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 왔나

교육과학기술부의 자료에 따르면 2010년 현재(8월 기준) 전국의 대학과 전문대가 운영하는 학교기업은 141개로 파악되고 있다. 4년제 대학 37곳에서 67개의 학교기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전문대의 경우 48개 대학이 74개사를 갖고 있다.
[학교기업 ‘빅뱅’ 막 오르다] 전국 141개…다양한 업종에 도전
2004년 학교기업의 설립이 법적으로 허용된 후 정부 지원 사업을 바탕으로 속속 생겨났지만 각종 제한에 부닥쳐 한때 증가세가 주춤했다.

그리고 2008년 학교기업의 설립 기준이 대폭 완화되면서 최근 실무 중심의 현장 교육 목적 외에도 수익을 고려한 학교기업이 크게 늘고 있다.

이 중에는 연간 매출이 20억 원 수준으로 큰 수익을 내고 있는 기업도 있고, 수익은 미비하지만 학생들의 현장 실습 목적에 충실한 학교기업도 있다.

학교기업들은 대학과 학과의 특성에 맞춰 다양한 업종에 진출하고 있다. 충북대는 수의업, 동국대는 공연 기획, 전주대는 고추장 등 장류 제조업, 대구한의대는 한방 화장품 제조업, 청강문화산업대는 애니메이션·게임 콘텐츠 제작, 원광보건대는 여행사, 두원공과대는 고부가가치 초정밀 금형 등 업종이 셀 수 없을 정도다.

다만 ‘학교기업의 설치·운영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11조에 의해 전자 게임장 운영업, 일반 유흥주점업, 담배 소매업 등 19개 업종에 대해서는 학교기업이 비즈니스를 할 수 없게 금지돼 있다.

2004년 3월 관련 규정이 처음 제정될 때에는 금지 업종이 128개였지만 제약이 너무 심하다는 비판에 따라 지난 2008년 개정될 때 대폭 줄어들었다. 당시 교과부의 ‘대학 자율화 추진 계획’은 학교 내에서만 운영할 수 있었던 학교기업의 소재지 제한을 완화해 행정구역 내 교외 설립을 허용했다.

[학교기업 ‘빅뱅’ 막 오르다] 전국 141개…다양한 업종에 도전
2008년 규제 대폭 완화


학교기업의 법적 근거는 산업교육진흥및산학협력촉진에 관한 법률 제36조에서 규정하고 있다. 학교 회계의 연간 수입 총액에서 10분의 1 범위 안에서 학교기업의 운영 경비로 지출할 수 있고 대학에 학교기업을 지원하는 조직을 둘 수 있다. 학교기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실습을 학점으로 인정할 수 있고 순이익이 발생할 때는 직접 기여한 학생 및 교직원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정해져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기업 운영 지원 사업에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총 370개 학교에 950억 원의 예산을 집행했다. 2004, 2005년 1기에 230억 원 지원에서 2기부터 300억 원으로 확대했고 2009년까지 이 수준을 유지했다.

2010년부터는 지원 기간을 2+3년제로 바꿨다. 선정된 학교에 대해 기본적으로 2년간 정부 지원금이 제공되고 중간 평가 후 추가 3년 여부를 결정한다. 올해는 대학 13개와 전문대 21개를 지원 대상으로 선정하고 120억 원을 지원하고 있다.

한 대학이 연 사업비를 2억 원에서 3억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지원금은 참여 인력의 인건비와 실험 실습비, 교육과정 개발비 등 현장 실습 비용, 시설 기자재 구축비로 구성된다.
[학교기업 ‘빅뱅’ 막 오르다] 전국 141개…다양한 업종에 도전
교과부 학연산지원과의 김학승 사무관은 “정부의 지원 규모를 한동안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며 “학교기업이 지원금을 종잣돈으로 삼아 수익을 발생시켜 자립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지 학교기업의 운영비를 제공하는 취지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대학 기술지주회사 본격 도입

교과부는 학교기업을 육성하면서 학생의 현장 실습 참여도 및 질적 제고가 이뤄졌고 일자리 창출에 학교기업이 기여해 신규 인력 채용이 증가했다고 성과를 밝혔다.

또한 학교기업의 매출액 증가로 학교 재정에 큰 도움이 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실제 2004년부터 2009년까지 지난 5년간 성과를 보면 현장 실습에 참여한 학생 수는 6만3678명에 달하고 정부 지원 학교기업의 총매출액은 838억 원에 달한다.

학교기업에서의 신규 채용은 1948명으로 집계됐다. 그리고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총 2039건이 학교기업을 통해 보유하고 있는 특허와 실용실안 등 산업재산권이 산업계로 이전됨으로써 산학 협력의 활성화를 유도했다.

한편 대학이 직접 기업을 설립해 수익을 창출하는 기술지주회사는 지난 2008년 관련 법률 개정으로 처음 제도가 도입됐으며 현재 서울대·연세대·KAIST·삼육대·고려대 등 국내 10개 대학이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대학기술지주회사는 자회사 지분 20%를 돈이 아니라 기술로 투자한다. 기술거래소·기술보증기금·산업은행 등 3개 기관이 대학이 보유한 기술을 평가하면 대학은 해당 기관이 인정하는 액수만큼 지분을 보유할 수 있다. 대학은 자회사가 사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에 대해 배당이익을 챙길 수 있고 자회사가 상장되거나 다른 기업에 인수되는 경우에도 그에 따른 이익을 얻을 수 있다.

2008년 국내 첫 대학기술지주회사인 HYU홀딩스를 설립한 한양대는 기술지주회사를 통해 자회사 ‘트란소노’와 ‘크레스코’를 설립했다. 잡음 제거 기술을 기반으로 한 트란소노는 지난해 6200만 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 휴대전화 제조업체 팬택의 수출용 휴대전화에 소음 제거 솔루션인 일렉토복스(ElectoVox)를 공급해 18억 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학교기업 ‘빅뱅’ 막 오르다] 전국 141개…다양한 업종에 도전
한편 학교기업과 약간 의미가 다른 교원기업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교원기업은 교수가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학교와 일부 연계성을 갖고 회사를 차려 운영하는 형태다. 정부 지원과 학교의 운영을 기반으로 하는 학교기업과는 차이가 있다.

서울대의 경우 20개 교원기업의 누적 매출이 2564억 원에 달한다. 서울대의 교원기업 중 생명과학부 김선영 교수가 설립한 ‘바이로메드’, 기계항공공학부의 박희재 교수가 설립한 ‘SNU프리시젼’, 의대 서정선 교수가 설립한 ‘마크로젠’ 등은 코스닥 증시에 상장할 정도로 성장했다.

교원기업의 경우 수익을 학교가 갖는 것은 아니지만 고려대의 교원기업 ‘인스콘테크’처럼 사업 이윤을 학교 측에 기부하기도 한다. 마크로젠은 신소재공학부 교수인 서광석 대표가 설립한 회사로 반도체 및 전자부품의 정전기를 방지하는 포장 재료를 개발, 상품화해 현재 1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지난해 고려대에 20억 원을 기부했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