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블렛’
“가장 큰 상처는 영원히 사라진 오른손이 아니라 우정의 배신이었다.” 프랑스 남부 항구 도시 마르세유. 오랜 세월 마피아 대부로 군림해 온 찰리(장 르노 분)는 조직을 은퇴하고 자상한 가장으로서 조용히 여생을 보내고 있다. 어느 날 지하 주차장에서 불현듯 괴한들이 그에게 총알을 퍼붓고 찰리의 삶은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국면으로 접어든다.그들은 심지어 찰리가 아끼던 개마저 숨통을 끊어 놓았다. 22발의 총알을 맞고도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찰리는 ‘불사조’라고 불리며, 이 음모와 배신의 주동자를 향한 냉혹한 복수를 맹세한다. “복수하는 순간에는 얼굴을 숨겨선 안 된다.” 오른손을 잃은 찰리는 이제 왼손으로 총을 쏘는 법을 배우고 신경이 손상됐기 때문에 스스로를 서슴없이 칼로 찌르며 악당들을 협박할 수 있게 됐다.
‘테이큰 제작진의 신작’이라는 홍보 문구를 앞세우고 있지만 ‘22블렛’은 무지막지한 액션의 연속만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각 인물들의 개인적인 드라마를 더 강조한다. 주인공의 뜨거운 부성애와 차가운 복수심, 마피아에게 남편을 잃은 여자 형사의 분노 등이 영화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굳이 비교한다면 ‘익스펜더블’이나 ‘테이큰’처럼 ‘오직 액션을 보여주기 위한 최소한의 드라마’가 아니라 액션을 최소한 간결하고 집중적으로 보여주되 주인공이 겪는 도덕적 딜레마와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에 에너지를 집중시킴으로써 정서적 동질감을 극대화한 ‘아저씨’와 비슷한 피가 흐르는 영화다.
아마도 마르세유의 마피아 보스 재키 임버트가 1970년대 겪은 끔찍한 실화를 영화화했고 지금까지 살아있는 임버트의 육성 인터뷰가 각본을 쓰는데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일 것이다.
‘22블렛’의 또 다른 주인공은 마르세유라는 공간 자체다. 고급스러운 휴양지로 유명한 프랑스 남부의 여타 항구 도시와 달리 마르세유는 중동과 북아프리카로부터 건너온 이민자들이 대다수인 곳이다.
항구를 통한 마약 밀수업자들의 천국 같은 도시인 마르세유는 예로부터 암흑가 세력들이 잠복하기에 가장 좋은 도시로 유명했다. 촬영감독 토머스 하트마이어는 빠른 액션을 뒤쫓는 크레인 숏(crane shot)뿐만 아니라 와이드 스크린에 꽉 들어차게 잡히는 배우들의 주름진 얼굴에 극단적으로 가까이 다가가는 방식을 번갈아 사용하며, 공간과 배우 양쪽 모두를 노련하게 활용했다. 그럼으로써 마르세유라는 공간은 비정한 남자들의 영혼 풍경이 되어 간다.
심야의 FM 인기 DJ 선영(수애 분)은 5년 동안 진행해 온 생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물러나기로 결심한다. 선영은 마지막 방송을 위해 모든 것을 세심하게 준비한다.
하지만 생방송 도중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전화가 걸려오며 모든 것이 어그러지기 시작한다. 자신이 요구하는 미션을 처리하지 않으면 선영의 가족이 죽는다는 것이다. 생방송은 이제 악몽으로 그녀를 조여 들어온다. 스릴러에 처음 도전한 수애의 연기가 빛을 발한다.
검우강호 명나라 시대, 지앙(정우성 분)은 억울하게 죽은 아버지의 복수를 꿈꾸며 매일 검술을 연마한다. 그러나 지앙까지 노리는 세력이 많은지라 그는 얼굴을 바꾼 채 정체를 철저히 숨기고 있다.
그는 같은 마을에서 비단 장사를 하는 정징(양쯔충 분)과 사랑에 빠지는데, 정징이 정체 모를 검객으로부터 공격을 받으며 그녀의 정체가 밝혀진다. 무협 액션 버전 ‘페이스 오프’+‘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라는 평을 받은 작품.
돈 조반니 모차르트의 오페라로 유명한 ‘돈 조반니’에 얽힌 뒷이야기를 흥미롭게 그린 음악 영화. 극의 주인공은 작가 로렌조 다 폰테(로렌조 발투치 분)와 당대 최고의 바람둥이 카사노바다.
이미 모차르트와 협업해 ‘피가로의 결혼’을 성공시킨 다 폰테에게 카사노바는 자신을 모델로 ‘돈 조반니’라는 인물을 만들 것을 제안한다. 모차르트와 다 폰테는 당대에는 결코 이해받지 못할 위대한 오페라 ‘돈 조반니’ 작업에 착수한다.
김용언 씨네21 기자 eun@cine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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