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강한 종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한 종이 살아남는다.” 진화론을 주창한 영국의 생물학자 찰스 다윈 탄생 200주년을 맞아 가장 많이 인용되는 글 가운데 하나가 이 문장일 것이다.진화의 이 같은 특징을 현대사회의 기업 환경에서도 그대로 확인해 주는 사례 가운데 하나가 맥도날드다. 맥도날드는 전 세계 119개국에 3만여 개 매장을 거느리고 있는 세계 최대의 패스트푸드 체인 업체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의 말처럼 맥도날드보다 맛있는 햄버거를 만드는 음식점은 수도 없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맥도날드가 세계 최대의 햄버거 체인이 된 것은 기업의 가장 중요한 환경이라고 할 수 있는 ‘소비자의 요구’에 가장 잘 적응했기 때문이다. 맥도날드는 현지 농민 등 원료 공급자들의 지지를 받는 구매 정책은 물론 게릴라식 시장 캠페인을 통해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 덕분에 버거킹이나 웬디스 등 경쟁사들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매일 5000만 명의 고객에게 햄버거를 판매하면서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다.진화의 속도나 경쟁의 치열함에 있어서는 정보기술(IT) 부문을 따를 산업이 없을 것이다. 소비자들의 취향 또한 하루가 다르게 변화한다. 이 때문에 IT 업계에서는 진화의 주기 또한 짧을 수밖에 없다. PC는 2~3년, 휴대전화는 2년 안팎이 교체 주기라는 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IT 분야에서도 ‘자연선택’의 냉혹한 원리는 변함없이 작동한다. IT 산업 초기 단계에서 벌어진 비디오테이프 표준 경쟁은 이 같은 사실을 확연히 보여준다. 소니의 베타 방식이 JVC의 VHS(Video Home System)에 비해 기술적으로 월등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VHS가 살아남았다. 베타는 뛰어난 화질과 음향을 자랑했지만 녹화 시간이 1시간밖에 되지 못했다. 이에 비해 화질은 좀 떨어졌지만 VHS는 녹화 시간이 3시간이나 됐다. 소비자들은 전문가들이 작성한 제품 평가보다 녹화 시간에 더 관심을 가졌고 결국 VHS가 ‘자연선택’을 통해 진화의 주인공이 됐다.개인용 컴퓨터(PC) 시장에서의 진화는 경쟁의 양상이 독특하다. 중앙처리장치(CPU)와 운영체제(OS) 사이의 이합집산 또는 강력한 동맹 체제를 통해 저마다 생존을 모색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많은 기업들이 명멸했고 오늘도 새로운 기업들이 ‘스타 탄생’을 꿈꾸며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인텔이 선두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가운데 AMD가 추격 중이다. OS 분야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가 87%의 점유율로 압도적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맥OS가 10%를 넘어서며 도전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리눅스가 한 자릿수 점유율이지만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꾸준히 영역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가 오는 10월 ‘윈도 7’을 선보인다. 지난 1985년 첫 버전을 선보인 윈도가 애플의 Lisa, IBM의 OS2 등의 거센 도전 속에서 진화를 거듭해 7번째 버전으로 다시 ‘자연선택’의 시험대에 서게 되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윈도는 지난 20여 년 동안 ‘변이’에 대한 강력한 적응을 통해 진화해 왔다. 특히 ‘윈도 7’은 혁신적인 ‘진화의 유전자’를 담고 있다.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자주 사용하는 기능을 보다 편리하게, 새로운 것을 가능하게” 해 준다는 것이 ‘윈도 7’에 담긴 진화의 유전자다.베타테스트 결과 ‘윈도 7’은 이제까지 출시된 윈도 가운데 가장 안정적이라는 호평이 잇따르고 있다. 이는 “가장 강한 OS는 아닐지라도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한 OS”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덕분에 한국이 세계에 자랑하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의 성장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가 잇따르고 있다. 수많은 개발자들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윈도’의 또 다른 ‘변이’가 우리 IT 산업 전반의 발전에 중요한 이정표가 되길 기대한다.약력: 1962년생. UCLA 졸업. 하버드대 MBA. 92년 AT&T마케팅 총괄. 95년 비비앙 인터내셔널 사장. 2005년 오버추어코리아 사장. 2007년 야후코리아 사장. 2009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대표이사 사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