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대 경쟁력을 말한다-이성호 서울시립대 경영대학장

이성호 서울시립대 경영대학장은 학교 내에서 가장 젊은 학장일 뿐만 아니라 국내 경영대학장 중에서도 최연소다. 서울시립대의 대학본부와 경영대학에도 변화를 요구하는 바람이 불었고 개혁을 주도할 젊은 인물로 이 학장이 꼽혔다.

이 학장은 대학본부의 학생처장·기획처장·교류처장 등을 거치면서 총장의 개혁 의지를 지원해 왔고 지난 2008년 경영학부장에 올라 경영대의 업그레이드를 전두지휘했다.

그는 올해 경영대가 분리, 독립하면서 학장직에 올랐다. 이 학장은 지난 2년간 우선 우수 교수진 채용 전략에 ‘올인’했고, 현재 그때의 가설이 틀리지 않았다고 말한다. 약 3년 동안 영입된 12명의 젊은 교수가 조직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왔고 경영대의 신진대사가 빨라졌기 때문이다.
[Special Interview] “실용 중심 교육과정으로 특성화할 것”
올해 초 기존 경상대에서 분리, 독립해 경영대로 재편됐습니다. 배경은 무엇인가요.

경영대는 실용 학문으로서 빠르게 변화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비교적 변화에 둔감한 경제학과와 경상대로 같이 묶여 있으면 커리큘럼 개발, 거버넌스(지배구조) 등에서 한계가 있었습니다. 경영대의 분리는 7, 8년 전부터 논의됐지만 법학전문대학원의 설립이 계기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이뤄졌습니다.

서울시립대 경영대의 교과과정이 갖는 차별성 및 특징은 무엇입니까.

기술경영(MOT)처럼 경영학의 특정 분야를 차별화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이러한 특화는 경영대학원이 추구하고 있고 학부에서는 통합형 인재를 양성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기업에 필요한 모든 커리큘럼을 학부에 개설해 놓는다고 해서 기업에 필요한 인재를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봤습니다.

일반적으로 130학점을 이수하면 졸업할 수 있는데 경영학 전공자들은 절반 정도인 65학점 정도, 즉 20개 정도의 경영학 관련 수업을 듣습니다. 종합대학은 약 100개의 경영학 과목을 개설해 놓고 있는데 다양성에서 좋을지 몰라도 1학년 때부터 갈 길을 정해주지 않으면 학생이 편의대로 수업을 듣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경영학과 졸업생에게 기업이 원하는 역량들을 갖추게 하는 것인데 기업은 학생들에게 심화된 지식을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돈의 흐름을 이해하고 기초적인 경영 지식이 아우러져 기업과 비즈니스가 뭔지 파악하고 있느냐를 묻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는 통합되고 균형된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기업 조직에서 5~8년 정도 근무할 때 요구되는 핵심 인재의 역량과 촉진 요소를 모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는 3P2S 역량 모델을 개발했습니다. 3P는 경영지식·글로벌·리더십을 뜻하며 2S는 창의혁신·윤리경영으로, 이에 맞춰 교육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많은 경영대들이 국제화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서울시립대는 어떻습니까.

학부 차원에서 진행하는 국제화 사업은 미약했습니다. 경영대학 차원에서 해외 교류 협정을 맺은 것이 몇 개 있지만 대부분 국제교육원과 협업하는 모델로 국제화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현재 외국 대학과 100여 개의 협정을 맺었고 유럽·미국·중국 등의 30개 대학과 학생 교환을 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을 위한 취업 지원책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요.

교육 역량 강화 사업을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원을 받아 학교 차원에서 지난 2년간 진행하고 있습니다. 취업 역량 강화 및 스킬 프로그램 등은 학생들이 직접적인 효과를 얻고 있습니다. 커리어 관련 외부 기관을 통해 기업 인사팀과 취업 준비생을 연결하는 프로그램도 인기가 높습니다.

3학년 대상으로 진로 관련 프로그램을 비교과에서 정규 교과로 편성하기도 했습니다. 취업 지원 프로그램이 잘돼 있는 대학들을 벤치마킹하면서 지속적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많은 자원이 투입되고 있습니다.

우수한 교수진을 유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는다고 들었습니다.

[Special Interview] “실용 중심 교육과정으로 특성화할 것”
2007년부터 지난 3년간 새로 영입한 교수는 총 12명으로 현재 경영대에 총 31명의 교수진을 확보했습니다. 그리고 학교 차원에서 양질의 연구 결과에 대한 보상 시스템을 1년 전부터 도입한 결과 최근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최근 영입된 젊은 교수들은 교육과 연구 두 부문에서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재원상의 한계로 경쟁 대학보다 우수 교수진 확보가 다소 늦었습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속도로 교수들을 영입할 계획이고 2013년께에는 본격적인 경쟁이 가능한 체제를 갖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학교의 주요 토픽인 ‘서울’을 중심으로 정보기술(IT)·미디어·문화·전략마케팅 등을 융합하는 새로운 사업에 대한 연구와 실용 학문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학문 중심 교수(Academic Qualified)뿐만 아니라 대기업 임원, 회계사 등 전문가 교수(Professionally Qualified)도 적극 영입하고 있습니다. 전문가 교수 12명을 포함해 총 전임교수 45명을 확보할 계획입니다. 이 정도가 돼야 명실상부하게 기업과 의사소통하면서 산학협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공립대로서 재정 확보에 어려운 점도 있을 것 같습니다. 기부금 유치 등 재정 확보는 어떻습니까.

서울시의 펀드가 재정의 대부분으로 추가 재정 확보가 숙제입니다. 경영대 지정 펀드 등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만 우리 학교의 역사에 비해 졸업생이 적고 대부분 공기업과 공무원으로 진출했기 때문에 동문으로부터의 기부금이 많지 않습니다.

대기업과의 관계를 형성하며 기부를 유치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특정 기업이 공립대를 지원하는 것도 사회적 압박 때문에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독립한 만큼 인프라의 확충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2011년 2월까지 가칭 신경영관에 입주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곳에 법학 전문 도서관처럼 경영 전문 도서관도 들어섭니다. 기본적인 인프라가 마련되면 목마름을 해소할 수 있을 겁니다.

단과대학과 본부의 거버넌스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어떤 식으로 풀어가고 있습니까.

대학본부가 모든 재원을 갖고 있고 교수들이 적극적으로 요청하면 배분받고 가만히 있으면 받지 못하는 시스템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건축학과는 규모에 비해 많은 재원을 확보합니다. 그 원동력은 끊임없이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기 때문입니다.

중앙집권과 분권의 문제는 행정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이슈이므로 쉽게 해결될 일은 아닙니다. 최근에 일부 사립대가 권한과 책임을 주는 시스템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렇듯 변화하는 상황에 따르고 새로운 사업을 도모하면서 본부 지원을 많이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세계적 기업이 나왔지만 세계적인 경영대는 아직 없습니다. 앞으로 경영대가 어떻게 노력해야 세계적 반열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한국의 경영학이 세계의 트렌드를 이끌 수 있는지 질문이 제기됐습니다. 지금의 경영학은 미국 중심이지만 윤석철 한양대 석좌 교수와 같이 한국 경영학의 구루(힌두교·시크교에서 신성한 스승이나 지도자)가 수십 명이 될 때 한국형 경영학이 정립될 것입니다.

이에 따라 재원이 더 필요하게 되고 기업들과 많은 역할을 나눌 수 있게 됩니다. 시니어 교수들이 이러한 한국형 경영학 발전에 선봉이 돼야 하고 머지않아 그런 때가 올 것 같습니다.


약력 : 1964년생. 86년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88년 미국 위스콘신-매디슨대 경영학 석사. 96년 일리노이대(어바나-샴페인) 경영학 박사. 88년 제일기획 마케터. 96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1998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2003년 서울시립대 학생부처장. 2008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장. 2010년 서울시립대 경영대학장 겸 경영대학원장(현).

대담=김상헌 편집장 정리=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