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브릭스 펀드 전망
2009년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펀드는 70.3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해외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이 62.58%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준수한 성과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 2010년 중국은 기존 정부 주도의 투자에서 민간 소비(투자) 활성화로 정책의 축이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올해 4조 위안의 경기 부양책 중 남은 1조5000억 위안을 집행할 예정이다. 또한 중국의 산업생산·소매판매·통화량 등 매크로 지표 개선세도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 1월 10일 중국의 수출은 전년 12월보다 17.7% 증가하며 14개월 내 처음 플러스로 반전됐다. 이는 기저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수출 경기 회복이 가파르게 진행 중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다. 2009년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컨센서스는 현재 10.5%로, 2008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진입이 예상된다.그러나 가장 큰 리스크가 있다. 바로 재정정책이 아닌 금융정책이다. 최근 중국을 살펴보면 재정정책은 여전히 경기 부양을 가리키고 있지만 금융정책은 긴축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12일 중국 인민은행은 통안채 1년물 금리 인상에 이어 기습적으로 지준율을 0.5%포인트 인상했다. 이 조치는 통화정책 기조가 미세 조정 차원을 넘어 긴축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물론 소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기준금리 조정이 아니긴 하지만 그동안 중국이 담당해 오던 글로벌 소비 감소에 대한 경계심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또 다른 중국 잠재 리스크는 인플레이션이다. 2009년 11월 소비자물가지수가 플러스로 전환된데 이어 지난해 12월 생산자 및 구매자 물가가 동반 상승 반전할 것으로 보여 연내 과열 우려감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 선진국의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 기대감에 따라 2010년 인도의 수출 및 산업생산 증가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유동성(M₃) 증가 속도는 다소 둔화됐지만 여전히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고, 기준금리 역시 2000년 들어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어 유동성 상황이 적정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2010년 인도 증시는 견실한 국내외 여건을 반영해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다만 높아진 주가가 가장 큰 부담이다. 즉, 2009년 3분기 이후 조정다운 조정 없이 상승했다는 점이 인도 증시의 가장 큰 리스크다. 현재 인도 증시는 금융 위기 이전 고점에서 10% 정도 하락한 수준으로 이머징마켓 중 회복력이 가장 우수했던 지역 중 하나다. 따라서 향후 기업 실적 개선에 따른 이익 모멘텀 강화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높아진 주가에 대한 두려움이 수익률 상승 폭에 제한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2009년 도매물가 상승률이 플러스 전환되면서 인플레이션도 하나의 걱정거리가 될 수 있다. 더군다나 2009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7%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2010년 역시 이에 준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이면서 출구전략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 브라질 역시 인도와 크게 다를 바 없다. 현재 역사적 고점에서 불과 3.3% 남아 있는 상황이라 인도보다 더욱 튼튼한 증시 회복력을 보였다. 특히 2008년 10월 27일 저점 기록 이후 140%나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출 경기 호전과 소매판매 증가 등 경기지표 개선이 반영된 결과다. 2009년 GDP 성장률은 0.2% 상승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지만 2010년은 5.8%까지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중국 등 주요 수출국 경기가 호전되며 설비 가동률과 산업 생산 증가세가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소매판매와 자동차 내수 판매가 각각 8.4%, 81.5% 증가하며 민간 소비 활성화도 상승세의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이 다소 부담스러운 밸류에이션 수준에도 불구하고 브라질 증시가 매력적인 이유다. 그러나 2분기 내 금리 인상 가능성 제기될 수 있다는 점과 2010년 10월 3일 대선 이후 경제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은 브라질의 잠재 리스크 요인이다. = 마지막으로 러시아는 국제 유가와 상관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유가에 대한 전망이 필요하다. 2009년 77.93% 상승한 국제 유가가 2010년에도 달러 약세와 경기 회복 기대감에 따라 견조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러시아의 무역수지도 지속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러시아의 소비자물가는 다른 국가와 달리 여전히 하락 기조에 놓여 있는 상황이어서 기준금리 인하 기조를 좀 더 이어갈 수 있다는 사실도 러시아 증시에 긍정적이다.러시아의 2009년 GDP 성장률은 마이너스 9.2%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국제통화기금(IMF)은 러시아의 2010년 GDP 성장률이 브릭스 국가 중 가장 낮은 1.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비해 2009년 러시아 주가는 128.6% 상승했다. 물론 석유 및 가스 주식의 비중이 절반이 넘는 러시아 증시에 유가의 상승 영향이 가장 크겠지만 2009년 러시아 증시는 과도하게 상승한 측면이 있다. 또한 유가 상승이 실질적인 투자와 소비 증진으로 이어지는 모습이 나타나지 않는다. 설비 투자는 9개월 연속 마이너스 상황이며 소매판매 역시 10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감소 추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작년과 같은 급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한편 브릭스 펀드의 자금 흐름을 알아볼 필요도 있다. 왜냐하면 이를 바탕으로 브릭스 지역의 수급 상황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머징포트폴리오닷컴이 집계한 브릭스 펀드 자금 중 2009년 가장 많이 자금이 유입된 나라는 브라질이다. 58억 달러가 유입되며 브라질 증시 상승에 화답했다. 반면 2009년 러시아 증시 급등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펀드로의 자금 유입(17억 달러)은 2008년(22억 달러)보다 적은 모습이었다. 이는 2008년 상반기 국제 유가(WTI 기준)가 배럴당 150달러에 육박하면서 러시아로의 자금 유입이 빠르게 일어났기 때문이다. 중국과 인도는 각각 52억 달러와 28억 달러 자금 유입이 이뤄졌다. 그런데 지역별로 투자하는 펀드 자금 이외에 브릭스 4개국에 투자하는 펀드로 54억 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중국 펀드의 유입 자금보다 높은 수치다. 즉, 브릭스의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은 없지만 국가 개별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들어온 자금도 상당 부분 차지한다.2009년 한 해 중국 펀드가 가장 우수하고, 러시아 펀드가 가장 불확실하다는 전망을 한 적이 있다. 물론 2009년 중국 펀드의 수익률이 55.72%를 기록하며 괜찮은 모습이었지만 4개국 중 수익률이 가장 저조했다. 반면 러시아 펀드는 앞서 말했듯이 무려 118.23% 상승하며 이러한 전망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올해 중국과 러시아 중 러시아 펀드가 더 유망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작년 한 해 펀드의 수익률이 빠르게 개선됐다고 해서 수익률이 급등한 펀드를 쫓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럴 때일수록 초심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즉, 기대 수익률을 조금 낮출지라도 분산 투자를 통해 리스크를 줄이고 보다 안전하게 투자해야 한다. 브릭스 각 국가들은 성장과 위험을 둘 다 갖고 있다. 개별 국가에 투자하는 것이 높은 수익률을 가져다줄 수 있을지 몰라도 그 이면에는 큰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수익을 분산하면서 위험도 분산할 수 있는 브릭스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나을 것으로 판단된다.안정균 SK증권 펀드 애널리스트 jkahn@sks.co.kr©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