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인플레는 경제가 뜨거워지면 나타나는 현상, 실업률은 경제가 차가워지면 나타나는 현상에 비유된다. 그런데 한 영국 우화에 보면 비슷한 상황이 등장한다. 숲에서 길을 잃은 한 소녀가 숲속을 헤매다가 곰이 사는 집에 들어간다.

곰들이 죽을 끓여 놓고 산책을 나간 사이 곰들의 집에 들어간 소녀는 너무 뜨거운 아빠 곰의 죽과 너무 차가운 엄마 곰의 죽 대신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고 따뜻한 아기 곰의 죽을 먹어치우고 잠이 든다.

동화 속에 등장하는 이 소녀의 이름이 골디락스다. 이 동화 때문에 뜨거운 인플레와 차가운 실업이 모두 극복된 상태에서 따뜻한 상황을 즐기는 모습을 골디락스 경제라고 부르게 됐다.

2000년 중반 전 세계적으로 물가 안정과 고성장 국면이 등장하면서 골디락스 경제는 한때 모두를 즐겁게 해 준 선물이었다. 그러나 세상에는 공짜가 없는 법.

지속적인 유동성 증가는 각국에서 대표적인 비교역재이면서 내구소비재인 주택의 가격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집값이 오르면서 주택을 소유한 소비자들은 자산 가격의 상승에서 오는 포만감을 만끽했다.

이에 따라 소비가 늘기 시작했고 전 세계적인 경기 호황 국면 속에서 신나는 축제가 이어졌다. 그러나 결국 이러한 주택 가격의 과도한 상승이 버블을 불러일으키고 이 버블이 터지면서 전 세계는 고통스러운 금융 위기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과 글로벌 위기가 이어지면서 전 세계적인 경기 하락과 금융경색이 발생하고 경제가 매우 힘들어지고 있는 상황이 나타나자 드디어 각국은 자국의 수출을 늘리고 수입을 줄이는 정책을 취하려 하고 있다.

사실 불황 국면에서 혼자 수입을 줄이고 수출을 늘리면 자국은 순수출 증가 덕분에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되지만 자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은 수입이 늘고 수출이 줄면서 불황 국면이 연장되는 상황이 초래된다.

이 정책은 대공황 당시 소위 ‘근린궁핍화’ 정책으로 불리면서 많은 국가들이 이에 따른 후유증에 시달리는 상황이 나타났었다. 혼자 살겠다고 하다가는 공멸한다는 이 주장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데도 세계 각국은 이러한 교훈을 무시한 채 다시 근린궁핍화의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벌어지는 환율 전쟁은 이러한 움직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중국의 과도한 수지 흑자와 미국의 과도한 수지 적자에 따른 부작용을 치유하기 위해 미국은 중국에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은 대단히 소극적이다.

마침 더블 딥 우려까지 겹친 미국은 이제 양적 완화 정책, 즉 달러를 더 풀어서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전략을 추진하면서 향후 1조 달러 정도를 풀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결국 이 바람에 위안화도 약간 절상 국면으로 진입했는데 문제는 엔화와 원화다.

중국이 엔화를 사들여 일본 국채를 매입하고 원화를 사들여 한국 국채를 매입하면서 원화와 엔화가 지속적으로 절상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사실 G20 회의에서 ‘지속 가능한 균형성장 프레임워크’로 불리는 아젠다는 미국과 중국의 지나친 적자와 흑자를 동시에 줄이는 글로벌 리밸런싱의 아이디어에 기초해 있다. 이러한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으면 진정한 경제 위기 극복이 어렵다는 지적에 기초한 것이다.

사실 골디락스 경제와 함께 나타난 글로벌 임밸런스는 상당 부분 중국의 힘을 키우는 원동력이 됐고 중국은 이제 막대한 흑자를 토대로 축적한 2조5000억 달러의 외화보유액을 기반으로 미국과 맞상대할 정도의 대국으로 부상했다.

우리의 미래가 이제 이들 국가들이 벌이는 환율 전쟁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우리의 미래를 우리가 완벽하게 스스로 결정하지는 못하는 상황이지만 11월 G20 회담을 이용해 환율과 관련한 이슈들을 다루는 전략 등을 통해 우리의 처지를 최대한 반영하면서 실리를 챙기는 전략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제 시작된 환율 전쟁,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


한미FTA좌담회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20060612..
한미FTA좌담회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20060612..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1960년 서울 출생. 1984년 서울대 물리학과 졸업. 1993년 미 시카고대 경제학 박사. 1995년 명지대 무역학과 교수. 2004년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사무총장. 2005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현). 2006년 바른금융재정포럼 이사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