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스트리트: 머니 네버 슬립스’

우선 이 영화를 음모와 배신의 팽팽한 긴장감이 살아 있는 스릴러를 기대하고 본다면 실망할 수 있다. 대신 2007년부터 시작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과 2008년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을 거친 미국 금융업계와 그 안에서 얽히고설킨 욕망의 군상들을 만화경으로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영화는 처음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치솟은 월스트리트의 고층 빌딩들의 아찔한 몽타주들로 시작한다. 이 카메라 움직임은 중반부에 자선 파티에 참석한 금융업자 부인들의 화려한 귀고리들을 연이어 비추면서 남자들과 또 다른 모습의 욕망들을 비춘다.

원 숏으로 이어지는 클로즈업 장면은 꽤나 기발해 보인다. 프로젝트 하나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주인공이 보너스로 100만 달러(11억 원 상당)를 받아 여자 친구를 위해 1.4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반지를 사 주는 모습은 월스트리트의 비현실적인 모습을 상징한다.
[영화] 욕망의 군상을 만화경으로 보는 재미
교도소에서 8년을 복역하고 출소한 고든 게코(마이클 더글러스 분)는 예비 사위이자 미국 굴지의 투자은행 뱅커 제이콥 무어(샤이아 라보프 분)에게 이렇게 얘기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거대한 사기다.

20년 전 내가 저지른 잘못(내부자 정보를 이용한 주가 조작)은 거기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나는 8년이나 복역했는데, 지금은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영화는 대학 강단에 선 게코의 강연을 통해 끝없이 빌리는 채무로 연명되는 미국 소비자들과 뻥튀기 투자로 돈을 버는 은행가들을 비꼰다.

등장인물들의 욕망이 부딪치면서 영화의 긴장감은 계속된다. 게코는 재기(再起)를 바라고, 무어는 복수를 바라고, 무어의 어머니(수전 서랜던 분)는 부동산 투기에 빠져 있고, 무어의 회사 최고경영자(CEO)는 영원한 부귀영화를 꿈꾼다. 단 하나 비영리적 인물이었던 위니 게코(캐리 멀리건)조차 남자 친구인 무어의 제안에 유명해지기를 꿈꾸며 고집을 꺾는다.

초반부 숨 막히도록 빠르게 진행되는 금융 위기와 달리 후반부는 인물들에 초점을 맞추면서 느릿느릿 흘러간다. 딸과 사위를 배신했던 고든 게코는 결국 뱃속의 손자를 찍은 초음파 동영상을 보면서 인간적인 면모를 되찾는다. 부조리한 CEO는 처벌을 받고, 주인공 남녀는 사랑을 되찾는다.

1.4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반지를 되팔고 장난감 반지를 낀 채 행복한 모습을 짓는 여주인공과 ‘복부인’을 때려치우고 본업인 간호사로 돌아간 주인공 어머니의 모습으로 마무리되는 영화는 탐욕을 버리면 오히려 행복해질 수 있다는 ‘휴머니즘적’ 결론에 다다른다.


플래닛51
"Lem" voiced by Justin Long and "Chuck" voiced by Dwayne Johnson in Columbia Pictures' animated comedy PLANET 51.
"Lem" voiced by Justin Long and "Chuck" voiced by Dwayne Johnson in Columbia Pictures' animated comedy PLANET 51.
400원대에서 2만 원대로 폭등한 뒤 폭락한 대표적 주가조작 종목 ‘플래닛82’와 전혀 상관없는 영화. 능글능글 ‘자뻑’ 우주조종사 ‘척’과 바른생활 녹색 청년 ‘렘’, 그리고 그의 친구들이 펼치는 좌충우돌 우주 코믹 어드벤처.

이 영화는 지구인에게는 외계인이지만, 외계인들에게는 지구인이 외계인일 수 있다는 설정에서 시작됐다. 나사(NASA)의 우주인이 플래닛51에 착륙하면서 외계인 마을은 공포에 휩싸인다.


참을 수 없는
[영화] 욕망의 군상을 만화경으로 보는 재미
작가를 꿈꾸는 출판사 직원 지흔(추자현 분)은 단지 싱글이라는 이유만으로 직장에서 가장 먼저 해고 당하고 7년 사귄 남자 친구마저 이별을 통보한다. 홧김에 저지른 사고로 빈털터리가 된 지흔은 결국 친구 경린(한수연 분)의 집에 얹혀사는 굴욕을 겪는다.

경린의 잘난 남편 명원(정찬 분)과의 동거가 불편하지만, 우연히 실내 야구 연습장에서 명원을 만난 지흔은 의외로 소박한 꿈을 가진 그에게 매력을 느끼고 점차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된장
[영화] 욕망의 군상을 만화경으로 보는 재미
‘탈옥 5년 만에 검거된 희대의 살인마를 잡은 것은 경찰도 검찰도 아닌 된장찌개’라는 제보를 받은 특종 킬러 최유진(류승룡 분) PD는 심상치 않은 냄새를 맡고 취재에 나서지만, 이 기막힌 사건의 열쇠를 쥔 된장 달인녀 장혜진(이요원 분)은 자취를 감춘다.

그리고 연이어 밝혀지는 3명의 죽음. 방송 취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수많은 관계자들의 흥미진진한 진술이 이어지고 이 미스터리는 또 다른 반전을 향해 치닫는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