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 24시

지금까지 주세와 담배세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국민 건강 증진에 과연 효과가 있나?’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세수 확대를 위한 정부의 꿍꿍이셈이라는 점에 더 관심이 쏠려 있다. 이는 지난 4월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인한 국고채 발행, 경기 부양을 위한 각종 감세 조치 등 재정수지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담배세와 주세를 올려서 부족한 나라 곳간을 채우자는 속셈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도 여기에 연유한다. 일부 조세 전문가들은 담배세와 주세는 간접세여서 조세 저항이 적고 명목도 분명해 정부가 손쉽게 꺼내들 수 있는 카드라는 점은 분명 매력적인 부분이라고 말한다.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정부, 국회, 조세 전문가 등 너 나 할 것 없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주세와 담배세를 올리는 것이 맞다는 점에 동의한다는 것이다.기획재정부 산하기관인 한국조세연구원이 7월 8일 ‘외부불경제품목 소비 억제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발표한 내용을 봐도 담배와 술 등 외부불경제 품목의 사회 악영향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외부불경제란 흡연과 음주, 환경오염처럼 개인이나 기업 등 특정 경제 주체의 행동이 다른 경제 주체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뜻한다.정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주제 발표를 통해 “흡연과 음주 비용이 24조2452억 원에 달한다”며 “건강 친화적 조세체계 설계를 적극 고려하는 차원에서 술·담배에 붙은 간접세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흡연의 경우 진료비와 간병비 등 질병 관련 비용으로 지출하는 금액이 5조4601억 원이고 간접흡연 피해와 담배로 인한 화재의 재산피해액까지 합치면 총 5조6396억 원으로 추산했다.재정부 관계자들은 담배세와 주세 인상이 ‘서민 증세’라는 말로 왜곡되는 점에서도 반박한다. 증세는 맞지만 서민들의 건강을 해치는 품목에 세금을 적게 매기는 것이 과연 서민을 위한 정책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는 부분은 설득력이 있다.같은 날 발표한 성명재 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에 따라 “장기적인 고세율·고가격 정책을 통한 소비 억제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담배세와 관련해 성 위원이 제시한 것은 현행 종량세 체계에 물가·가격연동제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그는 “매년 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담배에 붙는 명목세액이 고정돼 있기 때문에 물가 변동을 감안한 실질세액은 물가에 반비례해 감소하므로 실질적인 감소 효과를 나타낸다”고 주장했다.담뱃값은 2000원짜리의 경우 2005년 1월 2500원으로 오른 뒤 아직 그대로다. 해마다 물가 상승률을 2% 수준으로 잡을 때 지난 5년의 상승 누적분을 반영한다면 담뱃값이 250원 정도 더 오를 수 있다.성 위원은 담뱃값에 물가연동제가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현재 354원인 국민건강증진부담금 인상 △국세로 담배소비세 신설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담배소비세로 전환 등의 대안도 제시했다.주세와 관련해서는 현재 72%인 맥주와 증류주(소주 위스키 등)의 세율을 최소 100% 이상으로 올릴 것을 제안했다. 그는 “알코올 도수가 높은 고도주 위주로 주세율을 인상하는 것과 함께 맥주 과실주 등 저도주 세율도 전반적으로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대폭 인상을 주장했다.맥주의 세금은 원가의 72%에 해당하는 주세에 교육세와 부가세도 연동하는 식이다. 즉, 생산 원가가 100일 때 주세 72, 교육세가 24 더 붙는다. 이를 모두 합하면 196인데 이 수치의 10%(19.6)인 부가가치세가 더해져 맥주의 출고가격이 정해진다.성 위원은 “음주 폐해를 축소·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주세를 현행 72%에서 100% 이상으로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성 위원의 제안대로라면 내년 맥주 값은 최소한 18% 정도 오르는 것으로 나온다.그러나 재정부가 담배세와 주세의 세율을 높이기는 녹록하지 않아 보인다. 현 정부의 세제 정책이 ‘부자 감세’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부정적인 시선을 받고 있는데다 임시국회가 끝나면 곧바로 10월 재·보선 국면이 시작되고 내년에는 지방선거도 예정돼 있어 여당의 협조를 얻기도 쉽지 않다.재정부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담배세와 주세를 올리는 것에는 특히 청소년들의 진입 장벽을 높이려는 의도도 들어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하는데 그에 대한 배려는 이번 논의에서 빠져 안타깝다”고 말했다.박신영·한국경제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