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문가 10인 시장 진단
전셋값 상승세가 꺾일 줄 모른다. 대한민국에서 전세는 집 없는 서민들의 대표 주거 유형이기에 문제의 심각함은 더하다. 더욱이 본격적인 이사철과 결혼 시즌인 가을을 맞아 거침없는 전셋값 상승이 자칫 ‘전세대란’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당장 전셋집을 구해야 하는 실수요가 가장 궁금한 건 현재와 같은 전셋값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질까 하는 점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이사철이 마무리되는 10~11월 초까지는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치솟는 전셋값 어디까지] 상승세 ‘내년까지’…공공 임대 늘려야](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527548.1.jpg)
올해에 비해 대폭 줄어드는 내년 입주 물량도 전셋값 상승을 부채질할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로 2011년 전국의 입주 물량은 올해 32만 가구의 3분의 1 수준인 12만 가구로 줄어든다.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에는 올해 17만 가구에서 내년에는 7만 여 가구로 인천을 제외하고 약 10만 가구 이상 줄어들 예정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강남 등 일부 지역에 대한 전셋값은 계속 올라 당분간 높은 가격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수도권의 경우에도 신규 주택 입주 등이 예정된 내년 하반기에 가서야 상승세가 꺾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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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전셋값의 또 다른 변수는 ‘경기 침체 상황에서 어느 정도나 벗어나느냐’의 여부다. 김형순 상지대 부동산법무 전공 교수는 “기업 부문의 활황 온기가 가계에 전해지면 전셋값 상승이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의 국내총생산(GDP) 성장 폭 및 내년 전망이 가시화되는 연말이나 내년 초까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실장의 전망도 비슷한 맥락이다.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 주택 자산 가치의 추가 하락이 끝나간다는 신호만 보인다면 전세 수요가 신속하게 매매 수요로 전환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셋값은 거품이 거의 끼지 않은 현재의 실수요를 반영한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가파르게 오르는 가격은 그만큼 서민들의 고통을 그대로 보여주는 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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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출 지원은 가계 부채만 늘릴 뿐, 근본적인 전세대란 대책이 될 수 없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많은 전문가들은 ‘보금자리주택’ 등 현 정부의 분양 위주 공급 정책을 공공·장기 임대 등 임대 사업 위주로 돌려 무주택 서민층의 주거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대표적 주택 유형인 아파트는 현재 공급 물량 대비 공공 임대 비율이 7.8% 선에 불과하다. 미국·스웨덴·일본 등의 15~20% 수준과 비교하면 한참 뒤처진 수치. 이를 만회하기 위해선 미분양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보금자리주택 등을 임대로 전환하고 공공주택은 분양 물량을 최소화해 임대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자금 지원 외의 단기 대책으로는 공급 확대를 꼽을 수 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입주까지 통상 3년 정도가 걸리는 아파트 대신 6개월 만에 공급이 가능한 다세대나 다가구주택 등 도시형 생활주택 공급을 활성화하는 정책·세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지영 내집마련정보사 팀장도 “전세 수요가 많은 서울 도심이나 경기도권을 중심으로 도시 재생 사업을 통해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인위적인 주택 공급은 전셋값 안정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형순 교수는 “민간의 주택 임대 시장을 활성화하는 제도는 유효하지만 국가의 직접 공급 시스템은 결국 재정과 주관 시행사(LH공사 등)의 문제점을 야기해 왔다”며 공급량 확대를 통한 문제 해결을 경계했다.
부동산 전문 칼럼니스트 아기곰도 공급을 늘리는 것이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현재의 침체된 시장에서는 주택 공급이 늘어난다고 해도 다주택자들이 그것을 사 전세로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뜻.
아기곰은 “집값이 비싸다고 정부 당국자들이 공공연히 말하는 상황에서 누가 집을 사서 전세를 주겠느냐”고 반문했다. 지금 상황에서 공급을 늘리면 미분양만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였다.
아기곰은 구체적으로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3주택 이상 다주택자가 합산해 3억 원 이상의 전세를 놓을 경우 과세하는 방안’을 무기한 연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부족한 전세 물건을 월세로 돌리게 하는 정책이란 주장이다.
전셋값 상승이 앞으로 전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는 전셋값이 오르면 1~3개월 후 매매가도 따라 오르는 동조화가 일반적인 공식에 가까웠다. 하지만 지금은 주택 가격이 하락세임에도 불구하고 전셋값이 오르는 탈동조화(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나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적절한 매매 시점은 내년 초
![[치솟는 전셋값 어디까지] 상승세 ‘내년까지’…공공 임대 늘려야](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527552.1.jpg)
대다수 전문가들은 전세값 상승이 ‘시장 침체를 나타내는 지표’라는 데는 의견을 같이했다. 다만 지금과 같은 상승세가 유지될 경우 전세가와 매매가 비중(전세 비중)이 낮아져 결국 소형 주택 위주로 매매 수요 전환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전셋값의 급격한 오름세가 주택 금융 시스템 전환을 앞당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김형순 교수는 불안정한 임대 시스템이 주택시장의 서구화를 앞당겨 한국 고유의 전세 제도가 월세 중심으로 빠르게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세가와 매매가의 차이가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주택 구입 능력이 있는 대기 수요자들의 시선은 자연히 매매 전환 시기로 쏠린다. 10명의 전문가 중 6명이 올 하반기부터 내년 초 사이를 적절한 매매 시점으로 꼽았다. 급매물 소진, 저가 주택 수요 증가, 하반기 주택 시장 바닥론 등이 주요한 요인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신도시나 보금자리주택 등 공급 물량이 많아 매매가 하락이 예상되는 지역이나 급매물 중심의 신중한 선택이 요구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매매 전환 시점이 아직은 불투명하다거나 장기적 관망을 요한다는 전망도 나왔다.
김형순 교수는 경제 활황이 두드러지는 시점에 가서야 매매 수요가 살아날 것이라고 주장했고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도 “내년 정도에 일부 공급 부족 지역에 매매 수요가 살아날 것으로 예상되며 그나마 역세권 소형 위주에 국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교언 교수도 “내년 하반기부터 공급 물량이 과다한 지역의 매매가 하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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