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 경쟁력을 말한다 - 이상조 연세대 공과대학장

“지금이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상조 연세대 공과대학장은 ‘공대의 위기’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사회가 다변화되고 과거 장치산업 위주의 성장 패러다임이 지식기반경제로 바뀌었기 때문에 공학의 사회적 역할이 변화된 것이지, 엔지니어가 무조건 사회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외침은 과거로 돌아가자는 얘기일 뿐이라는 것이다.이와 함께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같은 세계적인 기업의 인재들을 키운 한국의 대학이 그렇게 못하는 것인가”라며 국내 대학의 경쟁력 논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서구 중심의 대학 평가 기준보다 실제 결과물을 놓고 봐야 한다는 얘기다.인터뷰 내내 이 학장은 한국의 대학 교육, 공학 교육이 저평가되는 것에 대해 냉정한 비판과 따뜻한 애정을 쏟아냈다.이런 질문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위기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매번 그 시대를 살면 위기라고 느낄 때가 있지만, 그것은 지나간 뒤에 역사가 판단하는 겁니다. 우리는 그 시대를 사는 것일 뿐입니다.이공계 위기를 얘기하는 것은 아마 한국이 1970~80년대 중화학공업, 즉 자본재 중심의 성장을 하던 것이 지금은 지식기반사회가 됐기 때문일 겁니다. 모든 분야가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예전에 중심축에 있던 사람들이 적응하는 속도가 늦으면 위기로 느낄 테고, 유통·서비스 분야처럼 새로운 기회를 맞는 곳도 있습니다. 글로벌 지식기반사회에서 과거 경제성장의 견인차였던 공대가 어떻게 변신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때지 과거의 영광에 집착할 때가 아닙니다.또 하나 여성 비율이 낮다는 점입니다. 실제 미국과 유럽보다 공학을 전공하는 여성이 적습니다. 과거에는 공학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이 ‘힘·노력·피땀’이었지만, 지금은 ‘아이디어·창조·재미’입니다. 지금 7~8%의 여성 비율을 25%까지 높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 구석에 하나 있는 여성 화장실을 늘리는 등 하드웨어를 고치고 커리큘럼과 같은 소프트웨어를 지식경제에 맞게 바꿔야 할 겁니다.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상대적으로 이공계 출신이 타 분야에 비해 실직 등 피해를 많이 봤습니다. 부모 세대가 보기에는 타 분야가 더 좋을 것이라는 인식이 생겼을 겁니다. 그러나 공학인이 과거 장치산업에는 적당했지만 지금의 다변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측면도 있습니다.결국 여성 인력을 위한 배려, 교육 프로그램의 개혁이 따라줘야 여기로(공대로) 올 겁니다. 이런 것을 하지 않고 장학금, 병역 특례를 줘봐야 소용없습니다. 그런 특권조차 과거에 필요하니까 준 것이지, 망해가는 사람 도우려고 한 게 아닙니다. 자꾸 뭔가 해달라고만 하면 외부에서도 ‘(공대가) 진짜 안 되는 동넨가 보다’라고 생각할 겁니다.2007년 학장을 맡았고 이번 8월에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는 학교 본부가 모든 권한을 갖고 있어 학장은 경력·나이순으로 돌아가며 했는데 지금은 좀 바뀌었습니다. 2007년 9월부터 공과대학과 경영대학은 자율 운영 기관으로 바뀌어 학장에게 본부와 같은 권한이 주어졌습니다. 예전에는 교수 채용 때 본부가 티오(Table of Organization: 정원)를 정했지만 지금은 공대 내부에서 조율합니다. 또 물품 구매 때 본부가 총괄 종합 구매했는데, 지금은 단과대가 결정합니다. 지난 2년은 그런 여러 문제들을 시험하는 단계였습니다.우선 과거 학장들이 공감대를 얻었지만 시행하지 못했던 일들부터 해나가고 있습니다. 인사 시스템을 정량적인 자료를 토대로 하던 것을 인사위원회를 만들어 주관적으로 판단하기로 했습니다. 기존에는 변별력 없는 강의 평가 자료와 논문 수 등에 문제가 없으면 승진에 문제가 없었지만 이제는 다양하게 평가하게 돼 예측이 힘들어졌습니다.둘째는 학부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겁니다. 교수들이 그간 학부보다 연구 업적·프로젝트에 치중하다 보니 학부 교육에 신경을 쓰지 못했습니다. 학생은 교수가 어렵고 교수는 시간이 없는데, 일단 학생과 교수가 자주 만날 수 있도록 ‘평생 지도교수제’를 정착시키려고 합니다. 졸업 후에도 지속적으로 만나게 하고 짧은 미팅 보고서도 내도록 했습니다. 또 11개 전공 모두 한국공학교육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꾸준히 강의의 질을 높일 계획입니다.공과대학의 교육 목표를 크게 세 가지로 잡았습니다. 첫째가 국제 공학. 둘째는 기술에만 치중하던 교육에서 경영 마인드를 가진 지도자적 능력 배양입니다. 마지막 셋째는 문제 해결 능력을 가진 창조적 공학자를 만들자는 것입니다.이와 관련해 경영대보다 우리가 학생이 많다 보니 경영대가 소화 해 내지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경제학 입문 과목을 따로 공대에서 개설했습니다. 또 정보산업공학과에서 회계학·금융공학·파이낸스 과목의 교수들을 직접 채용했습니다. 이분들을 통해 공대 내에서 자체적으로 소양 교육을 시키고 있습니다. 학부에서 회계장부 보는 능력을 키운 인재에 대한 평가가 상당히 높다는 얘기를 듣습니다.또 지금까지의 모든 공학이 물리학을 기본으로 했는데, 앞으로는 바이오를 기초로 갈 겁니다. 학부에서부터 생물학 전공자를 공대 교수로 초빙해 교육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현재 220명의 교수 중에서 10%는 여성, 10%는 외국인으로 채울 방침입니다. 여학생을 늘리겠다고 해 놓고 교수가 모두 남성이면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입학처가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대입에는 아무리 변화를 줘도 사실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공대는 등록금이 비쌉니다. 학생들이 오고 싶어 하는 공대를 위해 저는 ‘좋은 공대는 등록금이 비싸지만 공짜로 다닐 수 있어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장학금 받는 학생 수와 등록금 면제 비율을 단계적으로 높여 나가야겠지요. 등록금은 앞으로 계속 오르겠지만 일부를 정부와 기업이 공학 교육의 일부를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이공계 우수장학금’도 생겼는데 수혜자를 계속 늘리려고 합니다. 모금이 어렵긴 하지만 3분기가 넘으면 잘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립대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국립대와 경쟁하기 힘듭니다.웬 대학 평가가 그리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전 세계 200여 개 나라 중에 빈국에서 부국으로 발전한 경우는 한국이 유일한 모델입니다. 지리적 위치도 나쁘고 자원도 없는데…. 오로지 ‘사람(인재)’이 세운 것 아닙니까. 그런데 이런 인재를 키운 대학이 뭐가 잘못됐습니까. 대학 교육이 꼴찌라고 하는데, 그러면 자동차·반도체·선박·다리·고층빌딩은 누가 다 만든 겁니까. 전 세계 대학 서열 100등에도 들지 못하는데, 그러면 1~99등 대학을 배출한 나라도 이런 제품을 다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대학이 앞서 나가야 하는 건 맞지만 이런 뭇매를 받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다만 세제 혜택을 받는 연구·개발(R&D)을 95% 이상 기업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대학 등 외부 연구 비율은 5%도 안 됩니다. 이렇게 불균형한 나라도 없습니다. 기업이 R&D 비율을 90%로 낮추고 대학에 10%를 배분해야 합니다. 대학은 등록금을 올리지도 못하고 국가 지원도 받지 못해요. 기업이 R&D를 독차지하고 있죠. 대학이 무엇으로 1등을 하고 어떻게 일류가 되겠습니까.1953년생. 서울고 졸업. 연세대 기계공학과 학·석사. 미국 위스콘신-매디슨대 기계공학 박사. 79년 울산대 교수. 86년 연세대 교수(현). 89년 산업자원부 정밀화사업부 심의위원장(현). 2002년 건설기술평가원 고속철도기술개발사업 운영위원(현). 2007년 연세대 공과대학 학장(현).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현).대담=김상헌 취재편집부장 ksh1231@kbizweek.com정리=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