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하는 MRO(기업의 소모성 자재) 시장
지난해 케이워터(한국수자원공사)는 연간 구매비용을 20억 원이나 절감할 수 있었다. 이유는 비용이 적고 단순 반복적인 소모성 용품, 부자재 등과 같은 비핵심 분야의 용품 구매를 MRO(Maintenance, Repair and Operation:기업의 소모성 자재) 업체인 서브원을 통해 아웃소싱했기 때문이다.케이워터는 이와 함께 MRO 구매 시스템을 도입해 기존 6단계의 구매 절차를 3단계로 축소하는 등 업무 생산성을 대폭 향상시켰다. 더욱이 이 회사는 MRO 구매 시스템을 전사적자원관리(ERP)와 연동한 전사적 통합구매 시스템인 ‘물사랑 장터’를 구축해 15%의 예산 절감 효과를 거뒀다. 케이워터는 또 MRO 구매 시스템 도입과 함께 구매 프로세스를 온라인 경쟁입찰 프로세스로 재구축했다. 이에 따라 구매 및 계약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제시한 대표적 사례로 선정됐다. 지난해 말 국민권익위원회가 수여하는 공공 분야 반부패 제도 개선 최우수상을 수상한 것.
윤보훈 케이워터 총무관리처장은 “MRO 시스템을 도입해 구매비용 절감 및 투명 경영으로 공사의 경영 효율화에 큰 도움이 됐다”며 “앞으로 건설·자산 시스템 등과 연계한 공공 분야의 독보적인 통합 구매 시스템으로 더욱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케이워터와 같은 공기업은 물론 여러 중소기업들이 원가절감을 위해 MRO 아웃소싱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면서 관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국내 MRO 시장 규모는 2001년 3조7000억 원 정도였지만 지난해 21조 원으로 추산될 정도로 급속히 커지고 있다. 매년 20%에 달하는 가파른 성장세다.
중위권 업체 약진 돋보여 현재 MRO 업계는 대기업 계열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LG계열 서브원 비롯해 삼성 계열 아이마켓코리아 등은 지난해 각각 매출액 1조8000억 원, 1조1000억 원을 기록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포스코 계열의 엔투비가 지난해 매출액 8600억 원을 올렸으며 여기에 지난해 매출액 3500억 원을 올린 코리아이플랫폼(KeP)이 ‘빅4’를 형성하고 있다. KeP는 대기업 10여 곳이 투자한 업체다.
뒤를 이어 KT커머스와 웅진MRO 등이 중위권 그룹을 이루고 있다. 더욱이 주목할 만한 점은 최근 들어 이들 중위권 업체들이 비계열사 고객 확보에 나서면서 급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KT그룹의 계열사로 지난 2002년 설립된 KT커머스는 올 초부터 비계열사 등의 외부 시장 개척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에 따라 KT커머스는 올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6% 증가한 1081억 원을 달성했다.
KT커머스 관계자는 “올해부터 외부 시장 공략을 위한 체질 변화를 통해 다양한 산업에서 20여 곳의 신규 고객사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KT커머스는 현재 550개 고객사, 7431개의 공급 협력사와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으며 20만 개의 품목을 취급하고 있다.
지난해 255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한 KT커머스는 올해는 전년 대비 30% 성장한 3500억 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2012년까지 지속적인 성장과 사업 확대를 통해 MRO 시장의 빅3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06년 웅진그룹 MRO 구매 대행사로 설립된 웅진MRO는 지난 2007년부터 MRO사업본부를 신설해 외부 회사까지 고객층을 확대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104%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 2040억 원을 올린 웅진MRO는 올 상반기에만 1319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웅진MRO는 현재 웅진그룹 17개 계열사를 비롯해 현대건설·아주그룹·대신증권 등 외부 그룹 고객사에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올해 6월부터는 CJ그룹의 구매 대행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12년 매출 600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웅진MRO 관계자는 “2008년 12개였던 고객사가 2010년 7월 현재 98개로 2년여 만에 8배 이상으로 증가했다”며 “웅진MRO는 물품 표준화와 전자 카탈로그 활용으로 구매 단계를 축소해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부자재 납품까지 영역 넓히는 중 이 같은 중위권 업체들의 선전에 기존의 빅4도 각각의 전략으로 수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사업 영역 확대와 글로벌 소싱 및 진출이 선두 업체 전략의 핵심이다.
서브원은 국내 고객사들의 구매 경쟁력 확보와 안정적 거래처 유지를 위해 글로벌 소싱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및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전 세계의 상품별 품질 및 원가 경쟁력을 보유한 업체를 거래처로 둬 국내 제조 기업에 경쟁력 있는 단가로 구매 물품을 공급하고 있다. 앞으로 서브원은 남미와 유럽까지 글로벌 소싱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지난 2005년 중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서브원은 현재 1000여 개에 이르는 중국 현지 공급 협력사와 함께 10만여 개의 MRO 상품을 현지 기업에 서비스하고 있다. 해마다 20% 이상 성장 중인 해외 매출은 지난해 1500억 원을 달성했다.
지난 2007년에 비해 3배 성장한 수치다. 올해는 180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브원은 앞으로 그간 마련한 기반을 바탕으로 2012년까지 중국 전역에 유통 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다.
아이마켓코리아는 사업 영역 확대를 주요 전략으로 삼고 있다. 지난 2004년부터 MRO뿐만 아니라 원·부자재 구매 대행을 서비스해 온 이 회사는 전자부품·금속재료·사출기구물·포장박스·원단·인쇄물·용지·비닐포장 등 다양한 물품을 취급하며 해마다 1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앞으로 원자재 부문은 전자 부품 에이전트십 획득, 금융권 중심의 인쇄물 토털 서비스 대행, PC 제품 렌털 및 리스까지 사업을 확장할 방침이다.
또 지난 2001년 업계 최초로 중국 톈진에 첫 수출을 시작한 아이마켓코리아는 현재 미국·멕시코·브라질·아르헨티나·슬로바키아·헝가리·필리핀·태국·인도 등 전 세계에 수출 판로를 개척하며 연평균 25% 이상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2002년에는 MRO 업계 최초로 300만 달러 수출탑을 수상했고 2008년에는 1억 달러 수출탑을 수상하며 MRO 업계 글로벌 시장 진출을 선도하고 있다. 더욱이 올해는 해외 현지 구매 대행을 보다 활성화하고 원·부자재로 수출 품목을 확대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한편 미주 법인 설립까지 검토해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한편 신세계와 현대중공업도 MRO 시장에 뛰어든 대기업들이다. 신세계MRO는 신세계의 관계사인 신세계 I&C가 한 개 사업 부문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01년 MRO 사업을 시작했으며 2007년부터는 이랜드그룹의 구매 아웃소싱 서비스를 하며 계열사 외에 외부 고객사 영입에 나섰다.
지난해 730억 원의 거래 규모를 기록했으며 올해는 850억 원을 예상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자회사 HYMS를 통해 MRO 사업을 시작했다. 회사 관계자는 “그룹 물량을 담당하기 위해 설립된 것으로 안다”며 “아직까지는 사업 초기 단계”라고 말했다.
용어 설명
MRO : Maintenance(유지), Repair(보수), Operation(운영)의 영어 머리글자에서 따온 말이다. 생산과 관련된 원자재를 제외한 기업에 필요한 모든 소모성 자재를 말한다. 필기구에서부터 복사용지·프린터 토너 등의 사무용품이 대표적이다. 청소용품과 각종 설비나 장비를 정비하는데 사용하는 공구·기계부품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소모성 자재는 일반 기업이 관리하려면 비용과 인력 낭비를 초래하는데 이를 전문적으로 MRO 업체들이 대행해 주고 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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