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텐도(GP2X WIZ)’ 성공의 조건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월 초 “게임 강국이라는 우리나라에서 닌텐도와 같은 세계시장을 석권할 만한 게임기를 만들지 못하나”라는 발언으로 한때 ‘명텐도’라는 용어가 유행했었다. 그 미묘한 시기에 판매가 결정돼 제품명보다 ‘명텐도’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해진 휴대용 게임기가 있다.사실 GP2X 위즈(GP2X WIZ)는 역사가 오래된 게임기다. GP32(Game Park 32bit)라는 휴대용 게임기가 그 전신이다. GP32는 게임파크홀딩스가 개발하고 2001년에 발매한 휴대용 게임기다. 삼성의 ARM920T 코어를 탑재하고 스마트미디어를 사용 매체로 한 제품이다.대한민국 최초의 휴대용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제품이다. 개발사인 게임파크는 이후 게임파크와 게임파크홀딩스로 나눠졌다. 게임파크는 후속작으로 XGP를 개발하고 있고 게임파크홀딩스가 후속작으로 개발한 것이 ‘GP2X 위즈’다.GP32는 당시 휴대용 게임기로는 최고 성능으로 주목 받았다. CPU는 ARM9 계열로 기본 클록(clock:진동 수)은 66MHz지만 소프트웨어마다 각각 클록을 다르게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오버클록(over clock)해 사용했다. 기본 133MHz에 166MHz 이상으로 오버되는 기기도 있었다. SMC(Smart Media Card)를 저장 매체로 채택하고 오픈 소스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USB(Universal Serial Bus:PC와 주변 장치를 접속하는 버스 규격) 포트를 이용해 어느 누구라도 GP32 프로그램과 게임 등을 개발하고 다운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하지만 발매 초반부터 서드 파티(third party:독자적으로 PC의 주변 장치나 응용 소프트웨어를 개발, 제조, 판매하는 사업자)의 부족, 홍보 부족으로 점차 게임기로서의 모습을 잃어갔지만 외국, 특히 유럽에서 일부 마니아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기도 했다. 게임파크는 2003년 유럽에 GP32를 정식으로 수출하기도 했다.당시 GP32의 최대 약점은 상용 게임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GP32가 완전히 몰락할 때까지 정식 상용 게임이 20개를 넘지 못할 정도였다. 당시 유명한 게임으로는 손노리의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R’, 별바람의 ‘그녀의 기사단-강행돌파’ 등이 있었으며 ‘프린세스 메이커 2’가 완벽하게 이식돼 발표되기도 했다. GP32의 마지막 게임은 2004년에 발매된 ‘마법사가 되고 싶어!’다.GP32의 성능을 제대로 살린 건 오히려 에뮬레이터(emulator:모방기)나 포팅(porting:다른 기종의 컴퓨터로 소프트웨어를 옮기는 것) 쪽이었다. 8비트 게임기들의 에뮬레이터는 말할 나위도 없이 완벽히 돌아갔고 16비트 게임기의 에뮬레이터인 메가 드라이브는 거의 완벽했고, 슈퍼패미컴은 RPG(role playing game:역할을 수행하는 놀이를 통해 캐릭터의 성격을 형성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형태의 게임)나 퍼즐 게임(puzzle game:정십이면체의 모서리를 타고 전 꼭짓점을 한 번씩 지나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게임) 정도는 가능하지만 액션 게임(action game:일정한 스토리 라인에 따라 실시간으로 캐릭터의 행동을 버튼 등을 통해 직접 조작하는 게임)은 무리일 정도였다. 하지만 울펜슈타인 3D의 초월 이식과 완벽히 돌아가는 둠(DOOM)은 당시 인기 게임이었다.지금은 동영상이 돌아가는 휴대용 기기가 너무도 흔하지만, 당시만 해도 휴대용 기기에서 동영상이 돌아간다는 것은 큰 충격이었다. 하지만 최대 용량이 128MB밖에 되지 않아 많은 아쉬움을 주기도 했다. 이렇게 구구절절이 GP32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는 것은 지금부터 살펴볼 GP2X 위즈가 일명 ‘명텐도’와 하등 상관이 없는 예전부터 개발돼 온, 자랑스러운 ‘대한민국표 제품이라는 것을 먼저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한 ‘시류에 편승’한다는 오해로 인해 제품 판매에 영향이 있을까 걱정스럽기 때문이다.GP2X 위즈는 전체적으로 아담한 사이즈로 한 손에 쏙 들어가는 크기다. 가로 길이 121mm, 두께 18mm, 배터리를 포함한 실제 무게도 140g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배터리는 착탈식으로 2000mAh 용량의 리튬폴리머 배터리다. 제작사 측에 따르면 완충 후 동영상 및 게임 기준으로 6시간 정도의 구동 능력이라고 한다.기기 하단에는 볼륨을 곧바로 조절할 수 있는 조절 버튼과 24핀 포트, 그리고 이어폰 잭이 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휴대전화 충전기를 통해 전원을 공급받을 수 있는 이 단자는 데이터 전송의 역할도 동시에 수행한다. 전용 충전기를 사용하는 NDS(닌텐도 DS)에 비해 훨씬 더 유연한 구조라고 할 수 있다.GP2X 위즈로 업그레이드되면서 가장 많이 변화한 것이 화면의 터치 지원이다. 터치를 통해 각종 설정, 게임 및 애플리케이션 등을 보다 간편하게 조작할 수 있으며 측면에 터치펜을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다. 화면은 320×240 해상도로 구성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타입의 터치스크린이다. OLED 사용으로 일반 액정표시장치(LCD)에 비해 화면이 선명하고 시야각도 넓은 편이다.휴대용 게임기로는 그리 작지 않은 크기이지만 본격적인 멀티미디어 환경을 즐기기 위해서는 다소 아쉬운 크기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시대의 역작이라고 불리는 코원 D2의 액정과 같은 크기다.GP2X 위즈로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게임이다. 자체 게임인 ‘그녀의 기사단’이 출시됐으며 이후 ‘돌려라 파티쉐’ ‘프로피스’ ‘신검의 전설’등도 출시 예정이다. 퍼즐, 아케이드(arcade:오락기기를 갖춘 전문 업소에 등장했던 게임), RPG 등 게임 장르도 다양하다.이런 출시 게임은 일반적으로 ‘SD 위즈’ 메뉴를 통해 즐길 수 있다. 다만 현재 출시된 게임은 ‘그녀의 기사단’ 한 작품뿐이며 ‘혈십자:호랑이의 분노’ 등 동시에 발매될 예정이었던 게임들은 연기됐다. 이런 것이 게임기 판매에 큰 지장을 주고 있으며 게임파크홀딩스는 현재 GP2X 위즈의 오프라인 판매를 당분간 중단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GP2X 위즈의 구입을 희망하는 사람들은 유명 오프라인 게임 매장이 아닌 온라인 오픈마켓을 통해서만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제작사 측의 발표에 따르면 내부 사정으로 인해 많은 게임들의 동시 발매가 무산됐지만 지속적인 제품 발매를 통해 여름 이후에는 충분한 라인업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물론 GP2X 위즈에는 외부 개발 게임만이 전부는 아니다. ‘실행기’라는 메뉴를 통해 마메(MAME-Multiple Arcade Machine Emulator:오락실 게임 에뮬레이터)를 비롯해 메가드라이브, 슈퍼패미콤 등 기존에 나왔던 다양한 플랫폼의 게임을 에뮬레이터를 통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GP2X 위즈의 전신인 GP32의 특징을 그대로 가지고 왔다고 볼 수 있다.에뮬 게임의 실행은 의외로 간단해 설치돼 있는 에뮬레이터와 롬 파일(ROM file:컴퓨터의 롬에 있는 내용을 컴퓨터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추출한 파일)만 있으면 가능하다. 예전에 오락실 등에서 즐겁게 했던 게임들을 다시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장점이다. 게다가 동전을 넣지 않아도 되니 금상첨화라고 할 수 있다. 일부 고객은 휴대용 에뮬 게임기만으로도 GP2X 위즈가 성공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내장 게임은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대여섯 개의 내장 게임을 말하며 비교적 중독성 높은 게임들로 배치돼 있다. 이 밖에 플래시로 만들어진 게임도 할 수 있으며 전용 SDK (Software Development Kit:소프트웨어 개발 키트)를 통해 게임을 만들 수도 있다.또한 오픈 소스 기반이기 때문에 게임뿐만 아니라 사용자가 만든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할 수 있고 개발자들을 위한 SDK의 배포를 시작으로 6월에는 개발자들이 창작 콘텐츠를 쉽게 배포할 수 있는 ‘앱스토어(App Store)’, 즉 ‘게임 오픈 마켓’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앱스토어가 성공적으로 정착한다면 여기에 소개된 기능 외에 보다 다양한 게임과 기능들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GP2X 위즈의 성공으로 국내에서 맥이 거의 끊긴 패키지 관련 게임 시장 및 개발 인력들도 다시 한 번 붐을 일으킬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가격은 G마켓 최저가(6월 11일 현재) 19만8000원이다. 박창근·PC라인 기자 zzadoc@pcline.co.kr