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르포-광명시·강동구

광명시

지난 9월 29일 경기도 광명시 철산역 부근. 주공아파트 4·7·12·13단지, 쌍마한신 아파트와 올해 초 입주한 철산푸르지오하늘채·두산위브트레지움·e편한세상센트레빌·래미안자이의 4개 단지가 지하철역을 북남으로 둘러싸고 있다.

새 아파트가 들어선 광명소방서 인근의 삼성공인중개사를 방문했을 때 상담전화가 왔다. “우리도 전세는 하나도 없어요. 좀 더럽고 융자 많은 거 한두 개 빼고는요.” 전세 물량이 없다는 말이 대외적인 코멘트가 아니라 실제라는 것을 보여주는 상황이었다. 삼성공인 측은 “전세 계약서를 쓴 적이 언제인지 모르겠다. 매매가 되지 않으면 전세라도 돼야 먹고 사는데, 임차료 내기도 버겁다”며 전세 품귀 현상을 설명했다.

삼성공인에 따르면 올해 2월 입주한 철산래미안자이 85㎡의 전세가는 2억2000만~2억3000만 원이다. 지난봄까지만 해도 1억6000만~1억7000만 원이던 것이 최근 한 달 사이 6000만 원이 올랐다고 한다. “물건이 없어 나오는 것마다 계속 올렸다”는 것이 이유였다.

매매가는 3억5000만~4억 원으로 전셋값이 매매가의 50%를 넘어섰다. 100㎡ 중형의 전셋값은 올 초 1억7000~2억 원에서 2억8000만~3억 원으로 올랐다. 매매가는 5억~5억5000만 원이다.
[치솟는 전셋값 어디까지] “전세 계약서 써본 게 언젠지 모르겠다”
“한 달 사이 전세 물건 싹 사라져”

광명은 구로디지털단지·가산디지털단지의 배후 주거지로 각광받으며 최근 인구가 계속 유입되고 있는 곳이다. 삼성공인은 “서울 남서부에서 신도림 다음으로 광명시가 비싸고 구로구·금천구는 그다음”이라고 현황을 전했다. 인구가 늘고 있지만 최근 공급도 증가하고 있어 매매가는 정체 상태다.

광명소방서 남쪽에 새 아파트 4단지(7433가구)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입주 완료됐고 올해 11월부터 내년 1월까지 소하동 택지지구 입주가 예정돼 있다. 삼성공인은 “7500여 가구의 새 아파트 물량이 워낙 많아 빈집이 많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1~2개월 사이 입주가 다 끝날 정도로 너무 빨랐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삼성공인은 전셋값 급등에 대해 “집을 사지 않고 전세로 살려고 해서 가격이 오르는 것”이라며 “85㎡대 매매가는 2008년 하반기 3억1000만 원까지 갔다가 최근 3억5000만~4억 원으로, 100㎡대는 4억 원대 초반까지 갔다가 현재 5억~5억5000만 원을 회복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셋값이 너무 오르면 언젠가는 매매로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철산역 북쪽의 쌍마한신 앞 한국공인중개소에서는 부동산 중개소 정보 공유 시스템 화면을 띄워 철산1~4동 전체의 전세 매물을 보여줬다. 1200가구 규모의 주공12단지에서 1개, 2400가구 규모의 주공13단지에서 2개가 검색됐다.

그마저도 너무 비싸거나 융자(대출)가 많아 꺼리는 물건이었다. 한국공인은 “2~3개월 전만 하더라도 한 달에 최소 20개에서 많게는 수십 개씩 전세 거래를 했었는데 최근 한 달 새 오피스텔 한 건 말고는 아무것도 못했다”고 전했다.

한국공인은 전세가 급등 이유에 대해 “가산디지털단지에서도 많이 오고 서울에서 전세 구하기가 힘드니까 서울이나 마찬가지인 광명으로 오는 것”이라며 “전세 물건이 없기 때문에 (전셋값을) 올려달라면 올려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전세를 찾다가 안 되니까 매매를 찾는 사람도 있어 급매물이 다 빠지고 파는 사람도 지켜보는 처지다. 이 때문에 매매도 안 되고 전세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전세가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월세를 찾는 사람이 늘다 보니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집주인들도 불어났다. 한국공인은 “거래가 많지 않아 수치상으로 얘기하긴 힘들지만, 분위기상 월세가 확실히 늘어났다”며 “월세비율은 대개 연 8%이니 전셋값이 1억7000만 원이라면 보증금 5000만 원에 남은 1억2000만 원의 8%를 월로 환산하면 80만 원이 된다”고 설명했다.

강동구

서울 동쪽의 끝자락인 강동구 상일동역. 고덕주공아파트 2·3단지 약 5000가구가 입주해 있다. 1984년 입주한 이곳은 5층짜리 저층 아파트로 46·52·59㎡형의 소형이 주류다. 오래된 소형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전셋값은 현재 46㎡는 6500만~7000만 원, 52㎡는 7000만~8000만 원, 59㎡는 9000만~1억 원이다. 아침공인중개사무소는 “올 초에 비해 500만~1000만 원이 올랐는데, 금액으로는 얼마 안 되지만 비율로 따지면 꽤 될 것”이라고 얘기했다.

“보금자리 끝나면 집값 폭등할 것”
[치솟는 전셋값 어디까지] “전세 계약서 써본 게 언젠지 모르겠다”
아침공인도 “전세 매물 자체가 없다. 융자 많은 것도 다 나갔다. 작년부터 물건이 없다. 한 달에 1~2건도 못한다”며 “예전 같으면 돈을 모아 조금 더 넓은 평수로 옮겨갈 사람들도 돈을 더 주고 눌러 살아야 하니 거래 자체가 없다”고 전했다.

이곳은 보금자리 강일·미사 지구와 가까운 곳으로 보금자리를 보고 집을 사지 않고 있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아침공인은 “보금자리를 보고 있다지만, 실제 입주할 수 있는 확률은 낮다. 부동산 사장님들이 모여서 앞으로 보금자리가 끝날 때쯤 매수세가 한꺼번에 몰리면 집값이 폭등하지 않을까 얘기하곤 한다”고 전했다.

상일동역과 한 정거장 차이인 고덕역 인근의 고덕아이파크는 고덕주공1단지 재건축 아파트로 지난해 8월 입주가 시작됐다. 기본형인 112㎡의 급매물 가격이 7억3000만 원으로 분양가인 7억6500만 원보다 낮게 형성돼 있다. 그러나 전세 매물은 거의 없는 편이다. 이곳 삼성공인중개사는 “전세가 1~2개씩 나오기는 하는데 물건이 거의 없는 편”이라고 전했다.

고덕아이파크(옛 1단지)는 입주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아 전세 물량이 없다 보니 시세가 정확히 형성돼 있지는 않다. 지난해 입주 때는 한꺼번에 물량이 쏟아지면서 112㎡형의 전세가가 2억5000만 원부터 시작했지만 현재 인근의 112㎡형의 전셋값은 3억1000만~2000만 원에 형성돼 있다.

고덕역 주위에는 광문고를 비롯해 자율형 사립고인 배재고, 특목고인 한영외고가 있어 학군이 좋은 편이다. 이 때문에 강남에서 일부 이주해 오기도 했다. 삼성공인은 “매매는 물건이 나와 있지만 매수가 없다. 여기 가격대를 보면 보금자리를 보고 사지 않는 것은 아니다. 매매 가격이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얘기했다.

아이파크 인근의 고덕롯데캐슬은 2008년 9월 말 입주를 시작해 딱 2년째가 된 지금 전세 매물이 비교적 많이 나와 있는 편이다. 서울 시내 모든 아파트들에서 전세 매물이 씨가 마르지는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이 아파트의 전세 매물이 많이 나온 것은 2년 전보다 전셋값이 최고 9000만 원 이상 오르다 보니 이를 감당하지 못해 다른 곳으로 이사하는 가구가 많기 때문이다.

단지 내 성심부동산에 2년 전 전셋값을 물어보자 답변하기를 꺼리며 “2년 전 가격은 가격이 아니었다. 딱 이때(9월) 금융 위기(리먼브러더스 파산)가 생겨 제 가격을 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는 것. 이곳 86㎡형의 2년 전 전셋값은 ‘1억4000만~1억8000만 원’으로 현재 2억3000만~2억5000만 원과 비교하면 최저가 기준으로 9000만 원이 오른 것이다.

이 정도면 전셋값이 오른 만큼 더 내고 눌러앉기보다 다른 곳으로 이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계약이 꽤 많은 편이다. 성심부동산은 “대개는 4000만~8000만 원을 올려주고 눌러앉는다. 이주하는 사람은 10명에 1~2명밖에 되지 않는다”며 “이 정도 금액이면 대개 부모가 도와줘야지 젊은 사람들이 2년 사이에 그 돈을 어떻게 모으겠느냐”고 얘기했다.

이 단지의 전셋값 상승에 대해 성심부동산은 “첫째, 2년 전 잠실에서 1만 가구 이상 한꺼번에 입주한 것에 비하면 올해는 강남에 물량이 부족한 것이 당연하다고 봐야 한다. 둘째, 매월 결혼하는 사람은 꾸준한데 예식장 꽉 찬 것을 봐라, 이들은 어떻게든 집을 구해야 한다. 예전 같으면 집을 살 40대가 집을 사지 않으니까 전세는 계속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