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사

30, 40대 남성 관객 중에는 ‘추석은 당연히 청룽(成龍·56)과 함께!’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며 천하의 청룽도 날고, 뛰고, 구르는 액션을 소화하기엔 버거운 나이다.

명절 때 어느 순간 그의 코믹 액션물을 극장에서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그 옛날의 청룽을 그리워하고 섭섭해 하던 이들이라면 올 추석에는 ‘해결사’의 설경구를 눈여겨봐도 괜찮겠다.

한때 잘나가던 전직 형사였지만 지금은 흥신소를 운영하는 해결사 강태식(설경구). 평범한 의뢰라고 생각하고 급습한 모텔 불륜 현장에 한 여자가 죽어 있다. 꼼짝없이 범인으로 몰리게 된 순간 전화가 걸려온다.

어마어마한 배후 세력을 뒤로한 또 다른 해결사 장필호(이정진)가 태식에게 지시한다. 살인 누명을 벗으려면 변호사 윤대희(이성민)를 납치하라고. 생각을 정리할 틈도 없이 경찰이 모텔을 급습하고, 이제 태식은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환하게 꿰고 있는 필호와 배후 세력 및 경찰까지 피해 달아나야 한다.
당분간 한국 액션 영화는 슬로모션의 미학을 잊어버릴 태세다. ‘아저씨’부터 시작된 액션 열풍이 그대로 이어지는 ‘해결사’는 24시간 동안 벌어지는 주인공의 고군분투를 묘사하기 위해 쉴 새 없이 빠른 속도로 이어지는 다양한 형태의 액션 연기를 주 무기로 내세운다.

대전시청 앞 8차로 도로를 막고 촬영한 숨 막히는 카레이싱 장면부터 시작해 모텔 복도와 병원 로비, 옥상 등에서 변기 뚜껑이나 옷걸이, 고무호스 같은 각종 지형지물을 이용한 액션 신들은 ‘본 아이덴티티’ 시리즈의 아이디어 넘치는 연출을 연상케 한다.

정치권과 재계가 결합해 권력을 차지하려는 과정 속의 현실적인 암투를 핵심 사건으로 놓고 있지만, 그것을 풀어가는 과정은 시종일관 유쾌한 스릴을 목표로 하는 코믹 액션이다. 류승완 감독의 조감독 출신인 권혁재 감독은 다음과 같이 ‘해결사’의 목표를 밝혔다.

“동네에서 가장 잘 싸우는 개가 밀림의 잔인한 들개, 멧돼지들, 독수리 떼와 싸우는 모양새가 아닐까. 한 놈을 제치고 나면 더 힘 센 놈을, 더 많은 무리를, 더 큰 세력을 상대해야 하는.”

‘박하사탕’, ‘공공의 적’, ‘실미도’, ‘해운대’ 등의 대표작에서 소리 지르고 절규하며 아파하는 인물들을 주로 연기했던 설경구가 원색 의상에 바람머리 헤어스타일로 무장한 껄렁껄렁한 캐릭터를 경쾌하게 연기한다.

그러나 어찌 보면 설경구의 존재감을 위협할 만큼 ‘해결사’의 웃음을 책임지는 조연 경찰 콤비 오달수와 송새벽을 더 눈여겨봐야 한다. 이미 ‘방자전’에서 마 노인과 변학도로 화끈한 코믹 연기를 선보였던 두 사람이 여기서도 시치미를 뚝 떼고 태연한 얼굴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입담이 발군이다.


땅의 여자
대학 시절부터 농사꾼이 되겠다고 다짐한 세 여자 소희주·변은주·강선희는 졸업한 다음 자신들의 결심을 실천에 옮긴다. 카메라는 경상남도 작은 마을에 정착해 10년째 농사꾼이자 아내와 엄마로서 활동하는 그들의 삶을 담아낸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여성들이 농촌에 새롭게 정착하는 과정에는 막연한 환상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 ‘평화로운 귀농’을 꿈꾸는 이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현실감각을 일깨워 줄 수작 다큐멘터리.


마루 밑 아리에티
오래된 저택의 마루 밑에는 인간들의 물건을 몰래 빌려 쓰며 살아가는 소인들이 살고 있다. 이제 막 열네 살이 되어 처음으로 마루 위 세상에 물건을 빌리러 온 소녀 아리에티(미라이 시다)는 인간 소년 쇼우(가미키 류노스케)의 눈에 띄고 만다.

인간에게 들키지 않아야 한다는 제1규칙을 어긴 아리에티에게 두근거리는 첫사랑과 생존의 위협이 동시에 다가온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각본과 기획을 맡은 지브리 스튜디오의 최신 애니메이션.


노다메 칸타빌레 Vol.1
노다메(우에노 주리)와 치아키(다마키 히로시)는 세계무대 진출의 큰 꿈을 품고 파리에 온다. 치아키는 붕괴 직전의 말레오케스트라 상임 지휘자로 결정된다.

그는 급한 공연을 앞두고 노다메에게 피아노 연주를 부탁하지만 상황이 꼬이면서 유명한 피아니스트 루이가 노다메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한다. 일본 전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며 클래식 붐을 조성한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의 극장판이다.

김용언 씨네21 기자 eon@cine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