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컨설턴트 이지아

사회생활을 하면서 상대에게 호감을 주는 얼굴이나 옷차림과 태도에 신경을 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타고난 목소리만큼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전화로만 연락하다가 사람을 처음 만나게 되는 순간, 상상 속 상대방의 이미지가 와르르 무너지는 때가 있다. 목소리에서 짐작했던 모습과 실제가 전혀 다른 경우다. 때로는 첫인상에 호감을 느꼈다가 입을 열자마자 ‘확 깨는’ 사람도 만나게 된다. 대개 사람들은 말하는 내용이 무엇인지보다 내용을 전달하는 사람의 성량과 높낮이, 억양 등에 좌지우지되기 때문이다.사회생활을 하면서 상대에게 호감을 주는 얼굴이나 옷차림과 태도에 신경을 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타고난 목소리만큼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보이스 컨설턴트(Voice Consultant) 이지아 보이스 스튜디오 대표는 사람의 목소리를 성형하는 사람이다. 그녀는 목소리도 바꿀 수 있다고 자신한다. 나아가 좋은 목소리를 삶을 향상시키는 도구로 여긴다.“목소리의 중요성을 더 많은 분들이 깨달으셨으면 좋겠어요. 목소리는 건강과 관련이 깊고, 나아가 인생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답니다.”이 대표는 성악을 전공하고 소프라노로 활동 중이다. 그녀의 노랫소리는 중학교 시절 음악 교사가 수업 중에 불러서 다른 반 학생들에게 시범을 보이게 할 정도였다. 타고난 목소리는 공연하는 소중한 도구가 됐다. 이제 사람들이 자신만의 크고 작은 공연을 펼칠 때 소리를 이용하는 법까지 가르치고 있다. 그 공연은 면접·협상·회의 등 다양하게 벌어진다.이 대표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보이스 컨설팅을 하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에서 비롯됐다. 취미삼아 그녀에게 성악을 배우던 한 직장인이 “업무 발표 시간에 사람들의 집중을 받고 목소리에 반했다는 소리를 자주 듣게 됐다”고 전한 것이다. 이 대표는 발성 훈련이 노래만이 아니라 비즈니스에도 상당한 역할을 하겠다는 힌트를 이때 얻었다고 한다. 지금은 출판과 정보기술(IT) 업종의 최고경영자(CEO) 등을 가르치고 있다.“리더의 위치에 오르면 공적인 자리에서 말을 많이 하게 되잖아요. 발음이 좋지 않거나 목소리가 갈라져 말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도 있거든요. 목소리를 가다듬어 사회생활에 도움을 주는 것이 보이스 컨설팅입니다.”보이스 컨설팅은 두 달 정도 진행된다. 1단계는 호흡이다. 단전을 중심으로 한 복식호흡의 감각을 익히는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호흡을 깊게 할수록 우리 몸에서 에너지 순환이 활발하게 일어난다.“호흡이 가장 중요합니다. 현대인은 몸보다 머리 쓰는 일이 많아서 위가 뜨겁고 아래가 차갑지요. 반신욕이나 마사지로 자극하는 것도 좋지만 깊은 호흡을 통해 스스로 순환이 이루어지게끔 해 주는 게 훨씬 좋습니다.”호흡은 자세 교정과 함께 이루어진다. 이대표는 성악과 함께 한국무용 발레 필라테스 국선도 단전호흡을 배웠다고 한다. 소리를 내는 것은 목이 아니라 몸 전체이기에 몸에 대한 연구를 하기 위해서였다. 바른 자세는 바른 호흡의 바탕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그녀는 찾아오는 학생들에게 각자 몸의 상태에 따라 자세를 교정할 수 있는 생활 습관을 알려 준다.“소리는 살이 아니라 근육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랫배 엉덩이 허벅지의 하체 근육에 힘이 모이면 고음을 내기에도 더 편안한 상태가 됩니다.”앉아 있을 때는 꼬리뼈가 아닌 배꼽 아래 단전에 무게중심이 가도록 하고 어깨의 긴장을 푼 상태가 되어야 한다. 서 있을 때도 기본자세를 마찬가지로 유지하고 엉덩이 보조개가 생기도록 허벅지를 조여 안쪽의 긴장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자세 훈련은 소리만이 아닌 뼈와 근육을 위한 것이 된다.소리에 풍부한 느낌을 더하는 것은 공명이다. 공명이라고 하면 ‘콧소리’를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이 대표는 우리 몸에는 공명기관이 여러 개라고 설명한다. 성악가들은 온몸을 울려서 소리를 낸다. 일반인들에게는 입 안의 공명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있다.“성악가 루치아노 파바로티는 노래할 때 종종 눈물을 흘렸다고 하네요. 눈 뒤 비어 있는 공간의 울림을 이용하느라 눈이 자극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입 안, 우리 얼굴의 기관들을 이용한 공명을 배우면 보다 좋은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이 대표가 가르치는 것은 ‘따뜻한 소리’다. 하품하기 직전의 느낌, 종을 울리는 것과 같은 공명, 거기에 실어 보내는 호흡이 듣기에도 풍부하고 따뜻한 소리를 만든다. 이 때문에 보이스 컨설팅은 말과 글만으로는 할 수가 없다. 얼굴 표정과 몸의 상태를 보면서 감각을 익혀나가야 한다. 마지막 단계에선 탁한 소리를 제거하고 높낮이를 조절하는 법 등 세세한 기술을 배울 수 있다.“호흡·자세·공명·발음이 어울려야 좋은 소리를 냅니다. 소리만으로 건강 상태를 알 수 있다는 게 틀린 말이 아니에요. 노래를 배우고 나서 코골이와 변비가 완화됐다는 학생도 있습니다.”누구나 평소보다 말을 많이 하면 왠지 기운이 빠져나가는 느낌을 받곤 한다. 보이스 컨설팅은 힘을 적게 들이고도 효과적으로 소리를 내는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지 않아도 멀리 퍼지는 소리가 가능해진다. 잘 훈련된 맑은 음성에 말하는 사람의 마음까지 편안하니, 듣는 사람의 기분도 덩달아 편안할 수밖에 없다.컨설팅이 끝난 후에는 몸에 배도록 익혀서 무의식적으로 말을 해도 좋은 소리가 나도록 만들어야 한다. 기본을 갖춘 상태에서는 처해진 상황에 따라 소리에 변화를 주면 된다. 강연이나 발표를 할 때는 약간 높은 톤으로 강세와 고저를, 협상이나 설득을 할 때는 낮은 목소리에 약강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전화에서는 얼굴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평소보다 훨씬 명랑한 톤으로 말해야 한다.“아무리 바른 자세, 따뜻한 호흡, 풍부한 울림, 정확한 발음을 가져도 소리에 실린 사람의 감정을 완벽하게 속일 수는 없겠죠. 부드러운 마음에서 길어 올린 소리가 감동을 전해 줍니다.”소리를 성형하는 그녀도 마음까지 성형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마음의 소리가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보조하는 것이 그녀의 역할이다. 또 자신의 노래를 전하는 것도 게을리 할 수 없다. 사람의 감각을 자극하는 오락거리가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영혼까지 자극하며 여운을 남기는 것이 노래가 가진 힘이라고 생각한다.“8월에는 한국무용을 하는 동안 제가 성악곡을 부르는 크로스오버 공연이 예정돼 있어요. 소리를 통해 사람들의 정신과 몸을 치유하는 일을 할 수 있어 보람을 느낍니다.”약력: 1983년생. 2008년 경원대 성악과 졸업. 2008년 소프라노 김영미 마스터클래스 참여. 2004년, 2008년 오페라 갈라 콘서트. 2008년 두바이 초청 성악 공연. 2009년 전국 연극축제 춤따세무용단 협연. 2009년 보이스 스튜디오 설립, 대표(현).김희연·객원기자 foolfo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