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9 부동산 대책 효과 미지근

부동산 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부동산 매매 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채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전세 시장마저 매우 불안한 모습이다. 일부 지역은 며칠 만에 몇 천만 원씩 올라 전셋값 맞춰 주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서민들이 수백, 수천만 원의 여윳돈을 금융회사에 넣어뒀다가 오른 전셋값을 낼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배추와 무값 등 채소류의 폭등에 이어 그야말로 먹고살기 힘든 세상이 됐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주기적으로 벌어지는 것일까. 정부가 뒷짐을 지고 놀고 있는 것도 아닌데….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수없이 많다. 금리, 분양 물량, 경기 등. 그 가운데 부동산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엇일까.
타워펠리스에서 바라본 목동 현대3차 아파트방향. 멀리 신도림 테크노마트

20090202 임대철인턴 photo@....
타워펠리스에서 바라본 목동 현대3차 아파트방향. 멀리 신도림 테크노마트 20090202 임대철인턴 photo@....
박태원 광운대 경영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은 정부의 정책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정책은 주택의 수요와 공급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며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은 그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판교신도시 조성, 분양가 상한제 도입, 보금자리주택 건설 등 매머드급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부동산 가격이 춤을 췄다. 판교신도시 발표로 인근 분당의 집값이 급등했고 건설 업체들이 분양가 상한제를 피해 분양하기 위해 밀어내기 식으로 아파트를 분양하는 바람에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벌어졌다.

국내외 경제가 맥을 추지 못하는 시기에 보금자리주택 건설을 발표하자 실수요자들이 집 구입을 늦춰 아파트 거래가 실종되면서 부동산 경기가 어두운 터널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매매는 끊기고 전세는 불안

이는 시장이 정부의 정책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여주는 일례에 불과하다. 정부가 수많은 정책을 쏟아내면서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는 일은 부지기수다.

정부는 지난 8월 29일 부동산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거래가 끊겨 마비된 시장의 기능을 되살리기 위한 조치다. 더욱이 정부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시장의 기대보다 파격적으로 완화해 부동산 시장이 정상을 되찾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책의 강도가 약해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부동산 전문가들의 진단이 결과적으로 맞았다. 실제 시장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추가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정부의 생각은 다르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8·29 대책 발표 후 한경비즈니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추가 대책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월 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 이상 추가적인 대책이 있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시장의 요구를 거스를 이유는 없다고 본다. 8·29 대책의 핵심은 부동산 거래를 정상화하는 것이다. 시장이 반응하지 않는다면 처방이 잘못된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처방전을 써야 병을 치유할 수 있다. 추가 대책을 운운할 경우 시장에 불필요한 오해를 줘 오히려 시장을 더 경색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정부 스스로 운신의 폭을 줄일 필요가 없다.

8·29 대책이 나온 지 50일이 다 됐는데도 여전히 시장에 냉기가 흐른다면 온기가 돌도록 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시장 반응이 미지근하지만 좀더 지켜보자”고 밝혀 추가안의 필요성을 조심스레 내비쳤다. 추가 대책을 내놓는다고 정부를 나무랄 이도 별로 없다. 정부가 자존심을 내세울 만큼 한가할 때가 아니다.

김문권 편집위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