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가 아시아를 돈 까닭
세계 최고의 인기 구단으로 평가받고 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시즌 개막을 앞두고 아시아를 돌며 경기를 펼쳤다.인도네시아에서는 자카르타 숙소에 폭탄이 터지면서 경기가 취소되는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말레이시아 한국 중국 등에서 무사히 경기를 마쳤다. 7월 24일 열린 FC서울과 맨유의 방한 경기는 입장권이 발매 10시간 만에 매진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그런데 맨유는 왜 한국 등 아시아를 찾는 것일까. 팬 서비스 차원이라는 순수한 의도로 보기에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73명이나 되는 대규모 인력을 이끌고 장기간 여행에 나선 이유는 결국 돈 때문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맨유는 이번 아시아 투어를 통해 최소한 600만 파운드(약 123억 원)를 벌어들일 전망이다. 10여일 남짓한 여행으로는 짭짤한 수입이다.말레이시아에서 이틀간 머무르면서 ‘텔레콤 말레이시아’로부터 200만 파운드(약 41억 원)를 받는 식이다. 한국에서는 금호타이어와 서울시가 맨유를 후원한다. 이것만이 아니다. 맨유는 투어를 통해 아시아 기업들과 접촉해 엄청난 후원금을 챙긴다.맨유는 전 세계에 3억3000만 명의 팬이 있으며 이 가운데 아시아에만 8000만 명의 팬이 있다고 보고 있다. 맨유는 특히 중국과 인도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아시아 팬 8000만 명 중 중국이 절대 다수인 7100만 명을 차지한다고 한다.맨유는 지난 6월 중국 베이징에서 첫 스폰서를 구했다. 중국의 전자업체 ‘아이고(Aigo)’와 5년간 계약했다. 계약금은 공개되지 않았다.멀티미디어 플레이어와 수출용 카메라, 내수용 휴대전화 등을 만드는 회사의 규모답게 한국 돈으로 100억 원 이상의 거액이 전해졌을 것으로 분석된다.맨유는 지난 10년간 중국을 5차례 방문할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다. 맨유의 ‘커머셜 디렉터(commercial director)’인 리처드 아놀드는 “중국은 맨유의 제2의 고향”이라고 언급할 정도다.맨유는 인도의 이동통신 업체인 ‘바르티 에어텔(Bharti Airtel)’과 지난 5월 5년짜리 후원 계약을 했다. 바르티 에어텔은 가입자만 9400만 명에 달한다. AP통신은 맨유가 약 1000만 파운드(약 192억 원)를 받았을 것으로 추정했다.맨유는 2009∼2010년 시즌에 스폰서들로부터 끌어 모을 후원금 목표액을 8000만 파운드(1644억 원)로 잡았다. 아시아 기업들이 상당 부분 기여할 것은 당연하다.지난해 맨유가 아시아 기업들로부터 수금한 금액은 2350만 파운드(약 482억 원)였다. 맨유는 아시아에 이어 브라질과 베네수엘라 등 남미 쪽에서도 돈을 챙길만한 기업들을 찾고 있다.아시아의 거대 자본을 찾는 구단은 맨유뿐만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최근 첼시와 2013년까지 3년간 후원을 연장했다. 액수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삼성전자는 지난 2005년 첼시와 5년 동안 1000억 원 안팎의 후원 계약을 한 바 있어 비슷한 금액이 전달된 것으로 예상된다. 또 LG전자는 풀햄과 계약했고 태국 맥주 ‘싱하(SINGHA)’는 맨체스터 시티, 아랍에미레이트항공은 아스널을 각각 후원하고 있다.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프리미어리그 20개 클럽들은 내년 시즌에 평균 5∼10% 정도 후원금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프리미어리그는 유럽과 미국의 기업들로부터 돈을 끌어들이는데 한계에 도달하면서 새로운 ‘돈줄’로 아시아 시장을 선택했고 세계로 진출하려는 아시아 기업들로서는 회사의 브랜드를 알리는 최적의 무대로 프리미어리그를 택했다.프리미어리그와 아시아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한 당분간 후원 관계가 확대될 전망이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가 맹목적인 팬을 등에 업고 아시아를 단순한 시장으로만 보고 접근하고 있다는 점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마이애미(미 플로리다주)= 한은구·한국경제 기자 tohan@hankyung.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