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 24시

정부의 양극화 해소 노력이 채 성과를 내기도 전에 경기 자체가 정점을 찍고 하락세로 접어드는 조짐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산업 활동 동향에 따르면 산업 생산은 전년 동월에 비해서는 증가세를 지속했지만 전월에 비해서는 감소했다.

전달과 비교해 광공업 생산은 1.0%, 서비스업 생산은 0.2% 줄었다. 광공업 생산이 전월 대비 감소한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이다. 서비스업 생산은 두 달 연속 감소했다.

이에 따라 현재의 경기 상황을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 변동치는 0.1포인트 하락, 지난 17개월간의 상승 흐름을 마감했다. 앞으로의 경기 흐름을 예고하는 선행지수 전년 동월비는 이미 지난 1월부터 8개월째 하락하고 있다.

서비스업 생산 두달 연속 감소
‘윗목’ 못 덥히고 식어가는 경기
경기 흐름이 꺾이는 모습이지만 정부는 아직 경기가 하락세로 접어든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윤석은 통계청 경제통계기획과장은 “동행지수가 하락했지만 경기가 고점을 찍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국면이 바뀌는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도 8월의 산업 생산 부진은 휴가철과 기상 악화 등 일시적 요인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재정부는 8월 전국 평균 강수일수가 18.7일로 평년보다 6일가량 많았고 이 때문에 소매 판매가 줄었다고 진단했다. 또 자동차 회사들이 라인 교체 작업을 하면서 생산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내놓은 9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추세 전환이 시작됐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제조업의 9월 BSI는 92로 전달보다 6포인트 하락, 올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제조업 BSI는 6월 105에서 7월 103, 8월 98로 떨어진 데 이어 9월에도 하락, 3개월 연속 떨어지고 있다. BSI는 한은이 2364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것으로 100을 넘으면 경기가 좋다고 느끼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이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를 뜻한다.

그간 경기 회복세를 이끌어 온 대기업과 수출 업종의 체감 경기마저 빠르게 악화,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대기업 BSI는 전월 대비 7포인트 떨어진 98을 기록해 지난 2월(97) 이후 처음으로 100 아래로 하락했고 수출 기업의 BSI도 95로 전달보다 9포인트 하락, 1월(94) 이후 처음으로 100 미만을 기록했다. 중소기업과 내수 업종은 말할 것도 없다. 중소기업 BSI는 90, 내수 기업 BSI는 91로 각각 전월 대비 4포인트와 3포인트 떨어졌다.

대외 여건도 불안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의 경기 회복세가 둔화되고 있고 각국이 수출을 통한 경기 회복을 노리고 통화가치 절하 경쟁을 벌이는 환율 전쟁에 불이 붙었다. 주요국의 경기 회복세 둔화는 한국의 수출에 악영향을 줄 수 있고 환율 전쟁은 실물과 금융 측면에서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는 전반적인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경제 회복세 자체가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윤종원 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고 전체적으로 불확실성이 크다”면서도 “내년에도 5% 정도의 경제성장률은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정부 예상대로라면 가능한 목표”라고 설명했다. 세계경제의 회복 속도가 느려질 수는 있어도 회복세 자체가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최근 아일랜드는 2분기 국내총생산이 전 분기보다 감소, 더블 딥(일시 회복 후 재침체)을 공식 인정했다. 정부가 여러 가지 경우를 예측하고 대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예측 자체가 빗나갈 수 있다.

유승호 한국경제 경제부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