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레스토랑은 언제 별을 딸까

최근 세계적 레스토랑 평가서로 유명한 ‘미슐랭 가이드’와 미국의 레스토랑 평가서인 ‘자갓’이 동시에 2011년도 판을 발표했다. 이들이 매년 새로운 평가서를 낼 때마다 새롭게 ‘별(스타)’을 추가하거나 잃은 레스토랑이 화제로 떠오른다.

이번에 뉴욕에서 신규로 별을 획득한 식당으로 화제를 모은 곳은 브루클린에 있는 ‘브루클린 페어(Brooklyn Fare)’라는 곳이다. 이곳은 오픈한 지 1년밖에 안 된 신생 레스토랑임에도 불구하고 미슐랭 가이드에 첫 이름을 올리자마자 ‘투 스타’를 얻는 기염을 토했다. 식당 규모도 18석으로 작은데다 식료품을 파는 마트 내에 있는 식당이라는 점에서 더욱 놀랍다.
<YONHAP PHOTO-0173> (100817) -- GUILIN, Aug. 17, 2010 (Xinhua) -- Customers taste Korean food in a retaurant in Guilin, south China's Guangxi Zhuang Autonomous Region, Aug. 17, 2010. Korean cuisine has been well known of its extraordinary flavor in China. (Xinhua/Chen Ruihua)(zn)/2010-08-18 01:28:21/
<저작권자 ⓒ 1980-201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100817) -- GUILIN, Aug. 17, 2010 (Xinhua) -- Customers taste Korean food in a retaurant in Guilin, south China's Guangxi Zhuang Autonomous Region, Aug. 17, 2010. Korean cuisine has been well known of its extraordinary flavor in China. (Xinhua/Chen Ruihua)(zn)/2010-08-18 01:28:21/ <저작권자 ⓒ 1980-201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미슐랭 가이드의 최고 영예인 ‘스리 스타’는 전 세계적으로 86곳만 선정돼 있으며 뉴욕에서는 5개 식당에 주어져 있다. 미슐랭 가이드에 이름이 오르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며 이 가운데 약 10%만 스타급으로 분류된다. 뉴욕시 식당 가운데 스타급 식당은 총 57개에 불과하다.

미슐랭이 전 세계 레스토랑을 평가하는 것과 달리 자갓은 미국의 주요 도시만을 대상으로 평가한다. 자갓은 스타를 부여하지 않고 점수로 판정하는데 30점이 만점이며 현재 만점 식당은 어디에도 없다.

보통 26∼27점 넘으면 미슐랭의 스타급 레스토랑과 견줄만하다. 뉴욕에서는 29점을 받은 ‘르 베르나르뎅’이 유일하고 스타급에 해당하는 26점이 이상을 획득한 곳은 50곳이다.

한국 식당들은 이번에도 별을 획득하거나 높은 점수를 얻는데 모두 실패했다. 미슐랭 가이드에는 14곳, 자갓에서는 모두 8곳이 이름을 올렸으며 동시에 이름이 올라간 곳은 ‘한가위’, ‘초당골’, ‘모임’, ‘우래옥’, ‘금강산’ 등 5곳이다.

자갓은 ‘한가위’에 올해 26점을 줘 스타급 레스토랑으로 선정될 기대를 안겨줬지만 내년 판에는 24점으로 내렸다. 한식당 가운데 최고 점수를 받은 곳이 일본 라멘 체인점인 ‘잇푸도’와 같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한국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대목이다.

아시아 음식 중 일식만 대우받아

시사 주간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뽑혀 국내 언론에서도 주목을 받은 바 있는 한인 요리사 데이비드 장이 운영하는 ‘모모푸쿠’는 미슐랭에서 ‘투 스타’, 자갓에서 27점을 획득한 세계적인 레스토랑으로 인정받았다. 그는 요리에 김치나 보쌈 같은 한식을 접목하고 있지만 평가서들은 그의 요리를 미국식이나 컨템퍼러리(contemporary)로 분류한다.

한식에 대한 세계 미식가들의 저평가에 대해 여러 이유들이 거론될 수 있다. 한식당의 위생 상태가 좋지 않다거나, 직원들의 서비스가 부족하다거나 음식이 외국인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등 셀 수도 없이 많다. 평가서들의 공정성 여부도 100% 신뢰하기 힘든 점도 있다.

뉴욕의 중국 식당은 미슐랭 가이드에 한국보다 3배나 많은 42군데의 이름이 올라갔지만 한 곳도 별을 받지 못했다. 현재 아시아 음식은 일식 빼고는 어느 곳도 스타급으로 인정해 주지 않고 있다.

일본은 단일 국가로는 가장 많은 총 7군데가 별을 획득했으며 ‘마사’라는 곳은 ‘스리 스타’로 매년 뽑히고 있다. 32곳의 식당이 미슐랭에 올라 있는 멕시코 역시 한 곳도 스타급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주로 서양인들로 구성된 평가단들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또 이들의 평가를 민간 기업이 비즈니스 목적으로 선정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치부할 수도 있다.

얼마 전 뉴욕 현지 신문에 한국 정부가 맨해튼에 수십억 원의 예산을 들여 한식당을 열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또 ‘한식의 세계화‘라는 명목으로 책정한 예산이 아직 남아돌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뉴욕 한식당들은 정부의 예산 지원을 크게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그러나 외국에 있는 개인 소유의 식당에 예산을 지원하거나 국가 예산으로 식당까지 차리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아 보인다. 아무리 한식의 세계화를 부르짖고 이에 대한 성과를 내고 싶다고 해도 일에는 순리가 있다.

스타급 레스토랑 선정이 한식 세계화의 성과로 치부돼서도 안 될 것이고 엘리트를 육성해 올림픽 금메달 획득하듯이 속성으로 ‘무늬만 스타급’ 식당을 탄생시켜서도 안 될 것이다.

뉴욕(미국)= 한은구 한국경제 문화부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