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 대박 장사…중국에 ‘눈독’

최근 세계 스포츠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변화의 배경에는 ‘글로벌화’가 있다. 지금까지 프로스포츠는 각 나라 지역별로 연고를 두고 리그를 운영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다른 나라로 리그를 확대하는 ‘글로벌 프랜차이즈’ 시대가 됐다.미국 내 최대 인기 스포츠인 NFL(National Football League)은 지난 2007년부터 런던에서 정규 경기를 개최해 오고 있다. 올해도 3경기를 런던에서 치렀다. NFL은 인터내셔널 시리즈를 중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규 경기는 아니지만 이르면 내년이나 2011년에 ‘차이나볼(China Bowl)’로 명명된 프리 시즌 경기가 열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메이저리그는 지난해 중국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LA 다저스가 시범 경기를 갖고 야구 클리닉 행사까지 열었다.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곳은 미국 프로농구(NBA)다. NBA는 중국에 엄청난 공을 들이고 있다. NBA에서 활약하고 있는 야오밍의 인기를 업고 중국 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미국 농구팬들의 여론조사에서 해외 프랜차이즈 1호로 가장 유력한 곳으로 중국이 1순위로 꼽히기도 했다. NBA는 현재 AEG와 손잡고 중국의 12개 주요 도시에 ‘NBA 규격’의 농구 경기장을 설립하기로 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총 투자 금액만 200억 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NBA와 AEG는 이미 베이징 올림픽 때 사용했던 경기장을 공동으로 운영하면서 노하우를 쌓아가고 있다. 올해도 중국에서 NBA 프리 시즌 게임을 열어 지속적인 교류도 이어가고 있다. 첫 NBA 경기장은 상하이에 내년 12월 초 열 계획이다. 이어 난징과 광저우 등에 들어설 예정이다.NBA는 자회사인 NBA차이나를 통해 중국 내 5개 기업(디즈니, 차이나그룹 인베스트먼트뱅크, 레전드홀딩스, 리카싱 펀드, 차이나 머천드 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2억5000만 달러의 투자도 받았다. 경기장 운영 수입은 소유주인 중국 정부와 균등하게 나눈다. NBA는 현재 중국뿐만 아니라 런던·파리·마드리드·이스탄불 등에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조만간 인도·중동·아프리카 지역에도 사무실을 열 계획이다. 지난 12월 14일에는 ‘NBA.com/India’를 새롭게 오픈했다.이처럼 미국의 프로스포츠가 세계로 나가는 이유는 더 이상 자국 내에서 수익을 창출해 내기 어려운 한계 상황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미식축구나 메이저리그, NBA 등은 경기 불황으로 수입이 감소하자 이전에 금지하던 술·도박 회사들을 후원 기업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는 해외에서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해야 한다는 대전제에 동의하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아시아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스포츠 글로벌화에는 중국 시장이 최대의 타깃이 되고 있다. 전 세계의 프로스포츠가 중국에 상륙할 날이 머지않았다. 거의 모든 리그들이 중국으로 진출하려고 한다. NBA는 중국에 아시아 리그를 결성하는 것이 목표다. 한국의 프로스포츠도 ‘글로벌 프랜차이즈’에 대비해야 한다.특히 중국의 ‘프로스포츠 글로벌화’가 본격화되면 자국 리그로 버티기에는 많은 한계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중국과 연계해 다양한 아시아 프로스포츠 리그 창설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중국이 한국보다 프로스포츠가 뒤처져 있으므로 이를 최대한 활용해 실속을 챙길 수 있다. NBA 규격의 경기장을 국내에 유치할 수도 있고 프리미어리그나 NFL의 정규 경기가 한국에서 열리도록 할 수도 있다.‘한·중 프로야구 리그’도 창설해 향후 메이저리그, 일본 프로야구와 삼각 구도를 형성할 수도 있다. 프로스포츠는 인기가 한 곳으로 쏠리는 현상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최고의 스타들이 모인 리그가 국적을 불문하고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스타들이 겨루는 경기를 자주 TV로 접하는 팬들이 국내 스포츠를 외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국내 스포츠도 살리면서 세계 정상의 리그와 교류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만 변화하는 스포츠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마이애미(미 플로리다주)= 한은구 한국경제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