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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의 아름다운 섬 시칠리아는 세계 최대의 범죄 조직인 마피아의 본거지로 유명하다. 실제 마피아는 시칠리아 지역의 상인들에게 매년 보호비 명목으로 수억 유로를 거둬들이며 어둠의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그러나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 2008년부터 다시 마피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대대적인 검거 작전을 벌이고 있다. 시칠리아 최대 도시인 팔레르모에서도 시민들이 마피아에 대해 보호비 납부 거부 운동을 벌이면서 마피아의 입지가 눈에 띄게 약해지고 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런 거래는 20년이 넘게 계속됐다. 지난 2007년 말 이탈리아 경찰은 팔레르모 마피아 보스인 살바토레 피콜로를 체포했다. 가택 수색 결과 그 지역의 가게와 사업체를 소유한 기업인들의 리스트가 나왔다.
피조를 내는 사람들의 명단이었다. 비산티 씨는 경찰의 요구를 받아들여 재판에서 증언했고 피콜로는 8년형을 선고받았다. 비산티 씨는 이후 피조를 내지 않는다.
정부 대대적인 검거 나서
팔레르모 대학이 지난 2008년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들의 약 80%가 마피아에게 피조를 냈다. 그 규모는 연간 10억 유로나 된다. 그러나 비산티 씨처럼 피조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아디오피조(addiopizzo:굿바이 피조)라는 이름의 시민 단체는 461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중 약 100여 명은 마피아 재판에 증인으로 참여해 갈취 행위를 고발했다.
마피아의 역사는 186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마피아라는 이름은 시칠리아의 고대어인 ‘마피우수(mafiusu)’에서 유래됐다. ‘마피우수’는 ‘뽐내는’, ‘으스대는’ 또는 ‘대담한’, ‘뻔뻔스러운’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마피아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이 시칠리아를 침공했을 때 연합군 편에 서면서 권력에 다가갔다. 연합군은 마피아 출신을 시칠리아섬 주지사로 임명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마피아는 이탈리아 중앙정부의 정치인들과 교분을 쌓았다.
이탈리아 총리를 7번이나 역임한 줄리오 안드레오티도 마피아와 가까웠다. 마피아는 마약 거래와 갈취, 이권 개입, 그리고 불법적인 기업 운영 등을 통해 막대한 돈을 벌어들였다. 그들에게 대항하는 사람들에게는 차량 폭파와 총알 세례로 응징했다.
마피아가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본격적인 타도 대상이 된 것은 1980년대 중반부터다. 당시 혜성처럼 등장한 지방검사 조반니 팔코네와 파올로 보셀리노는 마피아와 정치인들 사이의 커넥션을 폭로하면서 국민 영웅이 됐다. 1986∼87년 2년 동안에만 코사노스트라(시칠리아 마피아의 별칭) 300여 명이 수감됐다.
그러자 마피아는 1992년에 팔레르모 공항고속도로에서 팔코네의 리무진에 총격을 가해 그와 그의 부인 그리고 3명의 경찰관을 사살했다. 보셀리노 역시 2개월 후 마피아의 소행으로 보이는 차량 폭파 사고로 숨졌다.
이탈리아 정부는 1993년 이들에게 암살 지령을 내린 코사노스트라의 최고 보스 살라토레 리나를 검거, 종신형을 언도했다. 리나의 뒤를 이은 보르나르도 프로벤자노는 2004년 4월에 체포돼 역시 종신형에 처해졌다. 지금은 프로벤자노의 계승자인 마테오 메시나 데나로(48)가 코사노스트라를 이끌고 있다.
이탈리아 경찰은 그를 검거하기 위해 그와 가까운 관계로 추정되는 인물들에 대해 수사를 벌이다 최근 큰 전과를 올렸다. 시칠리아 트라파니 지역에서 풍력·태양열 등 대체에너지 관련 사업가로 행세하고 있는 비토 니카스트리(54)로부터 코사노스트라와 관련 있는 자금 19억 달러를 압류한 것이다. 그는 데나로와 매우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김태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tw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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