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일에 미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마케터는 통찰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에 몰두하다 보면 어느 순간 해답이 나온다”고 말했다.
권오준 기자 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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