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큰손’ 떠오른 미래에셋의 투자 성적표
새벽 어스름이 가득한 도심 사이로 한 여인이 회색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조깅을 하고 있다. 숨이 차 잠시 허리를 숙이고 땅을 바라보던 그 여인이 고개를 들자 강 건너 저 멀리 고층 빌딩 숲이 펼쳐져 있다. 빼곡한 빌딩들 한가운데 친숙한 로고가 눈에 확 들어온다. 바로 ‘miraeasset(미래에셋)’이다.최근 화제가 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광고다. 광고의 배경은 상하이 금융가 푸둥지구. 미래에셋 로고가 붙어 있는 31층 빌딩은 실제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이 매입한 미래에셋타워다. 국내는 물론 중국·홍콩·인도·브라질 등 세계 곳곳의 랜드마크 빌딩을 속속 사들이며 ‘국제적 부동산 큰손’으로 거듭나고 있는 미래에셋그룹은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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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지난 9월 6일 미래에셋그룹은 계열사인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을 통해 국내 금융회사 최초로 브라질 상파울루의 금융 중심지인 파리아 리마 애비뉴에 신축 중인 오피스 빌딩에 투자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2011년 3월 말 준공될 이 오피스 빌딩은 지상 16층 총면적 약 3만6000㎡(약 1만2000평)가 넘는 A급 빌딩이다.
이번 오피스 빌딩 투자는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이하 미래에셋맵스운용)이 운용 중인 사모 펀드를 통해 이뤄졌다. 매입 방법은 현지 디벨로퍼로부터 빌딩 지분의 50%를 먼저 매입하고 준공 시 나머지 지분을 매입하는 구조다. 최초 지분 매입액은 약 900억 원 수준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국내 최대의 자산운용사이자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대부분을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측은 이 빌딩을 매수하기 위해 ‘미래에셋맵스프런티어브라질사모부동산투자신탁1호’에 1817억 원을 투자한다고 공시했다.
미래에셋맵스운용 측은 파리아 리마 지역의 꾸준한 임대 수요로 이 빌딩 전체 면적의 94%가 사전 임대 계약 완료 및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최창훈 미래에셋맵스운용 부동산투자 1본부 상무는 “성장 잠재력이 매우 높은 브라질의 상파울루 오피스 시장 중 수요가 집중되는 금융 중심지인 파리아 리마 지역에 위치한 건물에 투자하는 것으로 입지와 건물 수준을 감안할 때 견고한 임대료 수입과 함께 자산 가치 상승에 따른 높은 수익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미래에셋그룹의 굵직한 부동산 투자는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서도 이어졌다. 미래에셋증권이 서울 여의도에 신축 중인 파크원(Parc1) 오피스타워2를 매입하기로 지난 9월 17일 결정한 것이다. 매입 가격은 8047억 원이다.
이를 위해 미래에셋증권은 부동산 펀드(미래에셋맵스프런티어사모부동산투자신탁29호)를 설정하고 4167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투자는 10월에 880억 원을 먼저 투자하고 2013년 준공 완료 시 추가로 3287억 원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또 나머지 3880억 원은 브리지론 (Bridge loan) 등을 통해 모집할 계획이다.
구원회 미래에셋증권 전략기획본부 상무는 “파크원은 최적의 교통 여건과 한강 및 여의도가 내려다보이는 넓은 전망을 확보해 금융 중심지인 여의도에서도 오피스타워로서 최고의 투자 가치를 가지고 있다”며 “완공된 오피스 타워2의 일부를 본사 사옥으로 활용할 계획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파크원 프로젝트는 대규모 복합 용도 개발 사업으로 오피스 타워2는 총면적 16만7306㎡(5만610평)에 지상 53층, 지하 7층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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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지난 8월에는 미래에셋맵스운용이 BoA메릴린치로부터 을지로 센터원빌딩 지분 50%를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미래에셋맵스운용은 이전까지 건물의 나머지 지분 50%를 ‘미래에셋아시아퍼시픽부동산공모1호투자회사(상장명 맵스리얼티1호)’를 통해 보유하고 있었다. 양사 간의 지분 매매 대금은 5500억 원으로, 이 가운데 계약금 200여억 원이 부동산 펀드 ‘맵스프런티어28호’를 통해 조달됐다.
펀드의 투자자로는 미래에셋생명 등 미래에셋 계열사가 참여했다. 12월 준공될 센터원빌딩은 서울 중구 수하동에 지하 8층, 지상 32층에 총면적 17만㎡ 규모로 들어서는 빌딩이다. 또 지난 5월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강원도 홍천 골프장 건설 사업에 투자하는 부동산 펀드인 ‘미래에셋맵스프런티어사모부동산투자신탁S호’에 836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 펀드에 올해 504억 원을 집행하고 오는 2011년 230억 원, 2012년 102억 원을 나눠 집행할 계획이다.
미래에셋그룹은 그동안에도 투자 다변화 차원에서 부동산 투자를 비롯한 다양한 방식의 투자를 해 왔다. 주목할만한 점은 최근 들어 그룹 전체에서 부동산 관련 계열사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늘고 있다는 점이다.
미래에셋그룹이 발표한 2009 회계연도 경영 실적을 살펴보면 그룹 전체 매출액은 5조2114억 원, 영업이익은 3499억 원, 순이익은 5853억 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이 가운데 미래에셋맵스운용은 전년 대비 73.8% 늘어난 495억 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순익이 2.67% 늘어 1695억 원을 기록한데 그친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비교하면 엄청난 성장세다. 현재 미래에셋그룹의 부동산 투자는 대부분 미래에셋맵스운용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미래에셋맵스운용은 국내외 부동산 펀드를 중심으로 금융공학펀드, 상장지수펀드(ETF)를 운용하는 자산운용 회사다.
또 지난 2008년 계열사로 편입된 부동산 정보 업체인 부동산114 역시 15억 원의 순익을 내는 호실적을 보였다. 그룹 내 부동산 관리 회사 케이알아이에이와 미래에셋컨설팅이 각각 400억 원, 117억 원의 순익을 내 그룹 전체의 순익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지난 2004년 설립된 미래에셋맵스운용은 주로 펀드를 통해 현재 국내외 10여 곳 이상의 오피스 및 주거용 빌딩과 부동산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다. 미래에셋맵스운용이 운용하는 펀드는 기존 금융사들이 주로 하던 프로젝트파이낸싱 등과는 달리 오피스나 아파트 임대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일정 시점에 이를 청산해 자본 차익을 얻는 게 특징이다.
미래에셋맵스운용의 전체 투자 규모는 8조 원을 넘어섰다. 이 때문에 이미 부동산 시장에서는 ‘큰손’으로 불리고 있다. 미래에셋맵스운용의 부동산 펀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누구든 참여할 수 공모 펀드와 또 다른 하나는 특정인들이 자금을 합쳐 만든 사모 펀드다.
사모 펀드는 수익률이 공개되지 않아 가늠하기 힘들지만 수익률이 공개된 공모 펀드를 살펴보면 미래에셋맵스운용의 실력은 이미 증명이 끝났다고 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지난 8월 청산된 ‘맵스프런티어부동산투자신탁13호’다. 이 펀드는 2005년 설정 이후 약 5년 만에 90%에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했다. 맵스운용 관계자는 “프런티어13호 펀드가 투자한 서울 동자동 게이트웨이타워와 서린동 알파빌딩의 매매 계약을 체결해 청산됐다”고 밝혔다.
게이트웨이타워는 동부화재가 1700억 원에, 알파빌딩은 도이치자산운용이 1300억 원에 각각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결과 이 펀드는 연평균 17.5%의 수익률로 펀드 설정 당시 투자자들에게 제시했던 목표 수익률 연 7.8%를 2배 이상 초과하는 성과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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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맵스운용은 작년에도 이 같은 공모형 부동산 펀드 3개를 성공적으로 청산했다. 이들 펀드는 연 30%를 웃도는 수익률을 올려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더욱이 2004년 12월 설정돼 2009년 11월 청산된 ‘맵스프런티어부동산4호’는 210%를 웃도는 고수익으로 운용을 마쳤다. 또 이보다 한 달 앞서 청산된 맵스프런티어부동산 10호와 5호는 각각 108.22%, 235.5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미래에셋맵스운용은 또 지난해 말 중국 상하이 중심가의 고급 주거 시설을 되팔아 110억 원가량의 시세 차익을 거두기도 했다. 이는 국내 기관투자가가 중국 상하이 중심지에서 건물을 매입·매각하는 전 과정을 성공적으로 거둔 최초의 사례였다.
현재 미래에셋맵스운용이 운용 중인 사모 펀드는 10여 개 이상으로 추측된다. 반면 공모 펀드는 ‘미래에셋맵스아시아퍼시픽부동산공모1호투자회사’가 유일하다. 2007년 2월 설정된 이 펀드는 ‘맵스리얼티1’이라는 이름으로 주식 시장에 상장돼 뮤추얼 펀드 형태로 운용되고 있다. 8월 말 기준 순자산은 4630억 원이다.
이 펀드는 현재 크게 5곳의 오피스 및 부동산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의 차세대 본거지가 될 센터원 빌딩을 비롯해 홍콩 벨에어, 인도 주거 개발 프로젝트, 판교 오피스 빌딩, 분당 미래에셋플레이스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 중 홍콩 벨에어는 2007년 1524억 원(차입금 433억 원)을 들여 104가구 및 주차장 45면을 매입한 상품이다. 현재 일부를 매각해 현재 49가구 및 주차장 20면을 임대, 운영 중이다. 인도 주거 개발 프로젝트는 인도 남부 4개 도시에 있는 7개 주택 단지 개발 사업이다. 미래에셋맵스운용은 이 프로젝트의 주식 및 의무전환사채에 약 157억 원을 투자했다.
약 770억 원이 투자된 판교오피스빌딩은 판교역 개통과 주변 지역 오피스 시장 및 상권 활성화 예상 시점에 맞춰 건물 준공이 추진 중이다. 현재 2013년 상반기께 준공을 예상하고 있다. 지난 2008년 매입한 분당 미래에셋플레이스는 2008년 5월 이후 100% 임대를 달성했다. 매입가는 605억 원으로 감정평가액은 638억 원 수준이다. 미래에셋맵스운용은 2010년에는 임대 수익률 5.6% 수준을 예상하고 있다.
최근 들어 이 펀드의 주가가 급상승하고 있어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올 5월 2800원 수준에 머무르던 주가는 10월 6일 종가 기준 3800원까지 치솟았다. 더욱이 외국인과 기관이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맵스리얼티1호가 보유한 센터원의 준공이 연말로 다가온 점을 순매수의 배경으로 보고 있다. 미래에셋맵스 관계자는 “내년 초 부터 센터원에서 본격적인 임대 수익이 발생할 것”이라며 “임대 수익에 따라 정상적인 배당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물 준공 후 감정평가를 통해 건물 가치가 반영되면 펀드 순자산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이 펀드의 센터원 매입 가격은 3.3㎡당 약 1700만 원인데 서울 도심지의 주변 매매가는 최소 2000만 원 이상이다.
전문가들은 센터원의 임대율에 따라 배당이나 주가 흐름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에셋 측은 “이들 부동산 투자를 통해 고유 재산 운용 다각화와 함께 안정적 현금흐름을 창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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